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을 기억하는 한 이 길을 가리라
카트린느 장틸 지음, 한덕화 옮김 / 갑인공방(갑인미디어) / 2003년 2월
평점 :
절판


'이라크 전쟁이 발발했다. 하지만 난 TV를 보고 있었다. TV 속에선 기자가 미국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기사와 예상 공격 방법, 지상군 투입의 여부 등 전쟁의 상황을 계속해서 보도했다. 조금 지난 후 미국의 함대가 발사하는 미사일의 장면이 등장하며 이라크 전쟁이 발발했다는 기자의 다급한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굉음을 울리며 날아가는 미사일이 향하는 그곳엔 분명 이라크인들 그들의 가족, 연인, 아이들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봤던 TV속엔 가족도 연인도 아이들도 없었다. 단지 전파를 타고 TV 브라운관을 비추는 짖게 깔린 어둠과 화염으로 휩싸인 바그다드가 있었을 뿐이었다.' 이것이 내가 알고 있는 전쟁의 모든 것이다.

이 책 '그들을 기억하는 한 이 길을 가리라' 는 우리가 보아온 전쟁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저자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전쟁 속 얘기를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 까트리느 장틸은 메이저 언론사들이 특종으로 보도하는 최신식의 무기도 고도의 작전 전략 등 소위 말하는 특종 보도에 관련된 그 어떤 것도 말하지 않는다. 전쟁의 위기가 극도로 고조되어 있는 순간에도 톱 뉴스의 타이틀이나 내용을 생각하기보다는 그녀가 사탕을 쥐어주며 웃어 주었던 한 소녀가 무사하기를 기도했고 전쟁의 고통이 그 어린 소녀에게 비켜가길 간절히 기도하는 한 인간일 뿐이다.

그녀는 이 책을 통해 무엇을 위한 전쟁인가?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그 평화를 누려야할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는 상황이 과연 평화를 위한 전쟁이라고 규정지을 수 있는 것인가? 라는 의문을 던져주고 있다. 또한 희생을 최소화하는 정밀한 공격이라는 기사가 톱 뉴스가 되기보다는 그 최소한의 희생을 당한 사람, 그 사람의 아픔을 알아주길 바라고 있다.

전쟁은 그녀에게 상처를 남겼고 슬픔을 주었지만 그들과 함께 세상을 바라보고 세상에게 그들의 아픔을 얘기한다. 전쟁의 화염 속에서 신음하는 그들이야 말로 그녀의 가족이며 연인이며 그녀의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평화가 올 것이라는 희망이 있기에 그녀는 기꺼이 분쟁지역으로 향할 것이다. 하지만 그녀 자신이 판도라의 상자 속에 마지막 남은 희망의 모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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