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각 - 뇌에서 일어나는 놀라운 감각 결합의 세계 DEEP & BASIC 시리즈 1
리처드 사이토윅 지음, 조은영 옮김, 김채연 해제 / 김영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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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면 어떤 자극이든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는 탐험가다."


"키스를 하는 순간, 머리에서 종이 치는 소리가 들렸어요."라는 표현. 낯설지 않을 것이다. 비유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누군가는 실제로 이와 같은 경험을 했을 수도 있다. 문학적 표현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공감각』의 저자 리처드 사이토윅 박사는 이렇게 느끼는 것이 능력이며, 바로 "공감각"의 하나라고 말한다. 공감각이란, "'공감각'이란 '연결된, 또는 결합된 감각'이라는 뜻으로, '감각이 없다'라는 뜻의 '마취'와 어원이 같다. 이 능력을 제외하면 완전히 평범한 사람을 일컫는 공감각자는 이를테면, 타인의 목소리를 듣기만 하는 게 아니라 보고, 맛보고, 물리적으로 접촉한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공감각』은 리처드 사이토윅 박사가 일반 대중들에게 쉽게 공감각에 대해 전하기 위해 쓴 책이다.


공감각은 최근 들어 주목받고 있는 뇌과학 연구 분야다. 『공감각』은 김영사에서 Deep&Basic이란 새로운 도서 라인의 1번 책으로, "중요한 점단 과학 주제에 대한 기본적이면서도 깊은 핵심 지식"을 담았다는 설명과 걸맞은 책이다. 저자는 공감각에 대한 기존에 가지고 있던 통념부터 차근차근 해소하며 이야기한다. "공감각이란 어떤 자극을 자극 유발체와는 다른 별개의 감각 및 개념 속성으로 지각하는 현상으로,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저절로 일어나고, 감정이 실려 있으며, 지각한다는 사실이 인식되고, 유전되는" 현상이다. 즉, 선천적인 것이다. 지금은 뇌과학의 인정을 받았지만, 뇌에 대한 연구를 할 수 있는 장비가 갖추어지지 않았을 때에 공감각은 과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했었다.


"공감각은 두 가지 의미에서 패러다임 전환을 이루었다. 먼저, 과학계는 뇌가 조직되는 과정에 대해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했다. 이제 뇌 전체에서 혼선이 일어난다는 사실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단지 공감각자의 뇌에서는 이미 존재하는 회로 안에서 혼선이 좀 더 심하게 일어날 뿐이다."


저자는 공감각을 통해 "공감각은 각자의 뇌가 어떻게 세계를 주관적으로 고유하게 걸러내는지" 보여준다고 한다. 공감각은 우리가 느끼는 감각과 다르게 느끼고 생각한다. 인류의 4%만이 느끼는 공감각은 특별한 현상이기도 하지만 개개인의 뇌를 들여다보면 단 하나도 같지 않다. "뇌는 시간을 따라 특정한 환경 안에서 발달하면서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존재하지 않을 한 사람을 만들어낸다. 많은 사람들이 상상하듯 뇌가 수동적인 수신기에 불과하다면, 우리는 모두 세상을 같은 방식으로 인식하고, 같은 관점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당연히 우리는 복제 인간이 아니다."라며, 저자는 공감각을 멀게만 느끼던 독자에게 한걸음 다가가게 한다.


공감각에 대한 기초부터 상세한 설명이 있어 좋았지만, 이에 이해가 얕은 일반 독자가 읽기에 다소 책의 구성이 어렵다는 점이다. 공감각의 개념과 역사, 공감각은 뇌에서 어떻게 이루어지며, 어떤 종류가 있는지 차근차근 소개한다. 1970년대부터 연구한 저자의 연구 성과가 작은 책 한 권에 담겨 있어 흐름을 가지고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 다만, 공감각에 대한 본격적인 설명이 나오는 6-9장은 읽으며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공감각 자체가 동일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마다 다르고 그 사례가 다양하기에 있는 한계점이었지만 조금 더 친숙했다면 어땠을까 싶은 아쉬움이 있었다.


"태아의 뇌는 초당 200만 개의 시냅스를 만든다. 그 후로는 세상에서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접하느냐에 따라 정상적으로 시냅스가 솎아진다. 아기들이 손이나 발을 뻗어 무언가를 집고, 기어가고, 물건을 입에 넣고, 말과 책 읽는 소리를 듣고, 보고, 다른 사람들을 따라 하는 과정에서 환경은 각 아이들의 뇌를 고유하게 조각해나간다."


공감각을 문학적 수사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으며 내가 느끼는 감각과 다르게 풍성하게 느끼는 공감각자들의 표현을 읽으며 그들이 느끼는 감각을 상상해볼 수 있었다. 나는 같은 사건을 보고 다르게 기억하고 다르게 반응한다. 어떤 일을 더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더 오래 기억하고, 더 감정적으로 느낀다. 공감각자가 나의 뇌를 상상하듯, 나 역시 그들의 뇌를 상상하며 짐작한다는 건 공평한 일인데. 그래도 못내, "공감각"을 상상만 할 수 있는 나의 뇌가 아쉽다는 생각을 떨치기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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