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단 한번의 약속 - 김수연 산문집
김수연 지음 / 문이당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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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슬프고 가슴 아픈 일이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는 부모의 마음이 아닐까한다. 부모는 땅에 묻지만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고 하지 않는가. 목사님이라는 겉옷만을 보고 조금은 어렵고 윗분인 것만 같아서 마음으로 다가서기 힘든 분이라고 생각했다. 깊은 신앙심을 지니지는 못했지만 종교인으로서의 삶은 인간의 선택이 아닌 하늘의 사명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만큼 어렵고 힘든 일일 것이다. 신은 당신의 사랑을 더 많은 시련과 아픔을 통해 보여주신다고 하지만 인간의 굴레를 벗지 못한 나약한 존재로서 그것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방송국 기자라는 잘나가는 타이틀을 벗어던지고 아무 것도 손에 쥐지 않고 도리어 내 것을 내어주면서 세상을 책을 통해 열어가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래서 더욱 고개가 숙여지는 것이다.

참 부끄럽게도 모태 신앙이라는 축복을 받았지만 인간의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신앙을 지켜내지 못한 사람이라 김수연 목사님의 삶에 더욱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 변명이라면 변명이지만 사실 한국 교회에 대한 실망감이 신앙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게 한 이유라고 뻔뻔스런 변명을 해 본다. 개척교회나 큰 교회나 ‘내 교회, 내 식구’를 챙기고 더욱 큰 성전, 더 화려한 성전을 세우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 실망을 많이 했다. 어린 시절부터 주일 학교를 다니고 성당을 다니며 교리 공부를 하면서 가슴에 새겨 두었던 말은 ‘교회란 땅 위에 세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 속에 자리한 것이라 한 사람이 모이든 두 사람이 모이든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 모인 곳이면 어디든 교회’라는 말씀이었다. 신앙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던 철부지가 어떻게 그 말을 깊이 새겨두었던지 몇 십 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진리하고 여겼다. 그래서인지 화려한 성전을 짓기보다 책으로 세상의 벽을 허문 목사님의 신앙 생활에 먼저 공감하게 되었다.

세계 제일의 IT공화국으로 모든 것이 영상으로 이어지는 세대에 활자를 매체로 하는 책은 퇴물이 될 것임을 예상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책은 아직도 굳건하게 자신의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영상과는 또다른 매력이 책에 있음이다. 책의 역사가 하루 아침이 이루어지지 않았듯 그리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책이 귀하고 부모님이 책을 읽어주며 키워주시던 시대에 태어나지 못해 영상으로 책을 본다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인지 아직까지도 사각거리는 책장 넘기는 소리가 좋고 손 끝에 닿는 책의 느낌이 좋은 구 시대인이다. 아이에게도 책을 첫 장난감으로 주고 하루하루 좁아져 가는 책꽂이는 바라보는 일이 즐겁고 벽면 가득히 채워져 있는 책장을 바라보는 일이 배부르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그 책을 다른 사람들과 나눈다는 일을 생각하지 못했다. 책을 나누는 일이 하늘로 먼저 보낸 자식과의 굳은 약속이라고 하지만 그 약속을 실천하는 삶을 사는 모습은 아무나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이 아니다. 그래서 목사님의 삶에 두 번 째로 고개가 숙여진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감동보다는 내 삶을 돌아보며 부끄러움이 더 컸다. 자식을 먼저 보낸 아버지가 아닌 굳건한 신앙을 이끌어주시는 목사님이 아닌 인간 김수연님의 삶이 내 남은 시간을 지나간 시간과는 다르게 살아가는 새로운 이정표가 되어 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 느낌이 무엇보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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