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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 Stop; '아무것도 아닌'을 위하여 ㅣ 보통날의 그림책 3
토미 웅게러 지음, 김서정 옮김 / 책읽는곰 / 2022년 10월
평점 :
'아무것도 아닌' 이라는 상징적인 무엇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내 머리속에 가장 오래 남은 것은 바로 '나', 특별할 것도 없는 다르지 않은 아무것도 아닌 '나' 그리고 그런 내가 가진 힘과 나를 이루는 것들에 대한 생각을 이어보고 책을 펼쳤다.
알록달록 예쁜 색 하나 없고,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의 무엇도 하나 없는 그림책, 뾰족하고 위태위태하기만 한 이 그림책을 통해 토미 웅게러가 전하고 싶었던 메세지는 뭘까.
멸망한 지구에 혼자 살아남은 바스코, 터덜터덜 걷는 바스코에게 바스코의 그림자는 방향을 지시한다. 딱 때맞춰!
그림자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면 뒷 장의 바스코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때마침 무너져 내린 건물들에 깔렸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림자가 가리킨 벽을 따라 가니 '아무것도 아닌'이라는 이름의 생물이 있다.
주소도 없는 편지를 아내에게 전해달라고 말하는 생물. 그에게 받은 편지를 들고 그의 아내를 찾아가는 길은 험난하고 거칠었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믿음직한 그림자의 도움을 받아 버려진 병원에 가게 되고 그 곳에서 '아무것도 아닌'의 부인을 만나게 된다.
또 다시 아기를 데려가 달라는 부탁을 받는 바스코,
혼자가 아니다. 이젠 돌봐 줄 누군가를 데리고 바스코는 길을 떠난다.
바스코가 지나왔던 삶이 그랬듯 아기 포코를 데리고 떠나는 길 또한 험난하기만 하다.
하지만 바스코의 그림자가 그랬듯 아기에게 바스코는 길잡이가 되어 두려움을 헤쳐나간다.
무섭고 의심이 들지만 아이의 사랑스런 표정을 보며 용암사이를 뚫고, 미로를 헤처, 어둠에서 벗어난다.
우여곡절끝에 전철을 탄 바스코는 포코에게 자장가를 불러주다 잠이 들고 그들을 데려다 준 곳에서 그림자가 가리킨 곳은 사막,
그림자가 데려다 준 그곳엔 거대한 케이크가 있었다.
없는게 없는 안전하고 풍요로운 곳에 둘을 남기고 그림자는 임무를 완수한 듯 해가지자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아무것도 아닌' 생물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이에게 그림자는 방법을 제시하고 안전할 수 있는 길을 알려준다.
'아무것도 아닌'을 위하여 non stop 이라는 책의 제목에서 느껴지듯 멈추지 말고 계속하라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그게 무엇인지는 토미 웅게러가 강조했던
세계관을 떠올린다면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책 속 Don’t hope, cope 이라는 말은 어쩌면 절망적으로 들리기도 하는데 희망을 하지 말고 대비하라 라는 말이기 때문이다.
잘 될꺼야 라는 희망, 그 희망만 갖기엔 세상은 너무 큰 어둠으로 덮여 있어서인데 막연한 희망보다는 구체적으로 대비하라는 경고의 메세지를 강하게 전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살기 좋은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지금 우리가 묵과해선 안되는 '아무것도 아닌'것들.
또, 아무것도 아닌 것들의 힘이 모여 바꾸고 이뤄야 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
딱딱하고 어둡고 위험천만한 곳에서 우리가 찾아야만하는 희망에 대한 묵직한 메세지를 전달받은 것 같은 나 역시 아무것도 아닌 것들 중 하나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무엇을 해야하는지 어떤 삶의 가치에 무게를 실어야하는지 이 책을 통해 또 한번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좋그연 서평단으로 당첨되어 책읽는곰으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