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개미 100마리가 발발발 I LOVE 그림책
엘리너 핀체스 지음, 보니 맥케인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 전에 텃밭을 다녀왔다. 산 중턱에 있는 자그마한 밭이라 유난히 개미가 많았다. 윤이 반질반질나는 큼지막한 산개미에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작은 개미까지 심어 놓은 농작물 사이를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때론 상추를 뜯으며 도리어 개미에게 물리기도 하면서 죽이기도 했지만 그들도 먹고 살고자 하는 본능에 충실함을 알기에 그들과의 공생을 작정했다. 한번은 유난히 우글거리는 개미들 사이에서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상추를 쑥 뽑았는데 그곳에서 나오는 수많은 하얀 알갱이에 자지러졌다. 물론 개미들도 난리법석이었고 말이다. 징그럽다는 느낌 뒤에 따라오는 미안함. 그 알갱이가 개미의 유충일거란 생각에 나보다 더 놀랬을 개미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서둘러 흙을 덮어주고 행여나 마를까 싶어 잎사귀까지 하나 얹어주었다.
‘배고픈 개미 100마리가 발발발’이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그 밭에서 정말 ‘발발발’거리던 개미들이 모습이 눈에 선했다. 개미와 판화의 공통점인 검은 색이 녹두빛과 포도빛의 표지가 생경함으로 다가왔다. 배고픈 개미 100마리가 오글거리는 언덕에서 먹거리를 찾아 줄지어 가는 개미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멀리 누군가의 소풍으로 펼쳐진 자리에서 솔솔 풍겨오는 냄새는 개미들의 위험한 소풍을 부추긴다. 그 냄새를 맡은 것은 비단 개미들만은 아니니까 말이다. 한줄로 길게 늘어선 개미들은 조금이라도 빨리 가려고 행렬을 정비한다. 더딘만큼 자신들의 몫이 줄어든다는 절박함이 있어서다. 50마리씩 두 줄로, 25마리씩 네 줄로, 20마리씩 네 줄로 줄은 바꾸는 동안 개미들의 배속에서 울리는 꼬르륵꼬르륵 소리는 높아만 간다. 하지만 그들이 줄을 바꾸는 동안 그들을 스쳐 지나가는 동물들의 손 위엔 먹을거리가 수북한다. 맛난 음식을 오물거리는 동물들의 불룩한 볼이 식욕을 돋운다. 책 장마다 색과 모양을 달라하며 스쳐가는 고운 꽃들도 개미들의 줄맞추기를 고운 눈길로 지켜보고 있다.
드디어 열 마리씩 열 줄로 노래하며 행진한 그들의 눈에 들어 온 것은 텅 비워진 접시를 보며 그들은 경악한다. 너무나 깨끗하게 비워진 그릇들은 배에서 나오는 꼬르륵 소리를 더 크게 울리게 한다. 줄을 맞추느라 너무 더디게 왔음을 책망하는 작은 개미의 뒤에 배고픈 개미 99마리가 떼를 지어 오르르 몰려가고 있다. 이제 두 줄도 네 줄도 소용없다. 단지 잽싸게 꽁무니를 빼는 작은 개미를 쫓아 발발발 달려갈 뿐이다.
제 몸무게의 몇 배나 되는 먹이를 지고 휘청거리는 발걸음으로 줄지어 가는 개미를 쪼그리고 앉아 마냥 구경하고 있던 때가 있었다. 그 놀라운 힘에 경이로움을 느꼈었다. 왠지 그들이 왜 한 줄로만 다니는지 슬며시 이해가 되었다. 그래, 조금더 빨리 가려고 줄 맞추다 보면 힘들게 얻은 먹이를 빼앗길지 몰라. 수학 동화로 나눗셈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주고 있지만 수학의 재미보다는 판화로 새겨진 개미들과 동물들의 살아있는 표정이 더 가슴에 남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