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선노동당원이오!
이향규 지음, 김석형 구술 / 도서출판선인(선인문화사) / 2001년 5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다보면 몇가지 놀라운 점을 발견하게 된다. 무엇보다 먼저 한 인간의 삶이 이처럼 한 시대의 역사를 철저히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 놀라게 된다.

김 옹의 개인사는 곧바로 한반도 현대사의 축소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식민지 시기, 해방정국, 전쟁과 복구, 남조선 생활, 못다한 이야기 등 책의 목차 자체가 역사적 시기구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뿐만 아니라 김 옹은 그 모든 과정을 자신의 주견을 갖고 최선을 다하는 삶을 한시도 놓지 않고 깊이 개입해 온 특별한 인물이다.

따라서 현대사를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 북한을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그 어떤 다른 책에서도 발견할 수 없는 생생한 역사적 사실들을 들려줄 것이다. 그가 만난 역사적 인물들의 세세한 행적이나 그가 겪은 작은 사건 하나하나가 모두 손에 잡히듯 살아있게 묘사되어 있다.

또한 김 옹이 보여준 한 인간의 내면의 신념과 확고한 가치관의 힘에 놀라게 된다. 어떻게 한 인간이 격동의 시대에 그토록 강건한 자신의 신념을 갖고 전 생애를 일관되게 헌신할 수 있을까. 만 30년의 잔인하고 혹독한 감옥생활을 이겨내고 책의 제목처럼 조선노동당원으로서 자신을 굳게 지켜나가 결국 그토록 그리던 고향이자 마음의 조국에 돌아가게 된 그 힘의 근원이 과연 무엇일까.

`귀신`이라는 찬탄을 받을 정도로 북측에서 훌륭한 정보계통 일꾼이었고, 혹독한 감옥생활에서도 흐트러짐 없이 신념을 지켜온 김 옹의 삶을 통해 한반도의 현대사와 한 인간의 삶의 진실을 호흡해 볼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이 책은 아무리 두꺼워도 반드시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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