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노 열린책들 세계문학 27
에드몽 로스탕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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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사람은 나를 좋아하지 않고. 여기까지도 괜찮은데, 그 나를 좋아하지 않는 이,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내 친구를 좋아하는 상황. 생각만 해도 탄식이 나오는 상황. 영화 <접속>의 수현이의 사랑이 그랬고, 희극 『시라노』의 주인공 시라노의 사랑이 그랬다. 그런 사랑의 끝을 보는 것까지. 두 작품은 묘하게 닮아 있었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이렇게까지 헌신적으로 사랑할 수 있을까. 그 사람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진심을 다해 도와줄 수 있을까. 애써 쓴웃음조차 짓지 않고, 그 사랑을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사랑을 선택할 수 있을까. 그렇게 할수록 마음이 초라해지는 사랑을 할 수 있을까. 그 물음에 수없이 아니라고 말했어도, 아마도 두 사람은 애초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을 것이다. 그 방법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을테니까.

그 미친 듯한 열정의 말들, 그건 당신이었어요…….

아니오, 아니오, 내 소중한 사랑, 난 당신을 사랑하지 않았소!

이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마음이 짜게 식어버리는 소심이가 된 나는 두 작품을 보며 아이러니하게 나의 지난 기억들이 떠올랐다. 우스워지는 것도, 아무 반응이 없어 무시당하는 것도, 마치 내일이 없는 듯 최선을 다했던 기억이. 나와는 다르지만 자신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한 사람의 이야기를 읽으며, 두 인물의 마음이 뭔지 알 것 같은 내가 싫었다가도 다행이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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