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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두 번째 레인
카롤리네 발 지음, 전은경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5월
평점 :
#도서제공
어른이 되기도 전에, 어른이 되어야 했던 순간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책임감을 먼저 배운 사람이라면,
이 책은 감정이 아닌 기억으로 읽히는 이야기다.
주인공 틸다는 20대 대학생이지만,
그녀의 삶엔 어른이 되기 전에 어른이 되어야 했던 시간이 겹겹이 쌓여 있다. 알코올 중독 엄마, 아버지가 떠난 집,
그리고 나이 차 많이 나는 동생 이다를 돌보며
자신의 삶과 가족의 무게 사이에서 끝없이 고민하는 인물이다.
나는 4남매의 맏이다.
“맏이라서 그렇지”라는 말은 이제 거의 나의 동의어 같지만
사실 이 말 속에는 셀 수 없는 ‘포기’와 ‘참음’이 녹아 있다.
틸다의 삶을 따라가며,
나 역시 오래전 덮어둔 장면들이 조용히 떠올랐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틸다가 자신의 꿈을 포기할 때조차도 죄책감을 먼저 느낀다는 점이었다.
“네 인생을 살아”라는 말은 쉽게 들리지만,
가족이 주는 무게는 그렇게 간단히 내려놓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이 책은 그런 감정들을 과하지 않게, 잔잔하게 그러나 정직하게 그려낸다.
그리고 그게 더 아프게, 더 진하게, 마음에 남는다.
틸다에게 수영장은 유일한 탈출구다.
혼자만의 고요한 공간, 숨 쉴 수 있는 시간.
그 물 아래에서조차 세상과 가족, 꿈 사이에서
틸다는 끊임없이 싸우고, 결국 선택을 해야 한다.
잔잔하게 가슴에 스며드는 문장들,
폭발적이지 않지만 깊이 있는 감정선,
그리고 틸다가 끝내 선택한 길 위에서
독자인 나조차도 위로를 얻는 순간.
이 책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마치 내가 겪은 시간들을
누군가 대신 써 내려간 듯한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