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다양한 우주가 필요하다 - 삶을 아름답고 풍부하게 만드는 7가지 우주에 관하여
앨런 라이트먼 지음, 김성훈 옮김 / 다산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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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이해하는 일곱 가지 다채로운 우주의 서정적인 교차


이 책을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 과학자가 쓴 ‘과학적인’ 우주에 대한 에세이지만, 신학과 철학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인물과 관점도 가감 없이 등장한다. 결국 이 책은 ‘삶’에 대한 책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을 듯하다. 현대 과학이 어디까지 밝혀냈는가, 또는 현대 철학이 어디까지 탐구했는가의 질문 너머, 이들이 현대인의 삶을 어떻게 재단해왔는가 하고 묻고 있는 책이다. 그런 의미에서 꼭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 되기도 하다. 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우리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


앨런 라이트먼의 『우리에게는 다양한 우주가 필요하다』는 물리학자인 저자의 냉철한 분석과 철학자이기도 한 저자의 사색적 통찰이 절묘한 교차를 이루는 에세이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주가 필연적 존재가 아니라 ‘우연’의 산물일 가능성을 탐구하면서 과학이 설명할 수 있는 세계와 설명할 수 없는 세계를 넘나든다. 양자역학과 다중우주 이론, 엔트로피 증가 법칙 등의 물리학의 핵심 개념을 차용하면서도, 이를 단순한 과학적 설명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존재에 대한 질문으로 이끌어간다.


책은 일곱 개의 장으로 구성되는데, 각각의 장은 우주의 본질을 다채로운 시각에서 조명한다. ‘우연의 우주’에서는 우리가 속한 우주의 물리적 특성의 섬세한 균형에 관해서, ‘덧없는 우주’에서는 우주의 유한성과 인간 삶의 덧없음을 연결하며 과학적 사실이 인간 경험과 감성을 어떻게 자극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저자의 글을 단순한 과학적 논의를 넘어 문학적 감수성을 담고 있다. 어렵지 않은 문장 속에 담긴 깊이 있는 철학적 사유와 과학적 발견이 신선한 시각을 불러왔다.


과학적 발견이 우리 삶과 가치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물으며, 과학이 단순한 사실의 나열을 넘어 우리 존재를 이해하는 중요한 도구가 된다는 점을 강조하는 책이었다. 다만, 심도 있는 과학적, 철학적 논의는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어 전통적인 과학서를 기대한 독자에게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은 과학과 철학, 그리고 문학이 결합할 때 어떤 깊이 있는 통찰이 가능해지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과학적 발견이 우리의 세계관을 어떻게 확장시키는지를 고민하고 더 알고 싶은 독자라면, 그렇게 더 많은 우주를 꿈꾸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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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종교 사이의 대화, 영원을 갈구하는 인간의 욕망과 자연의 덧없는 본질 사이에서 빚어지는 충돌, 인간의 존재가 그저 하나의 우연에 불과할 가능성, 현대 기술이 우리가 세상을 직접 경험하지 못하도록 단절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 나아가 거대한 공간 속에 서 있는 작은 존재로서, 우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pp.8-9


“아인슈타인이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 “우리가 겪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체험은 신비다. 신비는 진정한 예술과 과학의 요람에 자리 잡은 근본적 감정이다.” 나는 모든 해답을 알지 못하는 세상에 사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믿는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있기에 우리가 그것으로부터 영감과 자극을 받는 것이라 믿고 있다. 그리고 부디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사이에 가장자리가 늘 존재하기를 바란다. 그 가장자리 너머가 바로 기이함, 예측 불가능성, 그리고 생명이 자리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pp.181-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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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23

@lilybooks_arch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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