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1 카이스트 미래보고서 - 카이스트가 내다본 미래세계.미래교육
카이스트 지음 / 김영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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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요구하는 새로운 대학의 역할은 무엇인가.
미래 교육과 인재는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

 

 

 

 

 

 

"매킨지의 <미래예측 보고서>는 근 미래의 사회가 4개의 강대하고 파괴적인 힘에 의해 지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경제의 중심 이동, 기술 발전의 가속화(테크놀로지 임팩트), 세계적인 인구 고령화, 무역·자본·사람·정보의 흐름(거세지는 플로) 등으로 4개의 힘을 정리했다. 지금이야말로 직관력을 리셋해야 할 때라고 보고서는 강조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4차 산업혁명", "AI", "블록체인", "생명공학" 등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으며, 과학혁명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이해를 일반 사람들이 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안타깝게 이 기술 변화에 대해 "잘 모른 채로 있을 수 없는 시대"가 되어 가고 있다. 정보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시대에, "무지"를 택하는 건 굉장히 큰 용기가 필요하다. 길고 장황하게 이야기 했지만, "미래 과학 기술"은 알아야 하는 필수 지식이 되었다. 그 필요성에 동의한다면, 조금 쉽게 이 지식을 쌓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내가 찾은 답은 간단했다. 이를 가르치고 있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었다. 새로운 과학 기술과 세계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곳은 산업현장과 교육현장이다. 학생인 내 입장에선, 산업현장의 목소리보다 가르치는 입장에서 알려줄 이야기가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떠올린 학교는 "카이스트"였다.


카이스트를 생각하면 바로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미래를 준비하고 설계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란 점이다. 우리나라 과학기술계 최고의 싱크탱크이자 세계적 석학과 글로벌 리더들의 산실인 카이스트는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왜냐하면 그들의 준비 과정에는 미래에 대한 분석과 예측이 담겨 있을 것이고, 이를 위한 대응 전략이 모두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예상은 《2031 카이스트 미래 보고서》를 읽게 했고, 나의 호기심을 채우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미래 세계와 한국: 미래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미래를 대응하기 위해선, 미래를 잘 예측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미래에 대해 어떻게 규정하고, 미래의 대한민국 모습을 예상하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발전해나갈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하는 형식으로 첫 장이 구성되어 있다. 세계적인 기관과 포럼에서 제언한 "미래"에 대해 카이스트는 사회, 과학기술, 환경, 인구, 정치, 경제 등으로 나누어 분석한다. 과학기술을 선도하는 대학이기 때문에 기술적인 분과에 집중하고 있을 것이라는 나의 예상과 달랐다. 기술이란 홀로 존재할 수 없으며, 이 기술이 어떤 사회에서 상용화되며, 기술과 그 기술이 불러올 변화까지 종합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술 자체에 대한 관심뿐만 아니라 기술과 연관관계를 맺고 있는 영역에 대한 이해를 종합한 "미래세계"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며 내용을 시작한다. 물론, 내용 가운데 일부 내용은 점점 미래에서 현재로 다가오고 있고, 어떤 것은 여전히 먼 미래의 "예측 시나리오 중 하나"로 존재한다.

 

미래 사회에 대한 분석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한 점이었다. 새로운 기술인 인공지능, 바이오 사이언스, 생명 공학 등의 분과가 떠오르고 있기에 발전가능성이 높은 학문이나 기술, 공학적 측면이 강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카이스트는 미래 과학 기술의 핵심일 "기초과학과 공학의 균형"으로 정의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과학은 기술을 낳았으며 기술은 새로운 도구를 만들어서 과학적 탐구와 창조를 도와줬다. 문명은 사회·정치·문화·경제의 영향으로 발전했다가 쇠퇴하기도 하지만, 과학은 끊임없이 발전하는 길을 걷는다. 기초과학은 그것 자체가 존재 이유이다."

 

"첨단 산업일수록 더욱 근본적인 과학의 기초지식을 필요로 한다"라는 이야기는 과학과 기술, 공학을 바라보는 일반인의 시선에서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잡아주는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인간에 대한 근원적 의미에 대한 고찰을 "인문학"이하고 있듯이, 기초과학은 그 자체가 기술과 과학의 뿌리로서 단단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주장을 설득해나가는 과정에서 인문학의 필요성을 말하는 논리와 닿아 있어서 더더욱 와닿았던 부분이었다.

 

기초 학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만큼, 새롭게 떠오르는 주제가 바로, "융합"이다. 지식의 전문성에 따라 (기초) 과학, 공학, 기술의 융합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나의 단독 학문 분과나 기술만으로 새로운 것이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영역이 부딪침에 따라 새로운 기술이 나타나고, 새로운 지식이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미래 학문의 핵심이 될 뇌과학과 공학은 (기초) 과학과 연계를 통해 새로운 발전을 이룬다고 예상하고 있다.


뇌과학 영역은 다른 과학 기술 영역 가운데 가장 많은 "?"를 안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지의 뇌가 인간의 모든 것을 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내리는 의사결정은 뇌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 뇌에 대한 이해가 없이 인문사회 분야의 의사결정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사람은 뇌를 통해서 사물을 인지하고, 언어를 사용하고, 판단하고, 분석하고, 생각하면서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인간 행동의 출발점이 뇌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뇌에서 벌어지는 일이 인간을 규정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기에, 뇌과학은 '인간'과 그 주변을 둘러싼 (거의) 모든 것의 핵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을 탐구하는 것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을 넘어서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는 미지를 넘어 미존을 추구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생각하지 않는 것을 생각한다'라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는 지금까지 남들이 정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해왔다. 즉 문제 해결 중심이었다. 이제는 문제를 정의하여 제시하는 연구를 해야 할 것이다."

 

뇌과학 영역만 보아도, 우리가 앞으로 주목해야 할 영역은 "미지"와 그 미지의 것이 만들 것이라고 할 수 있는 "미존"이다. 카이스트 미래 보고서는 미래에 대한 분석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다. 다가올 미래를 위해 "지금까지의 패러다임과 전혀 다른 패러다임"으로 바꾸어 나아갈 것을 강력하게 말하고 있다. 이는 교육에 대한 관점에서도 계속 이어진다.

 


"미래 교육: 새로운 길을 어디에서 열리는가?"


카이스트 미래 보고서는 "카이스트 미래 교육을 어떻게 혁신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작성되었다. 카이스트는 1970년 12월에 발간한 '터만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에 왜 "카이스트"를 설립해야 하는지 그 배경과 이유를 기록한 바 있다. 이후, 위 보고서는 국가 차원의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연구 중심지로 카이스트가 성장하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이후에도 카이스트 혁신을 위한 연구는 지속되었고, 다양한 보고서로 그 결과와 나아가야 할 방안을 제언해왔다. 그리고 올해, "카이스트 비전 2031"은 카이스트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세계적인 대학으로 도약"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을 세우기 위해 태어났다. 이 보고서가 의미 있는 것은 과거 실리콘밸리를 탄생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스탠퍼드 대학 프레드릭 터만 교수가 작성 위원장을 맡아 한국과 미국의 전문가들이 작성하였던 반면 이번 보고서는 카이스트 내의 자성적 성찰과 탐구가 주축이 되어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데 있다. 이 점은 "전반적으로 학생들에게 정해진 틀 속에서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게 하는 교육'을 해온 것이 아닌가 반성하면서, 앞으로는 '무엇을 연구할 것인가 생각하게 하는 교육'을 할 필요성을 제기"하는 교육 혁신과도 미묘하게 닿아 있다. 더는 다른 나라에서 배워와 교육 시스템과 연구 시스템을 구축하는 단계가 아니라, 어떻게 세계에서 선도할 것인가를 모색하는 단계를 모색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교육뿐만 아니라 연구도 그 방향은 다르지 않았다.

 

"연구의 목적은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여 미래에 더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데 있다. 우리는 그동안 남이 정의해놓은 문제에 매달려 해결하는데 치중해왔다면, 앞으로는 우리가 국가와 인류 앞에 당면한 문제를 발굴하고 정의하여 이에 대한 해법을 선도적으로 제시하고자 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2031 카이스트 미래 보고서》의 핵심은 "미래"는 아직 다가오지 않는 현실이듯이, 그 미래를 대응하는 전략은 미래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아니라, 미래 자체를 정의할 수 있는 "직관력"이 필요하다는 데 있다. 카이스트는 이를 중심에 두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이미 알고 있는 프로그램 가운데, "직관력"을 바탕에 둔 창의적이며 융합적이며 능동적이며 전문적인 인재를 양성하기에 적합한 교육 모델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MOOK를 활용할 방안과, 플립 학습법은 이미 교수법과 교육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는 점이다. 이를 확대하여 정착해나가는 것을 어떻게 할지가 중요하다. 교육 방법론 외에 학제를 자유학기 및 자유학점제와 같이 탄력적인 교육 형식의 도입이 불러올 변화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과연 그들의 예측과 예상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하지만, 터만 보고서를 지휘한 터만 박사가 정근모 박사에게 "지금은 미국에 있는 사람이 한국에서 대학원을 만들지만, 나중에는 이 대학에서 공부한 사람들 때문에 외국 사람이 모여드는 대학을 만드세요"라고 한 말이 실현되었듯이. 2031년에 카이스트가 지금 자신이 세운 비전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길 바란다.

 

솔직하게 모든 것을 완벽하게 달성한 인재가 얼마나 카이스트에서 나올지 알 수 없지만.  《2031 카이스트 미래 보고서》를 다 읽고 나면, 앞으로 카이스트가 세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해 긍정적인 기대감을 가지도록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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