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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의 프레임 - 우리는 왜 가짜에 더 끌리는가
샌더 밴 데어 린덴 지음, 문희경 옮김 / 세계사 / 2024년 6월
평점 :

『거짓의 프레임』 샌더 밴 데어 린덴 지음 문혜경 옮김 – ‘우리는 왜 가짜에 더 끌리는가’
아침부터 하늘은 온통 잿빛으로 빠르게 흐른다. 중부지방을 할퀸 장마전선이 또 남부지방으로 내려갔다. 오르락내리락 장마전선이 삶과 세상을 파괴하고 죽음을 부른다. 우중충한 홍제천변이 마을버스 차창으로 흘러갔다. 3호선 지하철 H역에서 마을버스에서 내려 지하로 내려갔다. 습기 먹은 더위는 지하까지 끈질기게 따라왔다. 드르륵 드르륵, 지하 선로를 긁는 소리가 지하철 승강장을 찢어발긴다. 지하철에 오르자마자 에어컨 아래에 서서 땀을 닦는다. 내 옆 서있는 남자의 스마트폰에 주식그래프가 그려지고, 앞에 앉은 남자의 스마트폰은 유튜브(youtube) 동영상이 재생된다. 많은 승객들이 오늘도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있고, 나도 폰을 꺼내 뉴스와 날씨를 검색한다. 세계의 뉴스와 정보가 인터넷을 타고 미친 듯이 스마트폰에 뜬다. 어느 정보가 믿을 수 있는 진실일까?
3호선 지하철 A역에서 지하철에 오른 여자의 손에 책이 들려있었다. 내 옆에 선 그 분은 정신없이 책에 빠져 있었다. 이제는 책도 스마트폰으로 읽는 시대인데, 아직도 종이책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내 가방에도 늘 책이 있다. 오늘은 샌더 밴 데어 린덴 쓴 『거짓의 프레임』이라는 책을 들고 나왔다. ‘우리는 왜 가짜에 더 끌리는가’라는 부제목이 붙은 이 책은 범람하는 정보의 거짓과 진실을 말한다. 심지어 거짓의 정보가 죽음을 부르고 삶과 세상을 파괴한다.
인도 최남단에 자리한 타밀나두주 아티무어는 인구 3,000명이 채 되지 않는 한적한 마을이다. 2018년 5월 8일 예순다섯 살의 루크마니와 가족들은 타밀나두주 주도인 첸나이에서 출발해 가족 사원으로 가는 길에 이 지역을 지났다. 그들은 가다가 차를 세우고 동네 아이들에게 초콜릿을 나눠주었다. 그리고 근처에 있던 노파에게 길을 물었다. 그런데 그들이 모르는 사이 그 노파는 마을 사람들에게 루크마니 가족이 사람들이 경고하던 아동 인신매매범인 것 같다는 말을 퍼뜨렸다.
얼마 뒤 성난 마을 사람들이 200명 넘게 몰려와 차를 뒤엎고 그들을 구타해 결국 루크마니를 죽이고 나머지 가족에게 중상을 입혔다. 이튿날 아티무어에서 200킬로미터 떨어진 풀리캇에서도 마을 사람 90명이 서른 살의 노숙인을 아동 납치범으로 몰아 살해했다. 마을 사람들은 노숙인의 눈 한쪽을 파내고 목에 올가미를 씌워 시신을 다리에 매달았다. 인도 전역에서 이와 유사한 사적 보복이 발생했고, 한 해 동안 20명 넘는 사람이 과격한 군중 손에 죽었다. 물론 여기서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아동 인신매매 소문이 어디서 시작됐고, 어떻게 그렇게 빠르고 널리 퍼져나갈 수 있었을까? 다들 짐작하듯 왓츠앱이다.
왓츠앱과 다른 소셜미디어가 거대한 사회적 긴장을 유발하는 근본 원인은 아닐지라도 잘못된 정보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다. 소셜미디어 기술은 정보가 확산하는 방식과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소통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하지만 현대의 포퓰리즘 정치와 2,000년 전 옥타비아누스 황제가 외국인을 향한 편견을 등에 업고 벌인 명예훼손 캠페인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소셜미디어는 편견을 형성하고, 편견에 영향을 미치고, 편견을 증폭시키는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
지하철 3호선 T역에서 지상으로 올라와 갈아탄 버스 안에서 메시지가 왔다. 외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라인(LINE) 아이디를 주며 친구를 추가하고 메시지를 달라고 한다. 곧 한국 인천공항에 온다며 마중을 나오라고 덧붙였다. 라인에서 그 아이디를 검색한다. 젊고 여인이 바다를 배경으로 찍은 모습이 아름답다. 이토록 아름다운 여인이 어떻게 내게 메시지를 전송했을까? 내 전화번호가 어떻게 소셜미디어에 노출되었을까? 이제는 이런 가상의 세계에 사는 시대가 되었다.
『거짓의 프레임』이라는 책에서 어떤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와 상관없이 그 주장의 진실성의 믿음은 그 주장이 반복되는 횟수에 따라 증가하는 것을 진실 착각 효과(illusory truth effect)라고 한다.
이런 현상이 갖는 함의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대량 이민은 절망적이게도 통제 불능이다” “여성들에게는 정상에 오르려는 야망이 없다” “지구 온난화는 사기극이다.” 과연 거짓말을 반복하면 진실에 더 가깝게 느껴질까? 그리 놀랍지 않게도 선전 전문가들은 심리학자들이 이를 과학 실험으로 휠씬 전부터 직감으로 알았다. 실례로 나치 독일의 악명 높은 선전가 파울 요제프 괴벨스Paul Joseph Goebbelssms ‘큰 거짓말’Big Lie 법칙에 관한 글에서 자주 이렇게 언급했다. “거짓말을 충분히 큰 목소리로 반복해 말하면 사람들은 결국 믿는다,”
어제 뉴스에서 미국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 피격 사건을 속보로 보도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현장에서 불법이민자에 대해 비판하던 트럼프가 피격되었다. 저격자가 쏜 총알이 트럼프의 오른쪽 귀를 스쳐지나갔다. 피를 흘리며 경호원들에 둘러싸인 트럼프는 주먹을 들며 “FIRED”라고 외치며 연단을 내려가서 대피했다. 세계적으로 민주주의 외치는 미국은 오래 전에 인종주의적이고 극우적인 주장 난무하고 있다. 『거짓의 프레임』이라는 책에서 거짓말을 외치는 트럼프를 말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누구보다 이 사실을 잘 안다. 그는 2020년 대선이 조작됐고 자신이 승리를 도둑맞았다고 반복해 주장했으며, 이 주장은 그가 애용하는 ‘큰 거짓말’이 됐다. 그런데 터무니없는 주장을 되풀이한다고 해서 실제로 사람들이 그 주장을 믿어줄 가능성이 커질까? 2022년 유고브YouGov의 여론조사에서 이처럼 큰 거짓말을 반복하는 기법의 위력이 드러난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유권자의 약 75%는 트럼프의 거짓말을 반박하는 증거가 압도적으로 많아도 거짓말을 계속해서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리학 연구애서도 큰 거짓말 법칙의 효과가 확인된다.
국내 정치는 어떻게 되어 가는가? 여당과 야당이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있다. 어느 사안에 대해 여당과 야당은 ‘가짜 뉴스’리며 서로를 비판하고 공격한다. 서로를 위한 참된 대화는 오래 전에 사라지고 말았다. 여야는 여러 현안의 차이로 아직도 국회개원식도 못하고 있다. ‘거짓의 프레임’안에서 가짜를 깨부수고 서민을 위해 진실을 말하는 양심적인 정치인이 언제 다시 나타날까.
잘못된 정보가 퍼져나가는 것도 어느 한 사람이 그 정보를 공유하면서 시작되고, 또 한 사람에게서 잘못된 정보의 확산이 멈추기도 한다. 이제 개인의 저항력을 사회의 집단 면역으로 바꿔보자. 당신에게 맡기겠다. 진실이 당신과 함께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