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본본 노란상상 그림책 91
정유진 지음 / 노란상상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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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연립주택에 살던 나는 넓은 마당을 나와 방향을 틀면 스무가구정도 살던 우리 연립주택만큼 큰 단독주택이 있었다. (실제론 잘 모르겠지만 그 시절 내가 체감하기론 대문을 지나 꽃과 나무 사이의 돌 길을 한참 올라가야 거주 건물이 있던 걸로 보여 정말 크게 느껴졌다.)


철문 사이로 보이는 그 집은 상상속에나 있을 법한 집이었는데 한번도 가까이 가서 볼 생각을 못했다. 왜냐하면 그 집엔 내 몸집만한 개가 있었고, 늘 으르렁거렸고, 철문 안쪽에 있지만 나를 위협할 것만 같아서 그 개와 조금이라도 멀리 떨어져있고 싶어 반대 벽에 붙어 걸어다녔었다.


어느 날 습관처럼 방향을 틀어 길을 가려는데 그 집 문이 열린 걸 발견했다. 그리고 그 개가 나와 있었다.


아주 천천히 뒷걸음질을 쳤지만 그 개는 나를 향해 으르렁거렸고, 나와 닿진 않았지만 달려들 듯 마구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나는 얼어버렸고, 식은땀과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도 닦을 수도 없었다. 내가 손이라도 올리면 개가 물 것만 같아서..


그날이 어떻게 마무리가 되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개는 잊을만하면 꿈에 나와서 나에게 달려들었다. 그 공포와 위기감은.. 더 표현할 방법이 없을 정도로 무서웠다.


거리쯤은 상관없었다. 나는 그 날 이후 두 배나 먼 길로 돌아돌다 다녔다. 개만 만나지 않을 수 있다면 말이다.


그래서일까 작은 개조차도 나에겐 정말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렇게 어린시절을 보냈다.



언제부터였을까.


쉽게 끓고 쉽게 식는다고 하는 한국인의 열정만큼이나 빠르게 반려라는 단어가 급성장한 것 같다.


유기견들을 보며 아직 사람들은 반려라는 말을 할 준비가 안됐다고 생각하던 차에 반려견이라는 말이 정말 어울리는 가정을 봤다.


노견에 실명이 된 상태, 산책도 힘들어하고, 집안에 말티즈가 부딪칠만한 모든 것에 폭신한 띠를 둘러뒀다. 대소변 실수를 자주 해 대비도 해놓고..


그렇게 그 가족은 노견의 마지막을 돌봤다. 십여년 넘게 키운 개가 먼저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보고 슬퍼하고, 그렇지만 생이 있으면 사도 있다는 걸 묵묵히 받아들이고, 추모하고 기억하고 추억하는 것.



#안녕본본 을 통해 들여다 본 가정이 그랬다.



애견카페에 살던 강아지가 집에 와 가족이 된 날, 억지로 안지 않고, 억지로 만지지 않으며 낯선 환경으로 온 본본에게 시간을 주고 기다려주었던 것, 비로소 마음을 열고 가족이 되고나선 같이 자고 아끼며 생활하던 아이.


어느 날 아이의 꿈 속에 나와 로켓을 타고 어디론가 가버린 본본, 웃으며 손흔들었지만 아이에겐 불안감이 엄습하고, 나이든 본본이 떠날까 두려워한다.




"어떻게 떠나보낼 수 있을까"


출처 입력


그리고 찾아온 죽음.


"우리 지금 떠나야 해. 떠나고 싶지 않다는 건 나도 알아. 잠시 걸을까? 손잡고 갈래?"


본본은 죽음의 손을 잡고 아이와 늘 걷던 길을 걸어보며 헤어짐을 준비한다.


죽음은 갑자기 온다. 하지만 다가온 죽음은 괜찮다고 한다. 다 그렇다고.

갑자기 오는 게 죽음이라면, 그래서 삶에 아쉬움을 많이 남기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책은 자연스럽게 본본과 헤어짐을 그렸는데

내가 책에서 가장 눈이 가는 장면은

사라진 본본을 찾아 온 똘이와의 대화장면이다.




"본본! 어디 가는 거야?"


본본은 떠나야 해.


"떠날 때 작별 인사 하기로 했잖아."


맞아.


"하지만 작별 인사는 필요 없어."


"사랑해"


"너도 이미 알고 있잖아."




이 뭉클한 마지막 장면.


사랑하는 걸 상대가 충분히 알 수 있도록, 살면서 맘껏, 넘치게 줘야하는 것, 바로 사랑이다.


이 작은 생명체들이 그걸 다시 한 번 일깨워줘서 고맙고, 헤어짐도 따뜻할 수 있다는 걸 책을 통해 경험하게 됐다.



코로나 후유증이 생각보다 심각해 힘들었던 나에게 가족이 보내준 것도 넘치는 사랑이었다.





#안녕본본

#정유진

#노란상상 감사합니다

@_noransangsang

@zoapictur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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