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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의 세계 - 『듄』에 영감을 준 모든 것들
톰 허들스턴 지음, 강경아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1월
평점 :
인류의 자화상을 비추는 세계의 거울에 대한 탐구
드니 빌뇌브 감독의 최근 작품으로 크게 인기를 얻고 있는 프랭크 허버트의 『듄』은 간단히 요약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세계관을 자랑하는 SF 서사이다. 열두 번의 거절 끝에 겨우 출간된 『듄』은 여섯 권의 직접 집필한 속편과 아들 브라이어와 함께 캐빈 J. 앤더슨이 집필한 후속작 등 여러 파생작을 탄생시켰다. 영화 속에서도 잘 그려졌듯이, 『듄』에 대해 더 깊이 파고들수록 SF 답지 않은 점이 눈에 띌 것이다. 예컨대, 『듄』에서는 우주선과 광선포가 맞서는 전쟁보다는 일대일의 순수한 근접 전투가 주가 된다거나, 그 누구도 ‘온전한 선인’으로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 등이다. 그렇기에 더 정확히 말하자면 『듄』 시리즈의 주인공은 없다고 할 수 있다. 굳이 주인공을 찾고자 한다면 그건 한 인물이 아니라 사막 행성인 ‘듄’ 그 자체가 될 것이다. 이러한 『듄』의 특이점은 어디로부터 파생되었을까.
『듄의 세계』는 작가 프랭크 허버트의 과거로부터 출발하여 그가 영향을 받은 다른 작가들, 현실의 사건들, 그리고 다양한 문화의 신화들을 조명하며 그야말로 『듄』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아냈다.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현실의 이야기들을 따라가다보면 『듄』에서의 이야기가 마치 평행세계처럼 그려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작품에 등장하는 네 개의 행성(아라키스, 칼라단, 지에디 프라임, 카이테인)을 테마로 네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각각의 세계를 주로 구성하는 인물이나 소재를 면밀히 살핀다. 1장 아카리스에서는 행성과 원주민 프레멘, 자원 스파이스의 배경을 소개하고, 다음 장인 칼라단에서는 이를 거점으로 하는 아트레이데스 가문과 주요 인물 폴 무앗딥, 레이디 제시카와 베네 게세리트를 말하는 식이다. 각 장 속에는 『듄』 속의 인물과 그들의 행동이 작가가 광범위하게 조사한 실제 역사적 사건들 및 연구들과 나란히 놓여 있기에, 결국 『듄』은 허무맹랑한 미래가 아닌 지금의 인류를 말하는 작품임을 깨닫게 한다.
책에서 알게 된 『듄』의 또 다른 면은 작가가 셰익스피어나 그리스 신화, 정계에서의 경험과 생태 프로젝트 참가 이력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흔적 만큼이나 『듄』이 촉발한 파급 현상들도 많다는 점이었다. 1960년대에 출간된 『듄』은 「스타 워즈」 시리즈 등의 여러 창작물에 큰 영향을 끼쳤고, 더 나아가 마가렛 애트우드, 코맥 매카시, 미야자키 하야오 등의 창작자들에게도 선구적인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더욱이, ‘결과를 이해하는 학문’인 생태학에 영감을 준 점은 여타 다른 SF 소설이 해내지 못한 귀중한 미래 자산이 될 것이다.
영화를 보기 전 『듄』의 ‘리바이어던’ 모래 벌레와 폴 아트레이데스, 레이디 제시카와 프레멘에 대해서, 그리고 그 너머 무수한 듄의 세계 속을 탐험하고 싶은 독자들과 SF 장르 마니아들에게 몇 번이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 되겠다.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솔직한 주관적인 감상평을 작성한 리뷰입니다.
p.s. 책 실물이 너무 영롱합니다… 『듄』 영화 개봉 전에 꼭 읽어보시면 도움이 많이 될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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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날: 2024.01.25
Instagram: @lilybooks_arch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