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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다가 웃었다 - 김영철 에세이
김영철 지음 / 김영사 / 2022년 2월
평점 :
블라인드 북 서평단으로 선정돼 책을 받았다.
비밀스런 책이니 뭔가 특별하게 보고 싶어 뒷부분을 펼쳤다.
인물색인표가 나오는데... 이거 너무 익숙한 이름들이다. 희철이, 호동이형, 화정누나...??
‘아! 김영철이구나!’
반가웠다.
궁금했다. 라디오 디제이로 진행도 유려하고 입담이 좋은 사람, 무엇보다 아주 오래 전부터 자기의 꿈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 그리고 가족을 사랑하는 사람... 하지만 그의 본업 개그맨, 아니 왜 영철은 아는 형님에서 존재감이 없는거지?
책에 나와있으려나??
책은 영철의 누나 애숙(익숙하다^^)의 암진단 소식으로 시작한다. 벌써 눈물이 찡, 하지만 그 기회로 서울구경 온다고 유쾌하게 말하는 누나의 말에 웃음이 난다. 왠지 책의 분위기를 알 것 같다.
개그맨 김영철의 ‘울다가 웃다가’는 49편의 그의 일상 이야기이다. 짧은 에피소드지만 삶의 태도가 담겨있다. 진심을 담아 살아내는 그의 삶을 엿볼 수 있어 그리 가볍지많은 않다.
슬픔 – 행복엔 소량의 울음이 있다.
행복하다고 느끼기 위해선 슬픔등의 상대되는 감정또한 존재해야 한다.
어릴적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형이 세상을 떠나면서 자연스럽게 삶의 무게를 느꼈을 저자는 큰 형을 대신해 가장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 그리고 먼저 떠난 형으로부터 삶의 중요한 가치를 배웠다며 형을 그리워하고 고마워하는 그의 모습이 진실되게 보였고, 하늘에서의 형은 또 얼마나 뿌듯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희생을 알아주고 응원해주고 아낌없이 사랑을 퍼부어주는 가족이 있다. 엄마, 큰 누나와 형(매형), 작은 누나
가족이 주는 무한한 힘이 원동력일까? 상처입은 마음을 달래는 법도 잘 아는 것 같고,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방법도 잘 아는 것 같다.
p.43 매형의 어머니가 병마와 싸우시다가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며칠 후 매형과 술을 마셨다. 큰 누나, 애숙이 누나, 엄마, 조카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우리는 내 방에서 단둘이 소주 한잔을 했다. 나는 위로의 말을 건네기가 조심스러웠다.
그러던 중 매형이 대뜸 친구에게 말하는 투로 툭 던지듯이, “처남, 나 이제 엄마는 느거 엄마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서글픔과 애틋함이 느껴져서 내가 바로 대답했다.
“우리 엄마, 매형 느거 엄마 해라.”
아, 이렇게 따뜻한 대화가 있을 수 있을까? 찬 겨울 마음 한 켠이 녹아내리는 것 같다.
농담 – 우리에겐 웃고 사는 재미가 있다
노잼, 재미없다 못 웃긴다. 개그맨에게 너무 가혹한 평가들이다.
요리, 피겨스케이팅 등 배움을 멈추지 않고 꾸준히 여행하며 식견을 넓히는 것, 틈틈이 글을 쓰며 경험을 기록하고 연기에도 도전하는 것 등의 그의 일상은 자신의 삶을 풍성하게 하는 노력일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힘든 순간을 견디면서 자신감을 잃지 않으려는 자신만의 방법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뭉클했다. 그리고 그의 삶을 힘차게 응원하고 싶다.
p.86 타인의 속도를 부러워하지 않고, 나의 계절에 맞추어 살고, 내 마음속 북소리를 들으면서 내 길을 걸어가겠다(월든에서 저자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
독서하고 영어공부하고 라디오 디제이도 하고 코미디도 하며 저자는 열심히 살고 있다. 다 같이 가는 길의 끝에 서서 조바심내지 않고 다른 길을 개척해 누구보다 빨리 신나게 달려가고 있는 것 같아 이 또한 감동이다. 멋져!
꿈 – 누구나 잘하는 게 하나쯤 있다
p.153 진짜 하고 싶은 질문이 있는데... 형의 밝음과 긍정의 원천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매일 어떻게 그렇게 일찍 하루를 시작하시나요?
“우선, 돈을 주니 아침에 눈을 뜨게 돼 있어!”라고 운을 뗐다. 그리고 “엄마의 긍정 에너지에 ‘초’ 하나 살짝 뿌린 ‘초긍정’ DNA를 물려받아서”라고 답했다. 그리고 “내가 라디오를 너무 사랑하는 까닭”이라고 말해주었다.
저자의 삶의 태도에 감탄하며 책을 읽었는데.. 엄마가 주신것이라니.. 갑자기 두 아이의 엄마인 내가 뜨끔하다.
책을 읽으며 느낀건 한 가지는 정말 재능이 많다는 것이었고(자기자랑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잘 들어보면 겸손함이 깔려있어 밉지가 않다^^) 저자의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다는 것이었다. 아낌없는 충고를 해줄 수 있는 사람, 토닥토닥 다독여주는 사람, 그냥 전화해도 바로 달려나올 수 있는 사람. 아, 사람부자였다. 내가 가장 어렵다고 생각하는 부분중의 하나가 좋은 사람을 곁에 두는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좋은 사람이 아니고서야 좋은 사람이 곁에 있기란 힘든 것이기 때문에. 같은 이유로 저자는 참 좋은 사람이다.
참 좋은 사람이네요. 영철씨^^
사람 –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 좋은 사람도 상대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누군가에겐 좋은 사람이 누군가에겐 안좋은 사람일 수도 있다. 관계라는게 대부분 그러한데 책 속을 들여다보면 저자의 사람됨을 평가하는 사람들이 참 다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동료 개그맨, 피디, 후배, 작가 등등
특별히 뭘 하지 않아도 호감인 사람이 있고, 비호감인 사람들이 있다. 비호감인 사람들의 미담이 들려오거나, 그런일이 반복되면 호감으로 바뀌기도 하고, 너무나 호감인 사람들의 인성논란이 불거지면 한순간 등을 보이는 사람들이 대중이다.
저자는 미워하는 마음과 좋아하는 마음은 언제나 균형을 찾는다(p.210) 고 말한다.
그러면서 사람을 구원하는 것도 사람, 괴롭히는 것도 사람 내가 힘들게 한, 나를 힘들게 한 이를 떠올렸다고 한다. 나 역시 짧은 한 문장에 생각이 많아졌다.
참 말이 많다 싶지만 모두 자기 얘기. 남 얘기를 쉽게 하지 않는 속이 깊고 입이 무거운 남자. 늘 응원해 주는 애청자들을 사랑하고 일로 만난 사람들에게도 애정을 담아 대하고 이웃보다 더 자주 만나는 택배기사님을 위해 냉장고를 채우는 남자. 자신을 미워했던 사람조차 팬으로 만들어버리는 매력이 있는 남자. 개그맨이라는 타이틀 하나는 아까운 재능, 사람부자 김영철의 이야기.
눈물 찡 하게 했다가 피식 웃게 했다가를 반복하게 하는 책이다.
어디를 펴서 봐도 유쾌하게 기분좋게 읽을 수 있는 책 김영철 에세이 #울다가웃다가 를
삶을 열심히 사는 모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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