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피곤한 건 너 때문입니다
가지모토 오사미 지음, 오선이 옮김 / 온다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사람으로 인해 힘들어 본 적이 없는 이가 있을까. 사람을 좋아하고, 만남을 즐기는 나도 사람 때문에 힘든 순간이 있다. 내가 사람 때문에 힘든 순간은 본능적으로 이 사람이 나와 맞지 않다는 걸 알았을 때, 그런데 같이 프로젝트나 일을 해야 할 때, 혹은 오랫동안 같이 봐야 하는 사이가 되었을 때다. 굉장한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감정을 숨기고 그 사람에게 다가가지만 아니나 다를까 이 사람의 리액션이 나의 기대에서 한치에서 벗어나지 않았을 때. 와우! 다가가기 전 스트레스는 2배로 뛰어오른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하고만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다양한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 그러기란 쉽지 않다. 결국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도 적당한 커뮤니케이션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아무리 잘 맞는 사람하고도 적당히 거리를 둘 줄 알아야 한다. 누군가와 함께할 줄도 알아야 하고, 누군가에게서 멀어져 혼자 있을 줄도 알아야 한다. 『내가 피곤한 건 너 때문입니다』는 인간관계에 있어 밀물과 썰물의 순간, 어떻게 대처하면 좋은지 알려주는 책이다.


'아, 지겹다!'라고, '아, 힘들다!'라고 느낄 때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이 신호가 꽤 중요한 몸의 신호였다는 걸 나는 몰랐다. 이 생각은 나의 뇌가 피곤하다고 보내는 시그널이었고, 그 시그널에 쉼을 취해야 한다고 저자는 당부한다. 이 신호를 무시했을 때 생각보다 큰 몸의 이상이 올 수 있으며, 그때는 정말 의학적 도움이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간관계에서 이 신호가 올 때 대응 방법을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한다. 하나는 혼자 있기, 다른 하나는 함께 있기다.


싫은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 아니라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난 함께 있을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부분 중 매뉴얼화된 방법에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몇몇 부분은 공감이 갔다. 내가 공감했던 부분은 "우리가 누군가를 정말로 좋아하게 되는 건 그 사람이 완벽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 사람의 부족한 부분에 사랑을 느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자신이 약한 모습을 조금 더 좋아해 보면 어떨까요?"라는 말이었다. 사람 사이에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적당한 거리로 다가가는 것도 중요하다.


실제로 예전에 좀처럼 나의 약한 부분을 보여주는 데 힘들어했다. 하지만 내가 약한 부분을 감추고 딱딱하게 대할수록 사람과 친해지기란 쉽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나의 부족함을 솔직하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약한 부분, 그 약함을 극복하려 부단히 노력하는 나 역시 모두 나의 일부분이기에. 숨긴다고 숨길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그리고 나의 우려와 달리 나의 부족함을 따스하게 바라봐 줄 수 있는 사람은 그런 나까지 보듬어주는 사람들이었다.


인간관계에서 우리는 종종 나의 선택권을 잃고 상대에 의해 그 관계가 이끌려가는 순간이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인간관계로 힘들어지지 않기 위해서 절대 놓치지 않고 사수해야 할 내 몫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본 부분은 때론 혼자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1~2시간에 한 번, 5분이라도 혼자만의 장소에 있는 것"이 인간관계로 힘들 때 좋은 특효약이 된다는 점, "무리해서 사람과 만나지 않는 것"만으로도 해결되는 순간이 있다는 점은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인 방법이었다.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하는 만큼 혼자 있는 시간도 난 소중하게 여긴다. 책을 좋아하는 것도 여기에 있다. 책을 읽으면 그곳이 어디든 나는 책 속 세계에서 혼자 머물 수 있다. 어떤 상황 인지에서도 벗어나서. 그래서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면 난 잘 읽지 않는 장르의 책을 사서 읽는다. 나에게 너무나도 낯선 세계로 접촉한다. 그렇게 자발적으로 잠시 세상과 멀어져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다. 그것만으로 굉장한 리프레시가 된다. 함께 있기를 좋아하지만, 함께 있으며 스트레스를 받으면 혼자만의 세계로 도망치기도 하는 나에게, 이 책은 함께와 혼자를 오가는 것이야말로 너무나 자연스럽고, 꼭 필요한 것이라며 잘하고 있다고 말하는 듯싶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