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이 된 친구들 (그림책 + 한글자모스티커 + 놀이용공책) - 한글자모 예술놀이책 -1 재미마주 A'Q시리즈
이호백 글.그림 / 재미마주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그림책을 공부하면서 우리나라와 독특한 부분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 바로 알파벳그림책이었다. 이젠 만국공용어가 되어버린 영어의 알파벳이 다양한 형태의 그림책으로 출간되고 있었다. 단순히 첫글자로 시작하는 단어를 그림으로 그려놓은 개념책 정도가 아니라 동사나 형용사를 알아볼 수 있도록 구성한 책들도 있었다.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글 속에는 알파벳으로 시작하는 그 무엇도 주지 않고 글로 추론해 그림과 연결짓는 고단수의 책들도 많이 있었다. 그야말로 단순히 알파벳을 알려주는 학습보다는 다양한 구성으로 아이들과 즐기며 놀 수 있다는 생각에 무엇보다 그 책들이 부러웠다.

언젠가 아프리카의 한 부족에게 우리의 한글을 가르쳤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문자와 말이 없던 그들에게 여러 가지 언어를 가르쳐 보았지만 한글만큼 쉽고 이해하기 쉬운 문자는 없다는 말과 함께. 짧은 기간 동안 그들은 한글을 배우고 말로 글로 표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세상의 어떤 언어든 한글로 표현되지 않는 문자는 없다고 한다.

아이들은 그런 한글을 배우며 진저리를 칠까? 그 이유는 아마도 한글이 놀이가 아닌 공부로, 전쟁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엄마와 함께 그림책을 읽으며 동네 재래 시장으로 가는 길목의 간판 속에서 제 이름 글자를 찾으며 한글을 배운 울 아이들에게 글은 놀이였다. 자모음으로 된 자석을 냉장고에 붙이며 무슨 글자인지도 모를 글자를 붙여 놓고 자신의 활동이 글자를 만들어 낸다는 기쁨으로 한글을 만났다. 그래서인지 책읽기를 좋아하고 국어 공부는 거저하는 아이들을 보며 엄마로서 아이에게 해 준 유일한 선물인거 같아 뿌듯하다.

‘한글이 된 친구들’세상에 친구만큼 좋은 사람이 또 있을까? 아이들에게 부모만큼, 아니 어느 땐 그 이상의 위로와 즐거움을 주는 이가 바로 친구이다. 일단 제목에서 한글과 친구가 만났다는 것이 좋았다. 색깔도 선명한 빨간색에 노랑, 파랑, 흰색의 자음과 모음이 만들어 내는 알콩달콩한 그림들이 시선을 끈다. 자모음으로 이렇게 다양하고 앙증맞은 그림들이 나오리라고 상상도 못했다. 나도 어느새 그저 한글을 글로서만 본 모양이다. 기구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자모음들은 무언가 되고 싶어했다. 뒤편에 담겨 있는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스티커를 이용해 아이들도 뭔가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젠 부쩍 커버려 한글로 논다는 것이 유치할 수 있는 아이들도 슬쩍슬쩍 넘겨보며 관심을 보인다. 작가의 기발함에 탄성을 올리며 말도 안되는 동물을 만들어 놓고는 우긴다. 어느새 책이 우리 가족들의 새로운 놀이기구로 중심이 놓여 있었다.

정말 자음과 모음이 아이들을 공부로 몰아가는 첫 단추가 아닌 즐거움의 시작이고 그 부산물로 한글을 알게 되어 우리 글과 만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책에 담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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