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2
구드룬 파우제방 지음, 함미라 옮김, 최혜란 그림 / 보물창고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실험을 했다. 미국이나 일본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다른 나라들과 연합해 북한을 제재하기에 바쁘다. 미사일보다 더 큰 핵폭탄을 가진 미국이 말이다. 그들은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일까? 존재의 여부도 불확실한 북핵에 대한 불안감일까? 핵으로 인해 그들에게 던져질 미래일까? 경험해 보지 못한 미래가 더 무섭다. 아니다. 경험해 전해 들은 수많은 정보가 더 무섭다.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세계는 우리의 것이 아니라 미래의 후손들에게서 빌려 쓰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 우리들 그들의 것을 훼손없이 제대로 돌려 줄수 있어야한다. 꼭 그래야한다.
롤란트의 가족은 외가가 있는 쉐벤보른에서 휴가를 보내기 위해 떠난다. 가족들 모두 휴가의 달콤함에 들뜬 마음이었지만 그 기분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갑작스런 섬광으로 그렇게 악몽같은 현실이 시작되었다. 섬광과 돌풍은 순식간에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있을 수 없는 일,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 후에 그들에게 닥친 운명은 악몽같았다. 차라리 꿈이었다면 현실에서 벌어질 수 없는 일이라면 책을 읽어내려가는 동안의 오싹함은 한 편의 영화를 보았다고 여기면 될 것이다. 하지만 롤란트의 가족이 겪는 현실이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이 더 공포를 주었다. 직접적인 핵폭발의 피해 지역은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아무 것도. 방사능의 오염이 잇달아 살아있는 사람들을 빨아들였다. 그 거대한 손아귀의 힘 앞에 살아있는 사람들의 목숨은 너무나 나약했다. 한 움큼씩 뽑히는 머리카락과 끝없는 갈증으로 쓰러져가고 무섭게 번져가는 전염병으로 나뒹굴게 되었다. 연이은 전염병과 추위는 굶주림을 불러 왔고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몸부림쳤다. 그들은 그들 앞에 무엇이 있는지 예감하면서도 아무 것도 깨달으려고 하지 않고 아무것도 알려고 아지 않았다.
폭발 이전에 가꾼 농작물로 근근히 버티던 사람들은 추위과 굶주림으로 죽어가며 자신의 생존을 위해 도덕이나 철학은 던져 두었다. 먹이를 차지하려 다투는 금수와 다를 것이 없었다. 그들의 그런 행동들이 잘못되었다고 느껴지지가 않았다. 그런 상황이라면 나 역시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천벌 받을 부모들.’아이들이 모여 있는 성 벽에 써 있는 낙서이다. 그 아이들은 왜 그들의 부모에게 그런 저주를 남겼을까?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그 낙서는 아이들의 원망으로 절어 있다. 이미 전쟁을 겪었던 부모들의 세대들이 그 무서움을 그들에게 넘겨주었음을 원망하는 것 같다.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불안한 현 세태를 보면서 우리의 아이들에게서, 또 그 아이들에게서 받은 그 소리가 귀에서 맴돈다.
엄마가 아기를 가졌다. 살아남은 자들도 살아가기 힘든 상황에서 또다른 생명의 잉태는 불행이었다. 그래도 엄마는 태어날 아기를 위해 집으로 돌아가기를 고집한다. 눈으로 확인하지 않는 것에 희망을 실어 고집스럽게 집으로 향하던 엄마에게 돌아온 것은 황폐해질 대로 황폐해진 허허벌판이었다. 그렇게 집으로 다시 돌아온 엄마는 눈이 없는 기형아 동생을 남기고 눈을 감는다. 아기를 낳은 탓도 있지만 그게 아니어도 희망을 잃어버린 엄마는 무너졌을 것이다. 언젠가는 돌아갈 내 집과 그곳에 가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그 때로 돌아갈 수 있으리란 희망이 엄마를 지탱해 주었는지 모른다. 아빠는 눈과 손이 없는 동생을 상자에 담아 밖으로 나간다. 빈 상자를 들고 돌아온다. 누가 아빠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릴 수 있을까? 그저 한 순간의 태풍처럼 스쳐갈 일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살아남은 자의 몸 속에는 악마의 싹이 함께 자라고 있었다. 그 싹은 농작물에도 영향을 미쳐 말라죽고 새로운 변종을 만들어 냈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그 희망은 이런 상황을 가져온 어른을 천벌 받을 사람이라고 저주하고 살인자라 손가락질하는 아이들에게 있었다. 학교를 세우고 아이들에게 지나간 과거를 가르치는 아빠는 이제 열일곱이 된 롤란트에게 학교를 맡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