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호랑이 - 김홍도의 송하맹호도 우리옛그림 1
조경숙 지음, 양상용 그림 / 국민서관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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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국민서관에서 출간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호랑이>는 김홍도의 걸작인 <송하맹호도>를 동기로 조경숙 작가가 글을 쓰고, 양상용 화가가 한 획 한 획 수천 번의 붓질로 그려서 완성했다고 한다. 책 속에 실린 김홍도의 다양한 산수화, 풍속화 등도 멋지게 되살려 그려내어 볼거리, 읽을거리가 풍부한 책이다. 사실 김홍도는 조선 최고의 화가이고, 그의 작품인 <서당>, <씨름>은 여러 경로를 통해 수도 없이 봐 왔고, 그의 그림은 여유와 해학이 넘쳐나는 것으로 평가되어 학창시절 신윤복과 비교해가며 공부했던 기억이 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다가 아니 듯 그의 수많은 작품 중에 일부만 아는 것으로 그를 평가해 왔다면, 책의 표지에 등장하는 호랑이를 보며 김홍도를 떠올려 보기에 낯선 감이 있지만, 그의 실력을 인정한다면 이 또한 그의 작품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김홍도가 호랑이 그림을 그리게 된 상황을 재미있는 동화 이야기로 펼쳐진다. 인간들은 자기들을 최고라고 한다며 자신을 보고도 그런 건방진 소리를 하나 본다며 마을로 내려온다. 마을 어귀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김홍도를 만난 호랑이는 김홍도의 그림 중 틀린 곳을 찾아내는 내기를 하게 되고, 김홍도의 그림을 열심히 들여다보며 한참을 끙끙 거리게 된다. 김홍도가 틀린 곳들을 하나하나 짚어 줄 때마다 호랑이는 어흥하고 울부짖고, 결국 김홍도의 부탁을 들어주게 된다. 그 부탁은 소나무 앞에 가만 서 있으면 되는 것이다. 호랑이를 그려 보고 싶었던 김홍도가 드디어 호랑이를 그리게 된 순간이다.

 

호랑이가 앞에 있는데도 긴장하지 않고 좋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 몸과 마음을 조용히 다스리고 그림 그리기에 집중하는 김홍도는 호랑이를 그리려는 이유를 호랑이에게 설명한다. 호랑이는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동물이면서 다른 어느 동물보다 힘차고 아름답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오랜 시간에 걸쳐 완성된 호랑이 그림은 마치 살아서 움직이는 것 같고, 그림을 본 호랑이는 김홍도의 솜씨를 인정하고 공손하게 인사 후 바람처럼 산으로 올라간다. 이 그림이 바로 호랑이 그림의 최고봉이라 하는 <송하맹호도>이다. 호랑이를 만난 순간부터 호랑이가 산으로 올라가는 순간까지 김홍도는 절대 겁을 먹지 않은 온유한 미소를 머금은 모습이다. 호랑이를 그리고 싶은 김홍도의 마음을 작가의 상상력을 넣어 마음껏 펼쳐낸 동화책으로 장면 장면이 생동감이 넘친다.
그 이후로도 산수화, 풍속화, 벽화, 기록화 등 훌륭한 작품들을 남긴 김홍도는 조선 최고의 화가로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다.

 

그림에 등장하는 풍속화는 <단원 풍속도첩>의 <춤추는 아이>, <활쏘기>, <씨름>, <고누놀이>, <벼타작>, <점심> 등으로 각 작품들을 작가가 멋지게 되살려 그려냈다. 김홍도는 서민들의 생활상을 주로 그렸다고 생각이 들지만 풍속화만 잘 그린 것이 아니라 산수화, 꽃, 새, 신선, 초상화는 물론 불화나 삽화에 이르는 모든 종류의 그림에 뛰어났다. 그의 실력을 제일 잘 알아본 사람은 그 당시 임금이었던 정조였는데, 도화서 화원인 김홍도에게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그리게 했다고 한다. 여유와 해학이 넘쳐나는 그의 그림은 사람도 자연도 모두 우리 것이었다고 하니 그의 화풍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김홍도의 작품을 좋아하는 딸아이가 작년에 그린 민화의 한 작품으로 호랑이를 주인공으로 하여 한번 소개하며 서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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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 지느러미 여행사 즐거운 책방 3
강경호 지음, 이나래 그림 / 다림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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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 지느러미 여행사/다림

판사 다림에서 출간한 <상어 지느러미 여행사>는 즐거운 책방 시리즈 도서로 강경호 작가가 글을 쓰고, 이나래 작가가 그림을 그렸다. 표지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작은 물고기가 상어지느러미 머리띠를 머리에 단단히 고정시키고 큰 상어들 사이를 유유히 헤엄치고 있는 모습은 용기를 연상시킨다. 상어지느러미는 작은 용기의 상징으로 이야기의 주인공 꼬마 물고기 하루가 풀어나가는 이야기이다. 하루 아저씨가 운영하는 '상어 지느러미 여행사'로 들어가 본다.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일만큼
이 세상에 반짝이는 것도 없어

두근두근
반짝반짝

너는 무엇을 찾고 싶니?

야기에 등장하는 흰 줄무늬 물고기와 빨간 꼬리 물고기는 아직 지느러미도 다 자라지 않은 꼬마 물고기이다. 두 물고기는 에비 블루라는 특별한 바다로 여행을 보내 준다는 파파피포 마을의 유명한 여행사를 찾게 되는데, 그 여행사에서는 여행하는 모든 물고기들에게 상어 지느러미를 빌려준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상어 지느러미가 다 떨어져 다음에 오라는 여행사의 주인 물고기의 말에 빨간 꼬리 물고기는 포기하지 않고 용기 있게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외친 덕에 주인 물고기인 하루는 꼬마 물고기 별이와 함께 늦은 밤 상어 지느러미를 만들기 시작한다. 하루 아저씨는 별이에게 산호초 위에서의 먼 바다를 바라보던 꼬마 물고기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본인의 이야기를 말이다.

을 읽으면서 하루 아저씨는 왜 상어 지느러미를 만들었고, 과연 상어 지느러미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했다. 어렸을 적 하루는 상어의 지느러미를 부러워했다. 강함을 나타내는 상징인 상어 지느러미를 지닌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없던 용기까지 생겨난 하루는 상어 지느러미를 직접 만들 재료들을 찾게 되고, 각종 재료들을 반죽하고, 감싸고, 꿰매고, 끈도 달아 근사한 상어 지느러미를 완성하게 된다. 그는 상어 지느러미를 가지고 있음으로써 자신감을 얻게 되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마을을 떠나게 된다.

은 부리갈매기들까지 하루의 정체를 눈치채지 못하자 하루는 이 지느러미만 있으면 어디든지 갈 수 있을 것만 같았고, 설레는 마음으로 더 넓은 바다를 향해 헤엄쳐 나간다. 하루가 마을을 벗어나 얻게 된 경험과 자신감은 꼬마 물고기가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시작점이 아니었나 싶다.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한 발을 내딛는 순간으로 느껴졌다. 하루의 여행 이야기는 생각보다 길다. 반짝반짝 사막바다, 신나는 얼음바다, 달콤바다와 바다 솜사탕을 경험하며 하루는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 적응해 나가며 행복을 찾고 있는 다른 물고기들을 만나게 된다. 각각의 다른 환경은 하루에게는 위험하기도 하고 살기 어려운 환경이기도 하다. 위험한 순간 순간들을 경험하며 하루가 얻게 된 많은 것들은 어쩌면 이 모험의 선물인지도 모르겠다.
과연 하루가 기다리는 에비블루는 어디에 있을까? 새로운 바다를 향해 바다 통로를 건널 때마다 설렘이 가득했던 하루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기를 빠져나온 하루에게 펼쳐진 아무것도 없는 넓은 바다는 대단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다. 이 바다에 아무것도 없는 게 아닌 자신이 헤엄치고 있다는 사실을 안 순간, 하루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가장 생생하게 느끼며 자신이 지금까지 겪었던 일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가슴이 뜨겁게 벅차오르고, 살아있다는 것이 이렇게 대단한 일을 알게 된 하루는 이 넓은 바다 어디로든 갈 수 있다 외치며 비록 에비 블루는 찾지 못했지만, 자신이 살고 있던 파파피포 마을을 떠나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하루가 경험한 시간들은 그의 앞으로의 삶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자신의 친구들도 마을을 벗어나 자신만의 새로운 경험을 해 보기를 바라게 된다. 자신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루는 무엇을 해야 진짜 행복할지 계속해서 그 답을 찾아 나가며, 여행사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친구들을 설득하기에 이르고 마을을 떠나 자신만의 에비 블루를 찾아보라고 하며 더 좋은 상어 지느러미를 개발하기까지 한다. 하루가 왜 이렇게 용기를 내어 다른 누군가에게 여행을 권하는가 하면 다른 누군가에게 특별한 경험의 기회를 만들어 주는 일이 그가 했던 어떤 여행보다 그를 가장 행복하게 했기 때문이다. 어느새 여행을 다녀온 물고기들이 늘어나고, 그들의 신나는 여행 이야기의 중심에는 상어 지느러미 여행사가 있었다. 하루는 여행을 떠나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에비 블루를 찾지 못했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상어 지느러미 여행사가 내가 찾던 에비 블루가 아닐까 하고 말이다.

루 아저씨는 별이에게 완성된 상어 지느러미를 건네주며 대단한 용기보다는 마을 밖으로 나갈 용기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설렘 반, 두려움 반을 안고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는 별이는 하루 아저씨가 했던 말만 기억하기로 한다. 작은 용기가 별이를 에비 블루로 데려다줄 것이라고 말이다.
우리도 하루처럼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 진짜로 하고 싶은 것을 찾아보고 싶다면,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것을 찾고 싶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겁도 나고 망설여진다면 작은 용기의 상징인 '상어 지느러미'를 가지고 나만의 에비 블루를 찾기 위한 여행을 시작해보려 한다. 꿈과 희망이 가득한 우리 아이들에게 작은 용기를 먼저 내어보도록 하루 아저씨의 상어 지느러미 이야기를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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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은 걱정 말아요 괜찮아, 괜찮아 9
톰 퍼시벌 지음, 장우봉 옮김 / 두레아이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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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은 걱정 말아요/두레아이들

판사 두레아이들에서 출간한 <걱정은 걱정 말아요>는 주인공 루비가 만나게 되는 걱정이라는 친구를 어떻게 걱정하지 않게 되는지 어여쁜 소녀의 눈으로 바라보는 책이다. 걱정은 걱정 말라는 제목처럼 '걱정'은 자기 혼자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기까지 루비가 곁에 붙어 다니는 걱정을 걱정하면서 결국에 걱정은 누구나 갖고 있고, 걱정은 함께 나누면 줄어들고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시간까지 우리에게 선물한다. 하루하루가 정말 행복하고 즐거웠던 루비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

비는 그네를 타고 높이 올라가는 걸 좋아하고, 멀리 떨어진 숲과 들을 돌아다니며 탐험하는 것도 좋아하고, 하루 내내 정원을 기어 다니기도 하며 더없이 행복한 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그다지 크지 않은 걱정이라는 친구가 루비 앞에 나타나게 된다. 걱정을 친구라고 표현하긴 그렇지만 루비에게 나타난 조그만 먼지 같은 걱정의 모습이 귀엽기까지 하다.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라는 노래 가사가 있듯이 이 조그마한 걱정이 루비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궁금해졌다.

실 걱정은 루비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많은 생각 속에 사는데, 그 문제에 대한 방어 기전과 대처방안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걱정의 범위와 크기도 각각 다를 수밖에 없다. 어제도 샤워하면서 딸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여러 종류의 걱정거리가 하나하나씩 대화 속에 나온다. 체육 할 때 두 팀을 짰는데, 자기네 팀이 너무 잘해서 내일 팀원을 바꾼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걱정이 실려있었다. 그럴 때 부모로서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경청과 인정인 것 같다. 걱정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딸에게는 위안이 되고, 안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루비의 걱정 친구는 계속 몸집이 커져갔고, 그 커진 몸집의 크기만큼 걱정의 종류도 다양했을 것이다. 처음에는 작아서 관심 가지지 않았던 걱정이 계속 커져 이제는 루비의 많은 면에 영향을 주는 불편한 존재가 되어감에 루비의 표정도 달라진다.

정이 점점 커지면서 루비의 표정 또한 어두워짐을 느낀다. 처음에는 너무 작아서 걱정이 옆에 있는 줄도 몰랐지만 걱정이 점점 커지기 시작하면서 루비가 좋아했던 일을 못 하게 하고, 걱정을 걱정하기까지 한다. 루비의 마음속에 걱정이 가득 차면 찰수록 루비는 온통 걱정 생각뿐이고, 다시는 예전처럼 행복해질 수 없을 것만 같다. 그런 루비에게 뜻밖의 일이 벌어진다.

퍼 보이는 남자아이와의 만남에서 루비 눈에 무언가가 들어온다. 바로 걱정이었다. 루비는 그제야 걱정을 달고 있는 사람이 자기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걱정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루비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사실은 루비처럼 다 걱정을 달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걱정의 크기도 종류도 다 다르지만 말이다.
남자아이는 루비에게 무슨 걱정이 있는지 털어놓자 신기한 일이 일어난다. 남자아이의 걱정이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 루비는 자신의 걱정도 맘껏 털어놓게 되고, 루비의 걱정도 남자아이의 걱정도 깨끗이 사라지게 된다.

전처럼 기분이 좋아진 루비는 이제 걱정을 어떻게 사라지게 하는지 잘 알게 됐다. 예전처럼 밝아진 표정의 루비 곁에 가끔 나타나는 걱정은 루비 곁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루비는 걱정을 어떻게 사라지게 하는지 경험을 통해 알게 됐기 때문이다. 이제 루비는 본인의 걱정도, 상대방의 걱정도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다.

정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어린이와 친근한 친구처럼 표현하고, 루비가 어떻게 걱정을 해결하는지 방법까지 제시해주는 감성터치 이야기이다. 우리 아이가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수많은 감정 중 걱정이라는 부분은 충분히 조절하고 없앨 수 있는 부분이기에  걱정을 줄이고 없애는 방법을 경험을 통해 느끼고 깨닫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다소 어려고 무거운 소재의 이야기이지만, 루비의 3인칭 시점에서 바라본 걱정을 표면화하여 보다 가볍게 다루어주었고, 어린이의 시선에서 주제를 풀어나가 보다 쉽게 이해를 도운 그림 동화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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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빨강은 없다 - 교과서에 다 담지 못한 미술 이야기 창비청소년문고 32
김경서 지음 / 창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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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빨강은 없다, 창비>

출판사 창비에서 출간한 <똑같은 빨강은 없다>는 교과서에 다 담지 못한 미술 이야기로 김경서 작가가 집필했다. 책의 구성은 청소년 독자들의 눈높이에서 공감하기 위해 가상의 인물인 중학생 보라와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만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작가의 바람대로 미술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새롭게 열어 주는 또 하나의 문이라는 생각을 나 또한 가지게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긴다.

1 아름다움을 경험하다
2 아름다움을 표현하다
3 아름다움을 생각하다

총 세 가지 세션으로 나뉘어 '액자 속에 갇힌 아름다움'으로 시작하여 '제대로 미술을 읽는 법'까지 총 열네 가지 소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그 소 이야기는 더 세분화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가가 보라와 나누는 대화를 통해 우리가 아름다움을 경험하고, 표현하고, 생각하도록 펼쳐내는 미술 이야기를 몇 가지 소개해본다.

아름다움을 경험하다

액자 속에 갇힌 아름다움

v 박물관 속 미술은 이기적이야
보라는 마크 로스코의 작품 [오렌지와 노랑]을 보고 이해하기 어려움을 느낀다. 거대한 캔버스에 색을 가득 매운 그림으로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을 표현하고자 한 그림을 보고는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고 소수의 사람들만 즐기는 것이기에 이기적이라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작가는 보라에게 미술에서 예술성과 독창성이 중요한 이유와 함께 차별화된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을 위해 일반인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발전하게 된 '이기적인 미술'의 탄생 과정을 설명한다. 사실 전시회를 가보면 나 또한 보라와 같은 생각을 한 적이 많다. 저 정도 그림은 나도 그릴 수 있는데라는 자만심과 함께 말이다. 다양하고 광범위한 미술의 예술성과 독창성 부분은 사실 제한적이지 않고,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나의 감성 부분이 다르다고 작가의 작품 의도를 이해하려고 들지 않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작품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동시에 인간의 삶을 위한 미술을 바라보는 눈을 바로 뜨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쁜 것과 아름다운 건 달라

v 아름다움은 발견하는 사람의 몫
가을 산이 연출하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 보라는 자연이 어떻게 이런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는지 궁금하다. 작가는 보라가 있으니 자연도 아름다울 수 있는 거라고 이야기한다. 어떤 대상을 두고 '아름답다' 혹은 '아름답지 않다'라는 미적 판단을 하려면 인식의 주체가 있어야 하고, 아름답다는 판단은 주관적인 것으로 같은 대상을 두고도 사람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건 우리의 몫이라는 생각이 든다. 같은 것을 보더라도 인식의 주체의 주관적인 생각은 다르기 때문이다. 기왕이면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맘껏 보고, 느끼고, 표출하면 좋지 않을까?

v 무엇이 아름다움을 결정할까?
아름다움에 대해 깨닫는 것을 '미적 체험'이라고 하는데, 선입견 없이 마음을 열고 다가설 때 더 풍부한 미적 체험을 할 수 있고, 다양한 시각과 관점에서 느끼고 생각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한다.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대상에게서 받는 느낌, 그림을 그리는 태도도 각기 다르기 때문에 아름다운 대상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방식은 화가마다 다를 수밖에 없고, 표현 과정에서 화가의 개성이 드러나기 때문에 미술 작품을 창작이라고 하는 것이 아닐까?

아름다움에는 이유가 있다

v 편견 없이 자연을 만나는 방법
피터르 몬드리안의 작품 [빨강, 파랑, 노랑의 구성]은 익숙한 그림이다. 수직, 수평의 단순한 면 분할과 원색을 사용하는 작품으로 유명하며, 차가운 추상의 선구자로 불리는 그는 처음에는 구체적인 형상을 그리며 비교적 사실적으로 그리던 그림을 조금씩 단순화하는 과정을 통해 결국은 기하학적 추상화를 창조하게 된다. 그는 구체적인 형상을 그리지 않을 때 순수한 조형적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다 생각했고, 이는 자연에 담긴 가장 기본적인 조형의 구조만을 남기는 것이 그의 추상화 과정이었다. 순수한 형과 색만으로도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다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 몬드리안을 이해한다면 그의 추상주의 작품을 통해서 자연의 깊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아름다움을 표현하다

마음을 담아 그린다면 알아줄까

v 재현에서 표현으로
고흐의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은 고갱과의 심리적 갈등에서 비롯되어 자신의 귀를 자른 모습을 그린 것으로 유명한 작품이다. 고흐는 대상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하는 것에 관심을 두었고, 작가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 즉 주관적이고 개성적인 것에 중점을 둔 '표현주의' 미술을 그린 화가이다. 대상으로부터 벗어나 작품에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담으려고 했다는 점에서 고흐를 현대 미술의 시작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긴 목과 얼굴 등 독특한 인체 비례로 인물을 묘사한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의 작품과, 눈물을 흘리며 일그러진 얼굴을 분해한 형태로 표현한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 또한 다양한 형태로 자신의 감정을 작품 속에 표현한 예로 설명한다. 작가의 예술세계를 바로 이해하기에는 시간이 여유 있게 필요한 작품들이었고, 그 외에도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미술관 밖에서 미술하기 

미술가 vs 시민 공공 미술을 둘러싼 갈등
주민들 모두가 참여해 만들어 가는 공공 미술은, 예술 작품은 오직 작가의 생각과 미적 감성만으로 탄생된다는 고정 관념을 바꾸어야 할지도 모른다. 작가의 독창적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시민들의 생각과 요구를 반영하는 과정은 끝없이 진행되어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공공 미술이 탄생하면서 예술 작업에 있어 시민들의 의견이 중요해졌고, 그 예로 서울역 앞의 산책로에 설치됐던 공공 미술 작품 [슈즈트리]와 서울의 한 벽화 마을의 벽화 작품을 소개한다. 시민들이 원하지 않는 공공 미술은 실현될 수 없기에 현대의 작가들에게 관객들과의 소통이 원활해야 모두에게 유익하고 함께 즐기는 미술이 가능해질 것이다.

아름다움을 생각하다

미술 작품에 비친 세상

v 사회적 문제를 담은 예술
조선 시대 서민들의 생활상을 해학적으로 그린 풍속화로 유명한 김홍도는 당시의 사회적 모습을 정말 다채롭고 재미있게 그린 화가이다. 일꾼들은 열심히 일하는 반면 마름은 술에 취해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주는 김홍도의 [벼타작]은 마름을 비판하는 그림이지만, 그림의 전체적인 느낌은 오히려 흥겹게 느껴진다. 이것을 '해학'이라고 하는데, 어떤 문제를 직접적으로 비판하기보다는 상징적이고 미적인 표현을 통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공감을 이끌어내는 방법이다. 그는 작품을 미학적으로 승화시키고 싶은 의도로 조선 시대의 사회적 분위기를 더욱 실감 나게 담아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신윤복의 [단우풍정]은 당시의 생활상을 진솔하고 해학적으로 표현하여 사회적 이념을 비판하고, 소외되었던 여성들을 작품에 부각시켜 사회적 문제를 작품에 담기도 했다. 이토록 미술작품은 우리 사회상을 대변하는 예술 분야이기도 하다.

생각을 바꾼 미술가들

v 뮤즈로 머무르지 않았던 여성들
남성 미술가의 뮤즈로 머무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한 여성 미술가들을 만나본다. 딸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여성 미술가, 프리다 칼로는 거의 평생 신체적 불편을 안고 살았고, 그녀의 작품은 그녀의 힘들었던 삶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두 명의 프리다]는 리베라와 이혼한 직후 사랑의 상실로 인한 고통을 표현한 작품으로 두 여인의 심장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남편 리베라가 사랑했던 자신의 모습과 이별의 고통을 감당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그린 고통과 강인함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그녀의 작품을 보면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느낄 수가 있는데, 몸과 마음의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킨 프리다 칼로는 20세기 멕시코 예술과 페미니즘 예술을 대표한 여성 예술가이다. 아픔과 슬픔을 자신을 통해 구체적으로 표현한 그녀의 작품들은 하나하나가 주옥같다.

제대로 미술을 읽는 법 

v 미술 작품을 읽는 법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는 제주도에서 유배 생활을 할 때 평소 그를 따르던 제자 이상적이 힘든 상황을 무릅쓰고 자신을 찾아온 것에 대해 고마운 마음과 학자로서의 올곧은 정신을 담아 그려 선물한 작품이다. 추운 겨울이 되어야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르름을 알게 된다는 뜻을 담고 있는 세한도는 일체의 장식적인 요소  없이 최소한의 먹만으로 황량하고 적막한 제주의 겨울을 표현했다. 예술적 평가와 조형적 가치 평가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않고, '훌륭한'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한 과정 또한 중요함을 저자는 말한다. 편견을 깨고 감상을 시작하고, 좋은 비평을 하고, 마음을 열고 다가서는 사람만이 미술로 안내하는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 말하며 보라와의 미술 수업은 끝을 맺는다.

아름다움을 경험하고, 표현하고, 생각하기 위해 김경서 작가님의 미술 수업을 통해 수많은 미술가들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본 소중한 시간이었다. 다양한 관점에서 마음이 가는 대로 느끼고, 생각하고, 표현하는 법을 배워나가며 아름다움에 대한 본질을 알기 위해 노력했고, 미술작품이 주는 메시지를 조금이나마 솔직하게 바라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청소년 문고인 만큼 우리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다양한 작품들의 설명과 분석을 통해 적절한 답변을 제시해주었고, 우리들의 예술적인 감각을 깨워주어 미술 작품과 작가를 대하는 마음가짐을 어떻게 가져야 하는지도 알려주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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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돌아 되돌아온 은혜 감성을 키우는 우리 옛이야기 6
이종선 지음, 윤정미 그림 / 아이앤북(I&BOOK)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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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돌아 되돌아온 은혜/아이앤북

판사 아이앤북에서 출간한 <돌고 돌아 되돌아온 은혜>는 이종선 작가가 글을 쓰고, 윤정미 작가가 그림을 그렸습니다. 감성을 키우는 우리 옛이야기 여섯 번째 이야기로 누군가에게 베푼 은혜가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는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누군가에게 받은 은혜를 기억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돌려줄 줄 아는 마음이 생겨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해요. 내가 은혜를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이 꼭 같지 않을 수도 있어요. 내가 베푼 은혜가 돌고 돌아 언젠가 되돌아올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면 많은 은혜를 베풀며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가르치기로도 내가 은혜를 베풀면 그 은혜가 꼭 나에게 돌아오지 않더라도 나의 후대가 받는다는 옛말이 있듯이 돌도 도는 이 은혜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냈을지 궁금해집니다.

날에 나쁜 짓은 눈곱만큼도 하지 않은 정승 한 명이 살고 있었는데 그는 워낙 청렴하여 모아 놓은 재산이 없었어요. 데리고 있던 노비들에게 돈을 몇 푼씩 쥐여 주고 노비 문서까지 불살라 자유롭게 풀어주었답니다. 세상에는 많은 종류의 사람들이 있을 텐데, 이런 고운 마음을 가진 사람도 다 있네요. 그가 베푼 은혜가 어떻게 돌고 돌지 궁금해졌어요. 노비들은 전라도 어느 고을까지 내려가 서로 의지하며 열심히 일했어요. 노비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요? 신분의 자유가 없었던 시절, 이런 은혜를 받는다는 것이 정말 쉬운 것이 아니잖아요. 그 은혜를 베푼 정승의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승은 늦은 나이에 얻은 아들과 함께 남은 곡식을 아껴 먹으며 살았는데, 하루는 아들을 불러 노비들이 살고 있던 곳을 다녀오도록 하며 예의를 갖추도록 당부합니다. 과거에는 본인 집의 노비였지만 더 이상 노비가 아니니 나이 많은 사람에게는 깍듯이 인사하고 젊은 사람에게도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고 말이죠. 살림이 궁색해져도 정승의 인품은 변하지 않는가 봅니다. 그 아비에 그 아들이라고, 큰 기와집에 살고 있는 노비들을 보고는 정중하게 인사를 합니다. 동네 사람들에게 노비였다는 소문이 안 나게 말입니다. 정승의 은혜를 아는 노비들은 삼천 냥이라는 큰돈을 떡하니 내놓습니다. 벌써 은혜가 아들에게 돌아온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으로 돌아가던 아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아들은 많고 많은 삼천 냥을 물에 빠져 죽으려던 세 사람을 구하는 일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사용합니다. 노비로부터 받은 은혜를 다른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데 귀하게 쓰이지요. 은혜 갚을 기회를 달라는 세 사람에게 이름도, 사는 곳도 가르쳐 주지 않고 부리나케 달려가는 아들의 모습이 편안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빈손으로 돌아온 아들을 오히려 칭찬하는 정승을 보는 순간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결국 마을에서 동냥도 하게 되고, 도둑이 다른 집에서 훔친 쌀을 솥에 부어 놓기도 합니다. 결국 아버지는 앓아눕게 되고 동냥도 다닐 수가 없게 되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앉아서 눈물만 흘린답니다. 결국 아버지가 돌아가셨구나, 아버지가 베푼 은혜가 아버지에게 돌아오지 않았구나란 생각을 하며 아쉬웠답니다. 상갓집에 구걸 온 스님 한 분이 극진한 아들 내외의 마음에 감동하여 아버지의 묘지를 찾아주겠다 하여 아들은 스님을 따라나서지요.

 

들이 찾은 그 명당자리에 사는 내외는 예전 아들이 물에 빠져 죽으려던 세 사람 중 부부였답니다. 이 아들의 은혜를 갚기 위해 산속에 작은 집을 지어 놓고 오고 가는 사람들에게 잘 대접해 주며 혹시 만날까 싶어 아들을 찾았다는 부부는 아버지 산소 자리를 구하려는 아들을 위해 명당자리를 선뜻 내어줍니다.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는 마음의 아들에게 잊지 않고 은혜를 갚은 부부, 정승 아버지의 은혜가 돌고 돌아 아들에게 되돌아온 이 은혜 이야기는 따뜻한 감동과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비록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이 세상에 안 계시지만, 그 은혜가 아들에게 되돌아온 것을 안다면 얼마나 기뻐하셨을지 상상이 됩니다. 신분을 따지지 않고 겸손함과 예의가 몸에 배어 있던 정승의 모습은 아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져 그 아름다움이 이어져 내려오겠지요. 옛이야기 속에서 옛 선조들의 지혜와 사랑을 느낄 수 있었고, 특히 남에게 베푼 그 은혜 속에서 보여주는 부모 간의 효의 모습 또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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