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트와 함께하는 여름 함께하는 여름
앙투안 콩파뇽 지음, 김병욱 옮김 / 뮤진트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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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생-소뵈르-앙-퓌제의 저택과 고향 마을을 문학 속에 들였지만, 그 후 현실에서는 그것들에서 멀어져, 브르타뉴나 남프랑스의 다른 집들에 애착을 느낀다. 하지만 그녀의 어린 시절의 그 집, 사랑으로 복원되고, 정성을 다해 가구가 갖춰지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꾸며진 그 집은 프랑스 작가들의 그 모든 집 중에서도 가장 매력적인 집이다. 나는 이 글을 쓰는 동안 그 집을 방문했고, 콜레트의 작은 방을 보았고, 정원을 위에서 아래로 그리고 아래에서 위로 걸어보았다. 모든 게 진짜였다. 그 집을 한번 방문해보길 권한다. - <클로딘의 집>과 <시도>를 읽고 난 후에. 89p.

📘그 후, 그녀는 평생 자신을 부인하며 살았다. 그녀는 작가가 아니었고, 그녀는 문학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녀가 글을 쓴 이유는 생계를 꾸리기 위해서였고, 소득을 보장받기 위해서였다. 그녀가 저널리즘을 그토록 좋아한 것은 그래서다. 시도의 두 오빠는 벨기에의 비중 있는 기자들이었고, 대장도 신문을 애독하는 독자였다. 콜레트는 저널리즘의 먹물이 피에 밴 사람이었다. 훗날 그녀가 죽었을 때 장 폴앙이, 그녀는 “소설 속으로 길을 잘못 든 대大 기자였다“라고 음흉스레 말하게 되는 것도 그래서다. 105p.

📘“나는 이름없이 뒷구멍으로 문학에 입문했다. 내가 이름을 드러내지 않은 채 일한 그 수년의 세월은 내게 겸손을 가르쳐”주었지만, 그러나 그녀는 “그녀(나) 자신의 문학에 대한 무관심”과,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지겨운 숙제“를 하듯 쓰는 그녀의 ”고통“, 즉 글쓰기의 어려움을 데뷔 시절의 그 예속 상태 탓으로 돌린다. 194p.

📘콜레트는 여러 직업을 가졌다. 사람들은 무대에 선 작가를 보러 갔고, 뮤직홀 출구에서 그녀의 책을 구매했다. 그녀의 소설들은 연극 작품으로 만들어졌고, 더러는 그녀 자신이 클로딘이나 레아 같은 작중 배역을 맡아 순회공연을 하면서 공연에 관음증의 매력을 추가했다. 235p.

📘하지만 젊은 시절, 나는 결코, 결단코 글쓰기를 갈망하지 않았다. 아니다, 나는 한밤중에 남몰래 일어나, 구두 상자 뚜껑에 연필로 시를 끼적이지 않았다! 아니다, 나는 영감받은 말들을 서풍이나 달빛에 날려 보내지 않았다. 아니다, 나는 열두 살에서 열다섯 살 사이에, 문체 숙제에서 19점이나 20점을 받지 않았다! 사실 나는, 날이 갈수록 더 분명하게 느꼈다, 정말이지 나는 글을 쓰지 않는 사람으로 태어난 거라고 느꼈다. 254p.

📝콜레트에게 ‘글쓰기’는 어떤 의미였을까. 이 책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자면 콜레트에게 글쓰기는 ‘고통’이었고, ’생계를 꾸리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일하는 동안 콜레트의 글은 대중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었다. 쓰는 것을 지속하고 있는 동안에도 콜레트의 삶은 달라질 것이 없는 나날들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그런 삶에서 콜레트가 느낀 절망감과 허무함은 어느 정도였을까.

이 책을 통해 ‘콜레트’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는데 그녀의 삶을 조금 더 입체적으로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영화 ‘콜레트’를 보았다. 영화 ’콜레트‘를 보고 다시 책을 이어 읽으면서 어떤 사람의 인생은 그 자체로 예술이 되는구나, 아니, 어쩌면 모든 사람의 인생이 그럴 수도 있겠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콜레트가 가진 여러 직업은 그녀가 얼마나 삶을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내고 표현하는지 알게 한다. 그녀는 작가였지만 글쓰기를 갈망하지 않았다. 영감을 받은 순간에 대해서 아니라 영감을 받지 않고도 계속 글을 썼던 자기 자신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글쓰기에 대해 남들과는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녀는 자신의 소설로 만들어진 연극 작품에 섰고 그 당시로는 꽤나 파격적인 모습도 선보였다. 콜레트는 문학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콜렉트는 글쓰기를 계속해 나갔다. 그것이 그녀의 운명이었을까. 가끔은 과거의 어떤 시대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럼 콜레트에게 물어볼 수 있을까. 당신의 인생이 어디에 있었느냐고, 소설 아니면 연극? 아니면 사랑? 복수? 답을 들을 수 없는 질문들이 여름밤의 공기속에서 유유히 떠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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