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2
바바라 오코너 지음, 신선해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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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무게를 덜어내는 엉뚱한 유쾌함이 용기와 책임을 일깨우다


‘청소년 소설’이라 하면 떠오르는 몇 권의 단단한 제목들이 있다. 내게는 이 책이 그 중 하나이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지 모를 작고 조용한 절망에 대한 책이다. 가난과 가족의 해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룸에도 불구하고, 열한 살 소녀의 천진한 목소리로 풀어내며 유쾌하면서도 마음을 울리는 성장소설이었다.


이야기의 주인공 조지나는 갑작스레 집을 잃고 자동차에서 생활하는 극단적인 환경에 놓여 있다. 그런 그녀는 현실을 감추고 생존을 위한 기상천외한 계획을 세우는데, 바로 부잣집의 개를 훔쳐 사례금을 받아 집세를 마련하겠다는 작전이다. 어처구니없고 위험천만한 이 계획은 언뜻 말도 안 되지만, 그 속에는 절박함과 애틋함, 그리고 가족을 지키고 싶다는 조지나의 의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어린 청소년의 삶을 향한 시선이다. 어른이라면 외면하고 도망치고 싶을 만큼 씁쓸한 현실조차 조지나의 눈을 통해 보면 삶은 여전히 희망으로 가득 차있다. 작가는 이 어린 화자를 통해 독자들이 무겁게만 생각해왔던 사회 문제를 친근하고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경험하게 한다. 특히 동생 토비와의 유쾌한 대화와 이웃 아저씨의 진심 어린 조언 등은 이야기에 생기를 불어넣으며 웃음과 감동이 자연스레 공존하도록 이끈다.


비록 청소년 소설이지만 어른들이 읽으면 더 좋을 작품이었다. 소설은 세상의 불합리함과 아이들의 고통을 직면하면서도, 그 속에서 희망과 책임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이야기 속 조지나는 나아가며 선택의 순간을 맞닥뜨리게 되고, 그 장면은 청소년 뿐 아니라 어른이 된 독자들까지도 진지한 성찰의 시간을 가지게 한다.


읽고 나면 문득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 더 너그러워지고 어쩌면 누군가의 짐을 조금은 덜어주고 싶어질지 모른다. 웃음과 감동이 교차하는 이 소설은 인생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 조지나처럼 조금은 엉뚱하고 용기 있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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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뒤에 남긴 삶의 자취가 앞에 놓인 길보다 더 중요한 법이라는 거다.”

p.196


"힘든 시간을 겪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나쁜 짓도 하게 되는 법이지. 그렇지 않니?”

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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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24

@lilybooks_arch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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