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조원희 지음 / 이야기꽃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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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가....중학교 때 한문 선생님이 참 좋으신 분이었다. 국문학을 전공하셨지만 어찌하다보닌 신입 교사로 한문 과목을 맡게 되셨다. 그때 한문에 대해 제대로 공부를 하게 되고 고등학교 때까지 한문 과목에 대한 두려움 없이 점수를 딸 수 있었다. 이 글자는 집 면(?)과 돼지 시(豕)를 합한 글자이다. 갑골문에서는 돼지와 같은 가축을 기르는 우리를 뜻하는 말이었다가 뒤에 사람이 사는 집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돼지(豕)를 잡아놓고 제사를 지내는 데에서 집의 뜻을 나타내게 되었다고 한다. 제사를 지낸다는 것은 혈연의 의미가 컸을거라고 본다. 제사를 지내는 곳이 돼지우리든 궁이든 함께하는 공동의 의미가 더 컸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치동 학원에서 유치부를 맡아 가르쳤었다. 막 대학을 졸업한 시기라 마음껏 놀아야 할 아이들이 학원으로 공부를 하러 와야하고 한글과 숫자로 얽어매는 일이 싫어서 1년 정도 하고 그만 두었다. 아이들에 대한 연민도 있었지만 아이들은 승하차 시키며 아파트를 빙빙 도는 일도 싫었다. 그 어린 입에서 '너네집 어디야? ***동은 몇평인데....'하는 말들이 참 소름 끼치게 싫었다. 방송에서 종종 임대 주택을 옆에 둔 민영 아파트들이 아이들의 등교길을 막고 울타리를 친다는 기가막힌 뉴스로 나오는 시기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다는 사실이 조원희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 참 슬펐다.

 

새로 이사를 온 아파트와 전에 살던 집에서의 작은 에피소드를 비교하며 행복함 가득한 이야기들이 책장을 넘기며 읽는 사람마저 미소짓게 한다. 작가님이 근래 7년 동안 살던 곳에서 이사를 하셨다니 직접 경험하신 느낌들이 담겼을거라 예상해 본다. 그래서 더 살아있는 포인트들이 공감되는가 보다. 그렇다고 해도 전에 살던 집에서의 삶이 힘겨워 보이진 않는다. 식탁도 없고 덥기도 하지만 엄마, 아빠, 동생이 있는 곳이니까. 책을 읽는 처음부터 그 부분이 탁 와 닿았다. 이젠 아이들이 다 커서 회사에 다니다보니 한 자리에서 밥을 먹는 경우가 거의 없다. 평일은 각자 퇴근 시간이 달라서, 주말이면 약속이 있어서 뿔뿔이 흩어진다. 식탁이 있든 없든 가족들이 모두 모여 밥을 먹을 수 있다는거, 식구(食口)라는 말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 집은 식구는 아닌듯 하다.

 

'너네집 3단지잖아.'.....그 오래 전에 듣던 말을 그림책 속에서 발견하고 흠짓 놀랐다. 아직도 아니 어쩌면 더 큰 차이가 벌어졌을 걸 예상 못했었나보다.

"임대에 사는 건 부끄러운거야?"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부끄러운거야."

정답이다. 부끄러움을 알아야 할 이들은 집이 없다. 아니 집은 있지만 감성적인, 정서적인 집은 없다. 좁은 식탁이지만 둘러앉아 하루 일과를 나누고 선풍기를 서로에게 돌려주는 마음의 집은 없다. 그들에게 집은 그저 경제적 가치를 따지는 재산일 뿐이다. 그걸 입에 담아내는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그런 마음을 담아 준 어른들의 잘못이다.

 

마지막 책장을 넘기며 거나하게 취해 치킨 한 박스들고 행복하게 집으로 향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며 울컥했다. 야근을 마치고 동료들과 술 한 잔 걸치시고 누런 종이 봉투에 담긴 치킨이다 바스락거리는 비닐 봉투에 단긴 귤을 사들고 오시던 친정아버지를 그림에서 보았다. 셋집에 살며 주인집 딸의 눈치를 보며 어린 시절을 보내게 한걸 너무나 미안하게 생각하신 아버지. 야근을 마다하지 않고 정년퇴직할 때까지 자식들 기죽지 않게 애쓰신 모습이 거기에 있었다. 그래서 나는 세모난 땅, 길쭉한 요상한 모양의 땅에 아버지가 직접 지으신 집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우리 집'이 참 좋았다.


#우리집은

#조원희작가

#이야기꽃그림책@이야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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