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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이를 위해 건배 ㅣ 열린어린이 창작동화 9
에밀리 체니 네빌 지음, 최순희 옮김, 이형진 그림 / 열린어린이 / 2008년 10월
평점 :
우리집 아이들의 소원은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하는 것이다. 아파트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이기에 낯선 환경에 대한 동경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큰 이유는 애완동물을 키우기 위해서이다. 공동 주거 공간이라는 이유를 대고 법까지 들먹이면서 반대하는 어른들이 버티고 있기에 가능한 공간으로의 이주를 꿈꾼다. 사실 아이들이 강아지를 좋아하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서워하기도 한다. 이런 아이들의 심사엔 반대하니까 더욱 애가 닳는 것은 아닐런지.
개가 교육적인 동물이라는 아버지의 말씀에 대뜸 고양이로 응수하는 데이브. 열네 살의 사춘기 소년이다. 아버지와의 의견 충돌 때마다 위로를 받는 이웃의 왕따 케이트 아줌마를 통해 냥이를 집에 들여온 데이브는 냥이를 통해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 나간다. 무엇보다 가장 먼저 이웃들에게 이상한 아줌마(‘나홀로집에’에 나오는 비둘기 아줌마와 같은 인상이 아닐까한다.)로 통하는 케이트 아줌마를 만나고 소심한 엄마에게 아줌마를 소개해 준다. 그저 이상한 아줌마로만 알았던 케이트 아줌마에게도 아픔이 있다. 데이브는 한 사람은 돈만 사랑하고 다른 한 사람은 고양이만 사랑하며 살도록 만든 부모들이 궁금해 진다. 아줌마의 부모라는 거울을 통해 자신의 부모님을 비추어 본다. 잔소리꾼이지만 그것이 애정이 묻은 잔소리라는 건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다.
냥이를 통해 만나 또 한 사람, 톰. 밖으로 돌아다니다 지하실에 갇힌 냥이를 구해주다 만난 톰도 아버지에게 받은 상처가 크다. 자신을 버리고 연락을 끊어버려 결국 대학을 자퇴하고 일자리를 찾아 다니던 톰을 만난 것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계속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보다 자신이 부모로부터 버려졌다는 막막함은 나이를 떠나서 큰 충격이 된다. 변호사로서 톰의 문제를 함께 의논해 주는 아버지의 모습은 데이브에게 또다른 아버지의 한면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눈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눈이 모두 같은 모습을 보지는 않는 것 같다. 각자의 눈으로 바라보고 그 차이에 분노하고 슬퍼하고 애증을 드러낸다. 나와 같지 않음이 서로에게 자신을 겨눈 칼처럼 다가오는 모양이다. 그래서 애정 담긴 아버지의 잔소리와 참견이 데이브에겐 자신을 믿지 못하고 투덜거리는 아버지의 모습으로 보여진 건 아닐까한다.
늘 자신이 주도권을 쥔 대장이어야 하는 친구 닉과 함께 한 나들이에서 만나게 된 메리다. 비트족(귀에 귀걸이를 몇 개씩하고 가죽 바지에 둘쑥날쑥안 앞머리를 한 모습이 연상된다.) 엄마와 철학자 아빠를 둔 메리의 모습도 그리 행복해 보이지는 않는다. 겨우 공통 부분을 잇닿은 동그라니 세 개라고나 할까? 역시 데이브는 메리 부모를 통해 자신이 진짜 부모를 가졌음을 깨닫는다.
냥이를 위해 데이브는 냥이를 거세한다. 프로이드의 정신분석 이론이 머리를 스친다. 남자 아이들이 한번씩은 아버지가 자신을 거세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아버지와의 관계를 정립한다는 조금은 거부감 느껴지던 이론. 데이브가 스스로 냥이의 안전을 위해서라곤 하지만 냥이를 거세시키며 스스로 자신이 아버지에 대해 갖고 있던 거세의 불안감을 냥이를 통해 해소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토록 거부감으로 제한을 두던 고양이인데 아버지 스스로 새끼 고양이를 다시 집에 들이며 둘의 관계를 그렇게 묶여 나갔다.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이름으로. 톰은 말한다. 데이브와 아버지가 줄곧 티격태격하는 이유의 절반이 두 사람이 너무나도 닮았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그렇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자신의 못난 모습을 너무도 빼닮아버린 내 자식을 보며 나와 같은 삶을 살까 걱정하며 분노하는 것이 부모라는 것을 경험으로 깨닫고 있다. 서로에게 거울이 되어주며 나를 들여다 볼 수 있게 해 준 냥이를 위해 건배를 든다. 나도 내 아이들을 위해 건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