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믿고 추락하던 밤
시리 허스트베트 지음, 김선형 옮김 / 뮤진트리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언젠가부터 누군가를 만날때 나는 이별을 이별을 생각하게 된다. 지금 만나는 사람과는 어떤 이별을 하게 될까. 나는 평화로운 이별을 이별을 선택한다. 격렬하게 싸우고 상처를 주며 헤어지는건 이제 나에게 불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보면 사람을 만나도 격렬하게 사랑을 한다든지 나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져 헌신을 한다든지 그러한 시간들이 제법 줄어든 셈이다.

'추락'이라는 불안을 안고 당신을 믿는다는 건, 청춘이다. 결국 그 젊음의 시간에 존재하는 생생한 날것의 감정들이다. 제목에 끌려 읽게 된 이 책은 청춘의 한 시절을 겪고 난 작가의 비망록 같은 글이다. 네개의 챕터로 서로 이어지지않는 단편들이 결코 녹녹하게 읽혀지지 않는다. 격렬하고 열정적이고 그 무엇이든 뜨거움으로 녹여버릴듯한 청춘이라는 시절동안 믿었던 당신, 당신들, 우리는 그 시절의 당신을 다시 소환해낸다.

첫문장"지금도 가끔 길거리에서 그 사람을 봤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지금도 그 시절의 당신은 나를 지나쳐간다. 나를 생성시켰던 아니 나를 추락시켰던 그날의 당신이 나를 스친다. "기분이 정말 나빴어. 지독하게 학대받고 상처받은 느낌이었단 말이야."(p118) 활짝 피기도 전에 뜯어낸 꽃잎들이 붉다. 추락한 대지위로 핏물이 고인다. 얼마나 많은 희생의 날이었던가."치졸한 고백들, 열정이 아니라 버릇같은 관계들, 사방에 그런 사람들이 보이는데 정말이지 끔찍하게 싫어서, 그런 역겨운 삶으로 끌려들어가지 않기 위해서 나 자신과 결별해야 하는거라고."(p119) 청춘이 지난 우리는 제대로 살아내고 있는걸까. 지금 역으로 청춘들의 피의자가 되어 있는건 아닌지.

""가면 뒤에 숨어계시면 좋은가요?"(p16)유독 좋았던 첫 챕터의 단편. 아이리스(여주인공)는 댁학원생때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그때 만난 당신이 모닝, 그는 사물을 하나씩 상자에 넣어주며 그 사물에 대한 묘사를 글로 적지 않고 테이프에 녹음하게 한다. 장갑-솜뭉치-거울등'자질구레한 삶의 물건들, 조각과 편린,보물과 쓰레기,문제의 물건들"에 자유롭게 반응할 우리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고 무엇을 읽어 낼까. 56p가량의 짧다면 짧은 단편이지만 나는 가장 긴 호흡으로 읽었다. 문장속에서 느껴지는 공포감,금방이라도 튀어나올듯한 살인내음. 압권이었다.

이 책의 맨 첫장을 펼치며 [폴 오스터를 위하여]눈에 들어왔다.아니 폴 오스터 그 유명한 작가와 어떤 관계인데? 검색을 해보니 둘은 부부였다. 뮤진트리라는 출판사와 책 제목에 끌려 무조건 선택했던 시리 허스트베트 의 저서, 나는 작가의 또 다른 책 [내가 사랑했던 것]도 구입했다. 십일월의 시작이 그 서늘한 기온과 시작하는 핫한 책들이 나를 따뜻하게 한다. 젊음, 어쩌면 미화되고 숭배받았던 시절, 나는 어떠했을까? 지금 그 시절을 물어보면 "이런 어둠을 어떻게 견디고 살까"(p37)싶었던 날들도 거듭 떠오른다. "여기 올 때는 그쪽도 자기 삶을 가져오는 겁니다,"(p31)라는 문장처럼 서로의 사연속에 잘 견디셨습니다. 우리는 서로 토닥여본다.고마웠어.미안했어 하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