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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페미니즘
유진 지음 / 책구경 / 2018년 3월
평점 :
우리나라는 아주 못된 풍습이 하나 있다. 여성을 하나의 인격체로 보는 게 아니라 집에서 살림이나 하는 존재요, 2세를 낳아 훈육이나 하는 존재로 인식해 왔다는 것이다. 물론 살림하는 것과 2세를 훈육하는 게 하찮은 일이라는 게 아니다. 우리 조상은 이렇듯 ‘남존여비’라는 틀 속에 여자를 가둬놓고 속물론 취급해 왔던 게 사실이다. 이 속에서 과연 여성이 하나의 인격체로서 성장할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이 책은 요즘처럼 험한 세상을 살아야 하는 딸에게 아빠로서 세상사는 법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이 땅에 딸로 태어나 슬기롭게 살기란 매우 어렵지만 그래도 요즘에는 여성을 위할 줄 아는 남자들이 많아 그나마 다행이 아닐까 싶다. 해서 지금처럼 사회 구석구석에서 여성을 하나의 인격체로 여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도 사실이다. 다행한 일이다. 이 땅에서 반은 여자다. 그녀들이 행복해 하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싶다.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은 스무 살 된 딸과 아빠 ‘J'다. J는 딸이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당당하게 살기를 바란다. J는 가부장적 사회에서 교육받고 장남으로 살아온 인물로 자신이 살아온 세상에서 딸을 머물게 해서는 안 된다는 아빠로서의 사명감을 가감 없이 표출할 줄 아는 남성상을 담고 있다. 책은 '딸이 살아갈 세상의 처참한 현실을 직시하고 분노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딸 바보'의 자세라 말한다. 그리고 딸이 대접받기를 소망하는 이 땅의 모든 아빠다.
비록 그가 어려서는 딸이라는 존재가 한 없이 나약한 존재여서 안타까웠지만 이제는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 땅의 모든 딸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당당하게 대접받고 사는 세상이 되었으면 싶은 마음은 모든 아빠들의 소망이다. 미투 운동이 뜨거운 지금, 책은 이 땅의 모든 아빠들이 미투 운동을 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의 딸이 부당한 폭력에 노출되고, 차별 당하고, 대상이 된다는 사실에 분노하며 미투 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