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절기따라 걷기’라는 제목을 함께 하고 있는데 ‘절기’마다 전해내려오는 이야기와 더불어 그 절기에 느끼는 작가 개인의 감정을 풍부하게 담아내고 있다. 나의 이야기는 아닐 수 있지만 꼭 남의 이야기도 아닌 것처럼 느껴져 어느새 친근해지는 책이다. 이 책을 때때로 가방에 넣고 다니며 함께 걸어 보았다. 그저 단순하게 사계절의 이름을 헤아리며 살아왔지만 계절과 계절 사이에 수많은 계절이 있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는 있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절기마다 해야 할 일들일 해왔던 사람들, 어쩌면 지금도 그것을 해내고 있는 사람들. 그것을 자연스러운 일이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억지로 당기고 미는 것이 아니라 그 절기가 해야 할 일을 기다려주고 다가오면 받아들이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것. 이 책을 읽으며 그런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마흔이 넘어서야 사계절이 아닌 절기를 따라 살아가야지 생각한다. 너무 이르지도 늦지도 않은, 적당한 때일지도 모른다. 계절에 대한 감각을 다시 가지고 노력하려는, 다소 진지한 마음을 가져보려 하는 때가, 지금 즈음인 것은. 책을 다 읽고 나니 책의 제목처럼 새로운 세계로 갈 수 있을 것만 같다. 계절의 사이에서 마음이 힘들어지거나 다음 계절이 그리워지거나 다음 계절이 기다려질 때, 이 책을 다시 꺼내보려 한다. 그 절기에 맞게 내 마음을 헤아려줄 것만 같다. 그 순간에 무엇이 필요했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말이다. ‘절기의 비밀’에 대해 알고 싶은 누군가에게 이 책을 추천해보고 싶다. 입하. 여름의 시작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