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가는 가장 먼 길 - 임성순 여행 에세이
임성순 지음 / 행북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임성순 여행 에세이’ 집으로 돌아가는 가장 먼 길』 임성순 지음 행:북 – 고타드 패스 오토바이 투어 Gotthardpass motorcycle tour

 

 3호선 지하철A역에서 내려 지상으로 오르자마자 매서운 바람이 불어왔다버스정류장에 서있는 사람들이 강추위에 벌벌 떨고 있었다추위는 도심으로 달리는 버스까지 끈질기게 따라왔다히터heater를 틀지 않은 버스 안은 냉동실처럼 싸늘했다고궁古宮을 스쳐 달리는 버스는 Y터널에 삼켜지고, 3차선의 굽은 터널 안은 차들로 콱 막혀있었다곧 뒤따라온 앰뷸런스와 소방차 사이렌 소리가 어둠을 찢어발겼다소방차를 뒤따라 살금살금 Y터널을 벗어나는 차창으로 쓰러진 오토바이와 멈춰있는 승용차가 보였다충돌로 쓰러져 있었다헬멧을 쓴 채 교통정리를 하는 오토바이 라이더가 차창에서 멀어졌다.


 임성순 작가가 쓴 여행 에세이 집으로 돌아가는 가장 먼 길이라는 책을 읽었다이 책은 유럽을 달리는 가슴 벅찬 오토바이 여행기다컨설턴트라는 소설을 쓴 이 작가는 두카티ducati가 알프스를 넘는 유튜브를 보고 유럽 오토바이 여행을 꿈꾼다그 아름다운 꿈이 현실이 되는 결정적인 이유는 이십대의 작가가 만난 가수 김광석이었다김광석 가수는 마흔살이 넘으면 할리데이비슨harleydavidson을 타고 세계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어린 작가에게 말했다하지만 가수는 마흔살이 되기 전에 이 세상을 떠났고그의 노래와 언어는 작가에게 남아 소용돌이쳤다.

 

 그 생각이 떠오르자 아아이건 밀린 숙제 같은 거구나’ 싶습니다그렇게 납득하지 못했던 여행 방식에 비로소 수긍하게 됐죠그러자 목표가 분명해졌습니다. ‘눈이 와서 길이 막히기 전에 알프스 넘기.’

 

 임성순 작가의 허스크바나husqvarna 오토바이가 모스크바moscow를 떠나 라트비아를 거쳐 리투아니아 항구도시 클라이페다klaipėda에서 발트 해를 건넌다코펜하겐Copenhagen에 도착한 오토바이는 함부르크hamburg를 지나 예나jena까지 빗속의 아우토반autobahn을 최고 시속 170킬로미터로 질주한다아우토반에서 덤프에 추월당하면 오토바이가 날아가기 때문이다베트남 오토바이 여행에서 나는 그토록 미친 듯이 달려본 적이 없다오토바이에 올라 체사레 파베세Cesare Pavese와 프리모 레비Primo Levi가 글을 쓰던 이탈리아 토리노torino를 출발하여 포강river Po을 따라 아드리아 바다로 달리는 것이 숙제로 남아있다어쨌든 혼자 달리는 오토바이 투어는 갈기갈기 찢어지는 육체와 정신과 싸움이다달리는 오토바이에 육체와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숙소로 돌아와 침대에 눕습니다온몸이 다 쑤시네요그래서 스스로에게 묻습니다무슨 영화를 누리려고 이 미친 짓을 하기로 한 거지?

 

 오토바이는 또 다시 달린다독일 예나를 출발하여 스위스 안데르마트andermatt를 지난 오토바이가 드디어 알프스 고타드 고개Gotthardpass에 올랐다작가의 오토바이 여행은 아직도 절반을 넘지 않았다달려가야 할 길은 멀고 위험하다.

 

 고타드 고개 정상에서 귀가 떨어져나갈 것 같은 추위를 느끼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한랭전선에 패하길 잘했구나일주일간의 비썩어가는 신발··· 다 이걸 위한 거였구나오길 잘했다.’

 

 여행은 이제 막 반도 지나지 않은 참입니다가야 할 길은 아직 많이 남았고집은 여전히 아주 먼 곳에 있습니다그리고 남은 여정도 썩어가는 신발과 함께해야 합니다목표를 이뤘다고혹은 실패했다고 그걸로 끝은 아닙니다문제는 여전히 문제고가야 할 길은 아직 멉니다.

 

 고타드 고개를 넘은 오토바이는 이탈리아 코모como, 베네치아venezia를 지나 슬로베니아 류블랴나Ljubljana에 도착한 후 플라트비체 국립공원Plitvička jezera으로 가는 길에 사고를 당한다.

 

 신발과 오토바이가 온통 흙투성이가 된 채 산길에서 겨우 빠져나왔을 때 양손이 덜덜 떨리고 다리는 근육통으로 서 있기조차 힘들었습니다진짜 웃긴 건 이제 정오였고저는 아직 플라트비체 국립공원에 가겠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는 거죠지금 생각해 보면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이상한 길에서 빠져나와 다시 달리기 시작합니다그리고 여행 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커브 길에서 미끄러집니다저는 그대로 도로 밖으로 튕겨나가 버렸습니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은 임성순 작가의 오토바이 여행은 계속된다플라트비체에서 자다르로 넘어가는 길에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만난다.

 

 ‘세상은 아름답구나내가 상상하던 것보다 훨씬.’

 

 이토록 아름다운 오토바이 여행은 아드리아 해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Dubrovnik에서 이탈리아 남부 바리bari로 이어진다이탈리아 남부를 달린 오토바이는 로마와 제노바를 지나 프랑스 남부를 통과한 후 스페인 바르셀로나까지 달린다티레니아 해와 발레아레스 해의 푸른 파도가 고독한 오토바이를 반긴다오토바이 여행은 발렌시아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임성순 작가의 오토바이에 투어에 존경심으로 머리를 숙인다.

 

 저는 오토바이를 몰고 고타드 옛길로 들어갔습니다첫눈과 서리를 맞아 하얗게 빛나는 길바닥의 돌들은 마치 흰 성벽 같았고그런 하얀색 길이 청록색의 차가운 호수를 끼고 고지로 쭉 이어져 있었습니다돌과 눈으로 이뤄진 고지를 둘러싼 봉우리들은 차갑고 선명하게 빛났고그 모습은 너무 아름다워 조금쯤 슬펐습니다어떤 경외심이 이내 제 안으로 흘러 들어와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세상은 실존하며내가 살아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코로나로 끊겼던 나의 오토바이 투어는 언제 다시 이어질까새벽 3시에 오토바이에 올라 어둠과 싸우며 달리던 베트남 하장 길Hà Giang Loop이 그립다빗속을 뚫고 달렸던 그 험난한 길에서 나는 아름다운 삶과 세상을 만났다그 사람들은 아직도 나를 기억할까지금 그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임성순 작가의 집으로 돌아가는 가장 먼 길이라는 책으로 다시 오토바이 투어를 꿈꾸게 되었다오토바이 투어는 나약한 자신의 삶과 싸움이다부디 그 아름다운 싸움의 길이 하루빨리 열리길 소망한다그 길은 살아있음이며 자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