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려고 어른이 된 건 아니지만
이근후.나인 지음 / 자유로운상상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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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려고 어른이 된 것 아니지만- ‘마음의 나이테

 

 아침부터 덥다. 집에서 나와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가는 출근길이 땀으로 젖는다. 벌써 온열질환자 사망자가 18 으로 늘어났고 폐사된 가축은 133만 마리가 넘어섰다고 뉴스에서 보도한다. 얼마 전에는 폭우로 생활터전이 물바다가 되었는데, 이제는 폭염이 삶과 세상을 활활 불태우고 있다. 이상기후로 삶과 세상이 파괴되고 있다. 10분후에 버스가 도착한다고 안내판이 알린다. 할머니 한 분이 부채질을 하며 안내판 아래 의자에 앉아 있다. 이른 아침, 이 무더운 날씨에 어디로 가실 일이 있을까? 이 불타는 더위가 언제 수그러질까? 조금 전에 먹은 피부 항생제로 머리가 아프고 졸음이 온다.


 어제 얼굴과 목과 등에 붉은 반점이 번졌다. 급히 회사 근처 피부과에 올라갔다. 스크린에 이빨 치료 화면이 보여 웃음이 났고 내 이름이 호명되어 접수처로 다가갔다. “어디서 아프세요?”라는 질문에 울긋불긋한 얼굴을 보였다. “여기는 치과인데요.” 간호사에게 고개를 숙이고 급히 7층 피부과 올라갔다. 진료 접수를 하고 털썩 의자에 앉았다. 이제 내게도 늙음이 닥쳐왔고 죽음은 점점 가까워졌다. 팔에도 붉은 것이 피어오른다.

 

 무덥고 힘든 하루의 근무가 끝나고 버스에 올랐다. 회사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외곽길이 멀다. 이제 계약직으로 일을 하는 회사 생활이 도심에서 외곽으로 밀려났다. 한 번 더 갈아탄 버스 차창으로 북한산 자락이 다가온다. 버스 안도 덥고, 앞에 앉은 아주머니가 연신 부채질을 해댄다. ‘근후랑 나인이 전하는 마음을 조각하는 시간이라는 부제가 붙은 어른이 되려고 어른이 된 건 아니지만이라는 책을 꺼내 읽는다. 책을 읽을수록 더위가 가시고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죽음이 올 때까지 자신을 갈고 닦아야 한다고 이근후 교수님이 말씀하신다.

 

 생각해보면 노인이 된다는 것은 생물학적인 나이다. 그것은 내가 나이테를 두르고 싶어 두른 것이 아니라 세월이 가면 자연적으로 감겨 지는 나이테다. 이에 비해 마음이라는 것은 세월이 간다고 감기는 나이테가 아니다. 태어나서 생을 하직할 때까지 자기 자신이 갈고 닦고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 마음의 나이테다. 그런 생각에서 나는 가슴속에 철든 소년을 품고 사는 노인이라면 어른이라도 공경해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다. 철들지 않는 소년을 품고 사는 오인은 인격적인 성장이 고착되어 있거나 성장이 머무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러니 철든 소년을 품고 사는 인격적인 성장이 지속하는 노인은 상대적으로 어른이란 존중을 받을 만하다.

 

 전반부는 나인이 후반부는 이근후 교수가 쓴 어른이 되려고 어른이 된 건 아니지만이라는 책은 삶의 고통을 마주보고 견뎌낼 지혜로 가득하다. 90살 나이테가 새겨진 이근후 교수는 변화를 말씀하신다. 삶과 세상은 끊임없이 변한다.


 세상 만물은 변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없고라는 글귀가 있다. 우리가 보기에는 산천은 의구(옛날 그대로 변함없이)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변화하는 속도가 늦어 우리가 감지하지 못할 뿐 변한다. 그 증거로 지구가 탄생하고 지구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 오랜 세월을 두고 생각해 본다면 변해도 많이 변했을 것이다.

 

 삶과 세상은 변한다. 그 변화하는 속도에 따라 사람도 변하고 늙어간다. 나이를 먹고 늙어가는 세월 속에 내가 그 얼마나 마음을 갈고 닦았는지 생각해보면 아찔하다. 나로 인해 이 세상에 고통을 받은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왜 그때 그렇게 어리석은 결정을 내렸을까? 끊이지 않는 이런 생각에 괴롭고 슬프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던 마음이 이제는 후회된다. 아울러 내 어리석은 생각과 행동을 반성한다.

 

 마음이 변한다면 어떻게 변하는 게 바람직할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나에게 영향을 주는 자연 그리고 내가 사는 공간과 시간 그리고 모여 사는 사람들과의 사이에 대인관계 등을 그것에 맞게 적절하게 변화하면서 적응한다면 그는 현실 검증이 뛰어난 마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에겐 삶을 통하여 이 마음이 변화하는 계기가 있다. 자기는 가만히 있는데 마음만 변한다. 그런 일은 없다.

 

 세월은 우리에게 약도 되고, 스승이 된다는 것을 항상 마음에 두고 살아갈 수 있다면 삶은 좀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내일에 하나 뿐인 아들이 먼 타국으로 돌아간다. 오랜 학업 끝에 이제야 취업이 되어 서울에서 취업비자를 받고 교육을 마쳤다. 아이는 이제 서른이 가까워진다. “어른이 되려고 어른이 된 건 아니지만이라는 책에서 나인은 이렇게 서른을 말한다. 지나갔지만 내게도 고민하던 서른이 있었다.

 

 서른. 서른을 압박하는 많은 것 중에 사회적으로 이름을 떨치고 부를 축적하는 입신양명 즉, ‘성공이 새겨져 있다면 너뮤 이른 욕심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나는 성공을 품기 전에 자신을 품어야 하고, 성공보다는 충족의 의미를 파고들어 삶의 가치를 깨닫게 해 주어야 한다고 나의 서른에게 말해 주고 싶다.

 

 살면서 점점 크게 와닿는 것은, 나를 지켜주는 것은 남으로부터 얻은 것이 아닌, 나 스스로 온갖 발품으로 찾은 것과, 나의 가슴으로 깨달은 것, 그리고 내 손끝으로 옮긴 행동이었다. 몇 번이야 남이 주는 것과 내가 찾은 것이 똑 같은 결괏값을 주는 것 같아도 멀리 보면 남에게 얻는 것은 오래 머물러주지 아니하고, 내가 얻은 것이 나를 돕는다는 겻을 알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리가 알고 있던 입신과 양명은, 돈과 명예의 유형적인 성공이 아닌, 스스로의 가치와 의미를 다시 세우고,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고 배를 불리는 유형보다 더욱 선명한 무형의 자산이 나만의 삶으로 새겨 설령, 누구보다 성공할 자신이 없다 해도, 적어도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해석으로 나아가면 된다. 그게 서른에 할 일이다.

 

 아이에게 위의 문장을 얘기하고 어른이 되려고 어른이 된 건 아니지만이라는 책을 권했다. 아이는 며칠 동안 책을 재미있게 읽고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내일 먼 타국으로 갈 때 책을 가져간다고 했다. 아이의 서른이 나인의 글처럼 행복의 출발점이 되면 좋겠다. 마음의 나이테가 굵어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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