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편하기 느껴야 타인도 나를 편하게 느낄 수 있다’는 말은 나에게 열쇠가 되기도 하지만 어려운 숙제이다. 무언가를 수행할 때 가장 확신하기 힘든 게 그 ‘느낌’이기 때문이다. 내 느낌이 맞다는 것을 다른 사람 도움 없이 나 홀로 판단하기가 어렵다. 74p.내 안에 비좁게 엉겨 붙은 채 불안으로 웅크리고 있는 ‘나’들을 “이제 나가 놀아.” 하면서 조금씩 떼어 내보낸다면 내 안에도 좀 더 여유로운 자리가 생기지 않을까. 그러면 상대방이 잘 보이고, 이야기도 몰입되고, 오롯한 관찰도 가능해지지 않을까. 타인의 기대나 평가를 신경 쓰며 하는 이야기가 아닌 진실을 찾으려는 내향인의 몸짓처럼, 나의 언어로 딱 내만큼만. 100p. 📝 이 책의 제목을 마주하고 궁금해졌다. 어릴 때부터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은 물론 담임 선생님의 날짜 호명에 번호가 불릴까 속으로 얼마나 긴장했던가. 학급회의라도 하는 날에는 입에 풀이라도 발라 놓은 것처럼 조용했던 나였다. 다양한 모임과 활동을 자제하는 삶을 살아온 나는 좋아하는 사람도, 친한 사람도 아주 조금이다. 사람이 많으면 정신이 없고 긴장되고 기분이 이상해진다. 성격 테스트와도 비슷하게 느껴지는 자기소개, 매끄러운 발표, 그런 것들이 대체로 어색하고 싫었다. 꼭 해야 되는 날에는 무표정으로 아무렇지 않은 척 어찌저찌 했지만 일부러 그런 상황을 만들지는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특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좋았던 건 나와 비슷한 사람이 이 지구상에 존재하고 그런 고민이나 고통이 결국 어떤 식으로든 유의미하다는 것이었다. 책 속에서 작가는 자기 자신과 깊게 대화한다. 그것만으로도 뭔가를 해내고 있는 거 아닐까. 아니, 해내지 않아도 좋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어쩌면 나도 ‘발표불안’이 있어서 사람들 많은 곳에 가지 않으려는지도 모르겠다. 전지 작가님의 북토크가 궁금해진다. 작가와의 대화 때 관객들에게 ‘돌아가면서 이야기하자’고는 하지 않을 것이다(141p)라는 말이 듣기 좋다. 이보다 다정할 수가 있나 싶다. 누군가에게는 ‘오잉’스러운 일이 누군가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때로는 타인을 통해 나를 알아가고, 나를 통해 타인을 이해하기도 한다. 물론 이해할 수 없을 때도 많지만. 누군가의 시선을 신경쓴다는 것도, 나를 이해하기 위해 깊게 파고드는 것도 다 필요한 일이다. 어찌 되었든 전지 작가님의 속앓이는 이렇게 멋진 결과물로 나왔다! 이건 대단한 일이다. 고장 난 채로도 잘 살아가고 싶다. 앞으로 성큼성큼 나아가지 않으면 어떠한가. 지금 이 속도도 나쁘지 않다. 전지 작가님의 다음이 작품이 기대된다. 그건 어떤 기분일까. ‘고장 난 기분’과는 전혀 다를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 발표공포가 있는 내향인에게 추천! * 주목 받으면 어색해서 아무 말이나 내뱉은 경험 있는 분에게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