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있다면 무너지지 않는다 - 2500년 철학자의 말들로 벼려낸 인생의 기술
하임 샤피라 지음, 정지현 옮김 / 디플롯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에 이동진 평론가 님의 채널에서 ‘자기계발서’를 조심하라는 주제의 영상을 보았다. 내 나름대로 자기계발서를 즐기지 않는 이유가 있긴 하지만, 평론가님의 의견은 어떨지 궁금했기에 30분 가량 되는 긴 영상을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집중해서 봤었다. 그 중에 충격으로 다가왔던 대화는 ‘철학책 또한 일종의 자기계발서’라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한 토의였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이나 공자의 『논어』가 자기계발서의 영역에 포함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니. 신선한(?) 충격에 잠시 멍해졌지만, 이어지는 평론가님의 반박에 다시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철학’은 ‘학문’으로서의 지위를 갖춘, 거대한 질문에 대한 보다 깊은 사유의 집합체라 할 수 있으나, 동시대의 자기계발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답변의 요지였다. 진정한 자기계발을 원한다면 자기계발서보다는 철학 서적 등의 다른 분야를 탐독하는 것이 사고를 넓히고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는 점에서 더 적합한 선택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영상을 마무리했었다.


그렇기에 이번에 읽은 철학 신간 『철학이 있다면 무너지지 않는다』는 더욱 반가운 책이었다. 동서양을 아우르며 지난 세기의 철학자와 사상가, 작가와 학자가 삶 속에서 고뇌하고 발견한 ‘지혜’가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 담겨 있던 한 권의 책이기 때문이다. 철학은 어떤 사상가이든 깊게 파고들면 들수록 난해하지만, 이 책은 깊은 철학적 배경지식을 필요로 하기보다는 작가의 사례와 철학자의 일화, 관련 서적에서 빌려온 인용구를 통해 요점을 전하는 데에 집중했기에 각오했던 만큼 어렵지는 않았다.


그러나 생각보다는 읽기 수월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책은 거대한 질문을 던진다. 삶과 죽음에 대해 묻고, 삶에서의 행복과 의미에 대해 묻는다. 이어 이처럼 거대한 질문에 대해 여러 현자들의 답을 소개한다. 만리장성의 빼곡한 한자로부터 시작하여 에리히 프롬, 세이 쇼나곤, 장자와 혜자의 대화, 몽테뉴와 제인 오스틴까지 익숙하거나 낯선 학자들이 삶이라는 난제 앞에 내놓은 해답의 역사를 짚어나간다. 그리고 수천 년에 달하는 철학의 역사를 읽다 보면 어느덧 현자들의 어깨 위에 올라타 함께 삶과 세계를 바라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책은 독자에게 묻는다. 당신의 삶은 어떤 철학의 기반 위에 세워져 있는지, 혹여 당신의 삶에 도움이 필요하지는 않은지 묻는다. 만약 독자가 삶의 정답을 요구한다면, 책은 철학에 정해진 답이 없는 것처럼 삶에도 정답은 없다고 답한다. 다만 철학은 각자만의 해답을 길어낼 수 있도록 도울 수 있고, 그 해답이 있다면 삶은 흔들리지 않을 것임이 분명하다고 말한다. 만약 당신이 그 해답을 찾길 원한다면 이 책은 긴 여정의 탄탄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평을 작성한 리뷰입니다.

_

2024.05.12

Instagram: @lilybooks_archi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