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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교전 1
기시 유스케 지음, 한성례 옮김 / 현대문학 / 2025년 2월
평점 :
현대사회의 도덕과 안전에 대한 맹신을 철저히 무너뜨리는 강렬한 모리타트의 선율
기시 유스케라는 작가는 익히 들어 알고 있던 분이다. 『신세계에서』와 『검은 집』 등의 작품은 이미 너무나 잘 알려져 있어서 가까운 연휴에 읽어보려 했던 작품인데, 마침 작가님의 또 다른 대표작인 『악의 교전』의 재출간 소식을 듣게 되었다. 게다가 이번 판에서는 본편에 더해 두 편의 미공개 단편이 추가되었다니, 읽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이 작품은 선생님이라는 신뢰 받는 직업을 가진 주인공이 실은 냉혹한 사이코패스라는 충격적인 설정을 바탕으로 한 강렬한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이다. 주인공인 하스미 세이지는 친절한 태도로 동료 교사들과 학생들에게 존경 받는 영어 교사인데, 그의 내면은 이와 전혀 다르다는 걸 책을 읽으며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그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으로,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거침없이 사람을 조종하고 제거하는 인물이다. 학교 내에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권력을 행사하던 그는 어느덧 자신을 방해하는 존재들을 제거하기로 결심하고, 점점 더 잔혹한 계획을 실행에 옮겨간다. 과연 이 ‘교전’은 어떻게 막을 내리게 될까.
이 책은 단순한 스릴러 소설을 넘어, 인간의 악한 본성과 그것이 사회적 가면 뒤에 어떻게 숨겨질 수 있는지를 깊이 탐구한다. 특히, 교육이라는 공간이 본래 지닌 안전함 (혹은 일종의 신성함)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부조리를 교차하며 강한 충격을 주는 작품이다. 이로서 현대사회의 허울과 방관하는 태도를 날카롭게 지적하는 작가의 시각도 엿볼 수 있었다.
두 권을 합해 천 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작품이지만, 하스미의 치밀한 심리 묘사를 따라 읽다 보면 책의 두꺼움은 체감되지 않는다. 그의 논리적이지만 몹시 비정한 사고방식, 그리고 주변을 철저하게 조작하는 능력은 강한 불쾌감을 유발하면서도 동시에 매혹적인 긴장감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점진적으로 파국으로 치닫는 서사는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하며 마지막까지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전개를 보여주었다.
장르의 특성 상 종종 잔혹한 묘사가 있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심리적 긴장감과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기시 유스케의 대표작을 도전하기엔 큰 장벽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인간의 악한 본성을 극단적으로 파고드는 그의 소설이 더 많은 독자들에게 재미와 선율을 선물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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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가타리기는 깨달았다. 학교란 아이를 지키는 성역이 아니라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치열한 생존경쟁의 장이라는 사실을……. 여기에서 무사히 살아 돌아오기 위해서는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행운이나 다른 사람보다 빨리 위험을 감지하는 직감, 또는 자신의 몸을 보호할 만한 무력이 필요하다. 자신이 갖춘 능력은 직감뿐이다.”
1권, p.94
“하스미에게 있어서 신코 마치다의 교사와 학생 대부분은 그저 장기짝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방법으로 조종할지는 신경 써야 하지만. 이 말인즉슨 그 말들은 어떻게든 조종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1권,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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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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