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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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의 매력은
한 권의 책 속에서 수많은
다양한 군상들을 만난다는 것이다.
어쩌면 어디선가 본듯도 한
아니면 어디선가 들어본 듯도 한,
때로는 놀랍기도 때로는 안쓰럽기도
슬프기도 오히려 더 쓸쓸하게하기도,
그렇게 인간 심리의 깊이를 여러모로
다양하게 보고 느낄수 있는게 소설집인듯하다.

'여성의 날' 기념으로북하우스에서 이벤트로
몇 권의 책을 올렸었는데, <레이디스> 책은
편집장님의 추천으로 받게 되었다.
북하우스의 책은 <다락방의 미친 여자>가
기억에 많이 남았었고, 후에 출간된 <여전히 미처있는>을
더 읽고 싶었던 중에 뜻밖의 선물처럼 하이스미스 단편을
만난것이다. 사실 작가가 조금 낯설지 않았던 이유는
영화 <캐롤>을 통해서다. 오래전 보았던 영화의 영상미가
좋았던 기억이 났고, 영화원작의 작가가 위 작가였다.

불안의 시인, 서스펜스의 대가
퍼트리스 하이미스 탄생 100주년 기념 소설집.
작가의 인물들을 따라 읽다가 놀랍기도 하도,
어떠한 부분은 씁쓸한 연민을 갖게 되기도
짧지만 촘촘히 구상된 스토리가 너무도 탁월하다.
읽는 내내 재미있었고 인간 군상들에게 더욱
집중하게 만들었다. 왠지 제 삼자로서 이야기속
상황을 예측해보지만 자꾸만 벗어나게 된다.
그리고 그 다음을 상상하지만 더욱 미로속을
헤매는듯한 미스테릭한 전개가 끝까지 몰입하게 한다.

-그녀는 미소지었다.
"나중에요.
모든 것에 대해서,
아무것도 아닌 것에 관해서,
뮈든 좋으니 얘기해주세요." 마법의문 중에서

나도, 나도 '좋으니 뭐든 얘기좀 해주세요' 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되었다고요?

-'일자리를 계속 옮겨 다니다 보니 신경이 너덜너덜해져서
멀쩡하게 몸이 남아 있는 게 신기할 지경인'(p63)그가
투명인간 취급을 당했던 족쇄같은 도시의 일상을 떠나
새로이 만난 그곳은, 그곳의 사람은 정말 안전할까?

-그녀 안에서 어떤 비명 소리가 들렸다. 다른 길이
있었다면 이런 짓은 꿈도 꾸지 않았을거야!하지만
이 사람은 나를 집 밖에도 나가지 못하게 하잖아!.
(P90)폭력적인 남편을 죽이고 떠난 제럴딘,
인간 대접을 받고 싶었던 그녀는 행복해졌을까?
결국 그녀가 다다른 곳은 어디가 될까?

외도하는 여자를 바라보는 다른 한 여자의 시선은
어떠할까?(나는 어떠한 시선으로 그 여자를 읽을까)
-찰나에 스치는 눈길이었지만 그 속에서 한 여자가 깊이
사랑받는 다른 여자에게 던지는 태고의, 그 불멸의
시선을 보았다. 욕망, 선망, 애틋한 그리움, 질투와
대리 쾌감이 뒤섞여 이루어진 그 눈길이 한 순간 베일을
벗었다가 다시 베일속에 가려졌다.(p168)

-오후에 한번 문득 위층의 방과 그녀 자신의 관계가
생각났는데, 그러자 길 잃은 막막한 느낌이 들었다.
자신의 소유들, 관습적 의무, 고독의 순간 들과 멀어진
사람은 어디에 있게 되는 걸까?(p209) 병든 위층의
사람들에게 베푼 연민은 루이자를 어디로 데리고
가는 걸까? 그녀는 '왠지 자기 연민이 의심되어 울음을
멈추려 애썼다. 자기 연민이었다.(p213) 결국 남는건?

엄청나게 친절한 남자에게 맡겨진 소녀의 운명은,
광기에 사로잡힐까봐 도시를 떠난 가정교사는,
이름을 바꾸고 정신상담을 받는 여자의 심리는,
수없이 나오는 레이디스, 그들의 알듯 모를듯한
말과 표정과 행위들, 충분히 재미있었다.

"사람들이 감정 때문에 고통받는 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 나 같아."(p319)

단편의 매력을 처음 느꼈던 것은 안톤 체홉의
단편들을 읽으면서 였다. 장편소설과 심하게 두꺼운
벽돌책을 읽다가 만나게 되는 단편들은 짧으면서도
여러 상상들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묘하게 두번씩
읽게 만들기도 한다. 특히나 하이미스의 여러 인물들은
불안과 공포를 주기도 또 희망을 주기도 그리고는
응원하게 되기도 한다. 결국 두번씩 읽게 되었다.
지금 왠지 무료하거나 뇌속이 심심한 분들이 읽는다면
하이미스의 서스펜스가 매혹적으로 다가갈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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