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 미래와의 대화 - 유러피언 드림을 넘어, 새로운 길은 어디에서 열리는가
김두관 지음 / 김영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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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혹은 정치인이라는 단어에 미간을 살짝 움직이거나, 고개를 절레절레 젓거나, 입을 꾹 다무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그러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불편하다. 가급적이면 피하고 싶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발전을 도모하기 보다 서로 싸우며 자신의 밥그릇을 챙기기 바쁘다는 불신이 팽배하게 때문이다. 특정 정당만 그런 것이 아니라, 보수이든 진보이든 정치적 노선과 관계없이 모두가 똑같다는 생각에 더더욱 말을 아끼게 된다. 그래서 정치인이 쓴 책, 특히 국내 정치인이 쓴 책은 잘 읽지 않는다. 자신의 이름을 내 건, 퍼블리시티의 일종이라는 편견 때문이다. 설사 그렇지 않다고 해도, 정치인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에 책이 가지고 있는 좋은 메시지를 놓칠게 뻔하기 때문에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우연히 <김두관, 미래와의 대화>를 읽게 되었다. 이 책이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정치적 편견을 깬 책은 아니다. 여전히 나는 편견을 가지고 있으며, 저자가 책을 통해서 하고자 한 메시지 중 상당수를 놓치며 읽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랜만에 1학년부터 3학년 때까지 행정학을 공부하던 학생으로, 국가 정책에 깊이 관심을 쏟았던 나의 생각과 마주할 수 있던 책이었다. 우리나라가 더 나은 나라가 될 수 있는 논의가 무엇일지 치열하고 공부하던 나를 떠올릴 수 있었다. 정치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그럼에도 더 나은 미래를 꿈꾸게 했던 이론과 실제를 탐구했던 나를 말이다. 무관심했던 정치와 행정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할 수 있었다. 신문을 읽을 때 대충 쓱 보고, 지나쳤던 정치면을 조금 더 시간을 들여 읽게 되었다. 내가 열심히 공부했을 때보다 얼마나 더 나아졌는지,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고민하는지 관찰하게 되었다. 그리고 <김두관, 미래와의 대화>는 그 관찰에 있어서 한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작은 토대가 되었다. 

<김두관, 미래와의 대화>는 정치인 김두관이 세계적인 선진국 중 하나인 독일에서 '민주주의', '통일', '지방분권', '정당정치', '4차 산업혁명', '교육'에 대해 고민한 결과다. 우리보다 조금 앞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했던 국가의 이야기와 자신이 경험한 대한민국 현실을 적절하게 녹인 글이다. 독일은 가족 중심적으로 정책을 운영하고 있는 국가로 우리나라가 정책 모형을 들여올 때 반드시 검토하는 국가 중 하나다. 더욱이, 평화 통일을 이룩했기 때문에 여러모로 우리에겐 좋은 롤모델이 되는 국가다. 또 2014년 다보스 포럼에서 처음 대두된 '4차 산업혁명' 개념이 시작된 국가라는 점에서, 다가오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좋은 탐구 대상이다. 그렇기에 그가 독일을 선택해 글을 작성한 이유를 짚을 수 있었다. 물론 그가 독일을 주목했던 이유는 개인적인 이유가 더 강하게 작용했음이 서문에 나타났지만. 그는 독일에 도착한 후 독일에 주목해야 할 이유를 더 잘 채워나간 듯싶다. "실천적으로 사고하고 이상적으로 행동하라!"라는 빌리 브란트 총리의 말을 국가 지침으로 삼았는지, "독일은 대한민국이 꼭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먼저 해결하면서 미래로 나아가고 있는 모델"이다.

"합의 정신은 우리의 유전자에 심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합의는 결국 노력의 산물입니다. 비타협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이득만을 얻고자 하는 포퓰리즘에 그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김두관, 미래와의 대화>가 독일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담고 있는 건 아니다. 1년 동안 체류하며 기록한 글이기 때문에 정책적 담론이 깊이는 얕고, 전반적으로 독일의 국가 시스템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독일의 정치 시스템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대신, 깊이는 얇지만 다루는 범위가 넓기에 관심이 가는 분야를 찾아보기에 좋은 책이다. 예를 들어 지방 자치에 관심이 더 있다면, 독일의 연방제도에 대해 더 알아보면 된다. 책의 목차에서 알 수 있듯이, 정치의 범위는 우리 삶과 관련된 모든 것을 포함한 영역이다. "삶의 질이란 단결에 의한 안심, 자기 결정과 자기실현, 공동 결정과 공동 책임, 일자리에서 권력의 현명한 사용, 레저와 공동생활, 자연과 문화 가치에 참가하는 기회, 건강을 유지하는 기회 등을 말한다. 요약하면 물질적 소비를 넘어서는 생활의 풍요로움이다." 
나의 삶에 영향을 주는 모든 영역이 정치의 문제이고, 영역이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김두관, 미래와의 대화>는 큰 줄기에서 다른 영역으로 넘어갈 수 있는 책이다. 

"오늘날 독일 산업의 강점은 크게 두 가지예요. 제조업이 발전했고, 그 중심에 자동차 산업이 있다는 점입니다. 자동차 산업이 로코모티브(기관차)와 같이 선도하고 있으며, 다른 산업분야 및 소프트웨어와 연결되면서 독일 전체 산업의 혁신을 리드하고 있지요."

독일이 가지고 있는 것을 한 개인의 시각에서 관찰한 결과물인 <김두관, 미래와의 대화>. 이 책은 그가 독일을 통해 우리가 가진 조건 속에서 무엇을 꿈꾸고 어떤 방식으로 그 꿈을 현실화할 수 있는지를 고민한 결과물이다. 새로운 길을 모색했던 그의 노력이 앞으로 그가 걸어갈 길이 어떨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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