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의 방 위고의 그림책
그로 달레 지음, 스베인 뉘후스 그림, 신동규 옮김 / 위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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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타조, 엄마는 그냥 엄마동물,
금이네 집엔 세상에서 가장 웃기는 원숭이도 있어.
원숭이는 웃기는 것도 보여주고 금이를 등에 태우고 먼 나라 여행도 시켜주는 코끼리가 되기도 하지. 원숭이만큼 금이를 웃겨주는 사람도 없어.

‘나랑 놀려고 왔나?’
아마도 장난을 치러 온 원숭이 같아.
하지만 방안에는 숨소리만 가득해. 지금 금이가 있는 곳은 금이가 알던 방이 아니야.
깊은 물 속, 전혀 다른 곳이 되었어.
“엄마 어딨어?” 물었지만
“우리 같이 놀이 할까? 하는데
숨소리가 예전 같지 않아. 숨고 싶지만 그 어디에도 숨을 수가 없지.
문을 잠그고 놀이를 시작했지만 뭔가 다른 놀이였어.
숨 막히는 놀이.
조마조마하고 아슬아슬하고 가슴이 쿵쿵 뛰었어.

원숭이는 문어로 변하겠다고 속삭이더니 정말 문어가 되었어.
차갑고 축축하고 빨판이 달린 다리로 무엇이든 붙잡을 수 있는 문어로.

문어의 먹물이 벽을 타고 소용돌이 치며 퍼져나가.
문어가 하라는 대로 금이는 바지를 벗었어. 금이는 어떤 말도 어떤 소리도 낼 수 없었어.
먹물이 금이의 온 몸 모든 곳으로 퍼져나가. 모든 것을 먹물로 가리고 꼼짝도 못하게 해. 굳었어.

금이는 이제 금이가 아니야.
더 이상 빛나지 않는 것 같고, 빛이 꺼진 것 같아. 머리가 울리고 아파.
아무말도 할 수 없어. 말하면 안 돼고 말할 힘도 없어.
문어가 눈을 부릅뜨고 있어.
그 손을, 그 빨판을 떼어낼 수가 없어.
하지만 문어는 마치 문어는 없던 것처럼 평소처럼 먹고 웃고 깔깔대.

엄마의 눈을 보면 마음이 놓이지만 말을 할 수 없어.
엄마가 안 믿어주면 어쩌지?
싫다고 말하지 않았으니까 뿌리치지도 달아나지도 않았으니까 내 잘못인가?

엄마가 운전하는 차 안에는 엄마와 금이 둘 뿐이고 안전해. 어디에도 먹물 흔적은 없어. 엄마의 차 바퀴가 구르자 참았던 말이 금이의 입에서 마구 굴러나와. 멈출 수가 없어. 금이는 문어에 관한 모든 것을 말해. 그러지 않으면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았거든.
엄마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어.
엄마는 “그런 일은 혼자 가지고 있기엔 너무 크다고 비밀로 하면 안됀다고 했어.
그냥 엄마동물이었던 엄마는 날카롭고 단단한 부리에 튼튼하고 강한 날개를 가진 독수리가 되었어.
엄마는 문어에게 단단히 화가 났어.

아빠는 타조야. 이 일에 대한 어떤 말도 하지 않고 어떤 말을 들으려 하지도 않아.
엄마는 누군가와 계속 통화해. 어른들끼리의 대화야.

“잘 말해 주었어.”
“참 잘했어.”
“이제 우리가 해결할게.”
“다 잘될 거야.”

어른들은 아이들을 돌봐야 해.
개가 강아지를 돌보고
소가 송아지를 돌보듯
도와주고 해결하는 것,
도무지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일을 해결해 주는 것이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야.

🎈
예쁜 색의 문어 그림으로 시작한 그림책. 문어 빨판의 끝에 소녀의 속옷이 있다.
그렇게 그림책은 시작된다.
놀랍도록 사실적으로 그려졌다. 놀랍고 눈이 커지고 가슴이 뛰지만 그래도 우리 아이들도 다 볼 수 있을 그림책이다. 누구나 봐야하고 나눠야 할 이야기이다.
금이의 표정, 문어의 표정, 문어의 행동 변화의 크기... 이 그림책의 그림작가님이 얼마나 많은 고심 끝에 그리셨을지 단지 그림만 보아도 이 이야기의 무게감이 잘 느껴진다. 그리고 아주 사실적인 글, 여느 그림책에서 봤던 글이 아니다. 아이들이 보는 책이니까 미화했던 것이 많은 그림책들의 특징이었다면 문어의 방에서는 사실적으로 썼다. 나는 이게 맞는 것 같다. (친족성폭력 피해자 유아, 아동의 피해가 상당하다는 글을 봤다) 현실은 미화된 그림책과는 너무 다를 것 같기 때문이다.

아빠가 타조에 비유된 이유가 뭘까? 타조는 겁이날 때 머리를 땅에 박는다고 한다. 그러면 자신이 감춰진다고 믿기 때문이라나. 아빠가 더 적극적으로 문어를 혼내야 한다. 그냥 엄마동물이었던 엄마가 독수리로 변해 금이를 지키듯.
많은 빛나는 금이들의 타조같은 아빠들. 제발 용기를 내주시길..

어른들은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는 흔하고 흔한 말이 오늘따라 무겁고 아주 중요하게 다가온다. 세상에 가벼운 말은 없구나. 말의 의미를 잘 새겨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마지막으로 나는 아들과 딸을 모두 키우고 있다. 책임감 있고 정의롭고 양심적인 아이들로 키워야지. 오늘도 굳게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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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go_picture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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