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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또 내일 또 내일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8월
평점 :
#내일또내일또내일
언니가 입원한 병원 휴게실에서 세이지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를 꽤 잘하는 또래 남자아이 샘을 만난다. 교통사고 후 입을 열지 않아 모두를 걱정하게 했던 샘과 대화를 한 유일한 아이 세이지. 병원에서는 봉사활동을 권하고 자의반 타의반으로 세이지는 샘과의 시간을 보낸다. 공통관심사로 둘은 가까워지고 인생 최고의 친구가 되지만 한 순간 오해로 헤어진다.
시간이 한참 지나 하버드 스퀘어에서 우연이 만난 샘과 세이지, 긴 시간 못봤지만 한눈에 샘은 세이지를 알아본다. 짧은 인사 후 헤어지며 세이지는 학기 과제로 자신이 만든 게임이라며 플로피디스크를 건네고
세이지의 게임을 플레이 한 샘은 운명적으로 세이지와 게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유쾌하고 열정넘치는 샘, 세이지, 마크스(샘의 룸메이트)가 만들어내는 게임 이야기. 천재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게임이 되는 과정, 그리고 청춘들에게 빠질 수 없는 갈등과 오해, 우정, 이별 그리고 진한 사랑의 이야기 #내일또내일 또내일
책의 두께가 무색할만큼 재미있다. 게임을 만드는 과정이라는 신선한 주제가 그랬고 게임을 만들어내는 인물들이 상당히 매력적이어서 점도 그렇다. 동성결혼, 미혼모, 인종차별, 장애인, 총기사고, 사회에서의 여성과 남성 등 사회적 문제가 등장하지만 책 속 인문들은 기꺼이 고민하고 주저앉았다 다시 일어나며 책의 제목이 주는 희망처럼 결국 다시 일어날 거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이 좋았다.
자기 주장이 강한 게임 메이커 샘과 세이지, 그들을 중재하며 게임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내는 프로듀서 마크스.
빛나는 천재들의 활약들과 함께 만들어 낸 성공, 그에게서 파생된 갈등과 오해를 그리고 각기 다른 아픔과 그리움등 내면의 복잡한 마음을 깊이 있게 그려냈다. 또한 샘을 위하는 세이디의 마음, 세이디를 위해 게임을 만드는 샘, 마크스가 샘을 배려하는 곳곳에 숨은 따뜻함은 너무 좋았고 약물, 연인과 친구의 키스 등은 어떻게 그려내도 공감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영화화로 확정됐다고 하는데 어떤 배우들이 맡을지, 이 인물들의 내면의 복합성을 밀도 있게 그려주길 기대해본다.
"자자 친구" 도브는 애정을 듬뿍 담아 플로리안의 어깨를 퍽 치더니 이어서 난폭하게 꽉 끌어안았다.
"다음번엔 더 멋지게 실패하자고." p.55
T. 멋지게 실패하자는 말이 좋았던.
샘은 세이디가 내민 손을 바라 보았다. 제 자신의 손을 제외하고 가장 잘 아는 손이었다. 샘은 세이디와 나란히 앉아 게임을 하면서, 그다음엔 게임을 만들면서, 세이디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를 날아다니거나 컨트롤러 버튼을 잽싸게 때릴 때 그 손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몇 시간씩 보냈었다. 샘은 생각했다. 내가 널 모른다고. 기억만으로 너의 그 손바닥과 손등을 전부 그릴 수 있는 내가 널 모른다고.p.339
T. 샘의 사랑의 방식 멋지다고 느꼈지만 쟁취해야지!
이어지지 않을 것 같아 아렸던.
세이디는 〈이치고〉 이후 자신은 결코 실패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종착지에 다 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인생은 끊임없이 다다르는 것이다. 지나야 할 또다른 문이 어김없이 있다.(물론, 더이상 없을 때까지.) p.368
T. 사회적 시선이 느껴졌던 부분. 세이지가 유독 여러번 주저앉는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도브와의 관계, 샘을 향한 마음등, 사회적 시선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강인한 세이디, 샘에게 마음을 전달하고 행복을 찾길 바란다.
샘은 자기가 만나본 사람 중 가장 운이 조은 놈이 마크스라고 말하곤 했다-그러나 세이디는 마크스를 오래 알면 알수록 샘이 마크스가 가진 좋은 운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크스는 세상만사를 예기치 못한 보너스로 여겼기 때문에 운이 좋았다.p.428
T.마크스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랐던 것 같다. 너무 좋았던 문장이라 찌릿했다.
“게임이 뭐겠어?” 마크스가 말했다.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이잖아. 무한한 부활과 무한한 구원의 가능성. 계속 플레이하다보면 언젠가는 이길 수 있다는 개념. 그 어떤 죽음도 영원하지 않아, 왜냐하면 그 어떤 것도 영원하지 않으니까.” p.540
T.'내일, 또 내일, 또 내일' 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Macbeth)의 가장 유명한 대사 중 하나이다. 맥베스에서는 절망의 독백이지만 이 책에선 희망의 메시지로 그려 좋았다.
#문학동네 감사합니다
#서평이늦어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