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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시아.이란의 역사 - 신비한 천일야화의 탄생지 ㅣ 생각하는 힘 : 세계사컬렉션 6
최승아 지음 / 살림 / 2018년 5월
평점 :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을 아는 것만큼, 남들이 알지 못하는 사실을 아는 것이 중요한 시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지식을 아는 것만큼, 지식을 어떻게
조합하여 자신만의 지식을 생산해낼 수 있어야 한다. 이때, 알고 있던 사실을 깊이 아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좀처럼 알지 못했던 낯선 분야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그리스 로마 신화가 보편적인 이 시대에 동양 신화를 아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듯이, 세계사
가운데 유럽 역사 대신 중동이나 동남아시아 역사를 배우는 것 역시 도움이 될 수 있다. 세계 어느 나라의 역사에서도 찾아 볼 수 있는 보편적인
점과 그 지역과 그 시기에만 나타났던 특수한 점을 통해,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다.
<페르시아·이란의 역사>를 선택한 이유는 위와 같은 맥락에서였다. 세계사 시간에 중동
지역의 역사를 어떻게 배웠는지 생각해보았다. 세계 4대 문명의 발상지이자, 함무라비 법전의 땅, 십자군 전쟁과 관련된 땅, 그리고 이슬람
문화권... 굵직한 사건은 알고 있지만, 그 흐름을 배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개인적으로 중동 역사를 더 공부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페르시아 만을 품은 땅, 이란은 불과 100년 전까지만 해도 페르시아라고 불렸던 곳이다. 그리고 조로아스터 교를 믿기도 했고, 불교도
왕이 있기도 했고, 몽골 제국의 영향을 받기도 한 땅이었다. 그리고 근대에 새로운 나라로 거듭나기 위해 그리고 독일 나치당과 가깝게 지내기 위한
명목으로 아리아인의 땅이란 의미로 '이란'이라고 국명을 바꾸었다.
이란인은 어떤 민족이었고, 어쩌다 이란까지 왔으며, 어떻게 나라까지 탄생시킨 걸까?
'오랜'이란 역사의 시작, 그때의 시간으로 함께
떠나보자.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많이 알 수 있었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함무라비 법전이 이란 땅에서
있었다는 이야기는 글의 말미에서 현대 이란 사람들이 시위를 할 때 뜨거운 움직임과 이어지는 것 같아 오묘했다. 이후에 펼쳐진 이란의 역사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길었고, 그 긴 길이에 중간중간에 비어 있는 공백엔 어떤 역사가 있을지 궁금했다. 강남의 테헤란로 이전에 실크로드를 타고 신라
시대 교역을 했다는 이야기는 신기했다. 신라시대의 독특한 유물 모양이 페르시아의 영향이라는 점은 과거 다큐멘터리를 통해 알았던 사실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어 좋았다. 다만, 왜 페르시아와 신라 사이의 교역이 특정 시기에만 이어지고 이후로 지속되지 않았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 이유는
페르시아의 역사, 신라의 역사, 실크로드의 역사가 계속 교역을 하기보다, 다른 주변 국가와 교역하는 방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후
페르시아의 역사는 찬란한 시기와 800년간 암흑의 역사를 반복한 점은 흥미로웠다. 많은 나라들이 그러하듯이, 계속 발전하기만 하는 것도 아니고,
계속 쇠퇴의 길을 걷는 건 아닌 듯싶다.
850-800년간 지속되었던 이란의 암흑기는 마치, 중세 시기를 떠올리게 만들었고, 페르시아를
제국으로 이끌었던 왕의 정책은 마치 알렉산더 대왕의 정책과 닮은 듯싶었다. 유럽과 가까웠다가 멀어졌다가, 극동과 가까웠다가 멀어졌다가.
주변국가와 관계는 계속해서 달라지는 것을 보며, 페르시아가 과거 얼마나 핵심적인 땅이었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불모지로 석유가 발견되기
전까지 좀처럼 역사의 주역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알지 못했을 뿐, 이란과 중동의 역사는 세계사 곳곳에 큰 족적을 남겼다.
영국의 로이터 통신을 세운 창립자 로이터 경이 이란의 수많은 이권을 얻었던 점을 읽으며 우리나라의 일제강점기가 떠올랐고, 오늘날 이란의 모습을
만든 호메이니와 이란 국민들의 선택에 대한 맥락은 우리나라에선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이슬람 문화의 특수성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역사란
무엇일까? 앞에서 얘기했듯 내가 그 나라를 만날 때까지, 그 나라가 나를 만날 때까지 만들어왔던 이야기이다.
페르시아 만의 역동적인 땅, 이란을 만나기 전까지 이야기는 앞으로의 역사가 궁금해지고,
<페르시아·이란의 역사>에서 다 다루지 못한 역사의 공백을 채우고 싶은 호기심을 불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