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빨강은 없다 - 교과서에 다 담지 못한 미술 이야기 창비청소년문고 32
김경서 지음 / 창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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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빨강은 없다, 창비>

출판사 창비에서 출간한 <똑같은 빨강은 없다>는 교과서에 다 담지 못한 미술 이야기로 김경서 작가가 집필했다. 책의 구성은 청소년 독자들의 눈높이에서 공감하기 위해 가상의 인물인 중학생 보라와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만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작가의 바람대로 미술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새롭게 열어 주는 또 하나의 문이라는 생각을 나 또한 가지게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긴다.

1 아름다움을 경험하다
2 아름다움을 표현하다
3 아름다움을 생각하다

총 세 가지 세션으로 나뉘어 '액자 속에 갇힌 아름다움'으로 시작하여 '제대로 미술을 읽는 법'까지 총 열네 가지 소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그 소 이야기는 더 세분화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가가 보라와 나누는 대화를 통해 우리가 아름다움을 경험하고, 표현하고, 생각하도록 펼쳐내는 미술 이야기를 몇 가지 소개해본다.

아름다움을 경험하다

액자 속에 갇힌 아름다움

v 박물관 속 미술은 이기적이야
보라는 마크 로스코의 작품 [오렌지와 노랑]을 보고 이해하기 어려움을 느낀다. 거대한 캔버스에 색을 가득 매운 그림으로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을 표현하고자 한 그림을 보고는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고 소수의 사람들만 즐기는 것이기에 이기적이라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작가는 보라에게 미술에서 예술성과 독창성이 중요한 이유와 함께 차별화된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을 위해 일반인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발전하게 된 '이기적인 미술'의 탄생 과정을 설명한다. 사실 전시회를 가보면 나 또한 보라와 같은 생각을 한 적이 많다. 저 정도 그림은 나도 그릴 수 있는데라는 자만심과 함께 말이다. 다양하고 광범위한 미술의 예술성과 독창성 부분은 사실 제한적이지 않고,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나의 감성 부분이 다르다고 작가의 작품 의도를 이해하려고 들지 않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작품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동시에 인간의 삶을 위한 미술을 바라보는 눈을 바로 뜨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쁜 것과 아름다운 건 달라

v 아름다움은 발견하는 사람의 몫
가을 산이 연출하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 보라는 자연이 어떻게 이런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는지 궁금하다. 작가는 보라가 있으니 자연도 아름다울 수 있는 거라고 이야기한다. 어떤 대상을 두고 '아름답다' 혹은 '아름답지 않다'라는 미적 판단을 하려면 인식의 주체가 있어야 하고, 아름답다는 판단은 주관적인 것으로 같은 대상을 두고도 사람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건 우리의 몫이라는 생각이 든다. 같은 것을 보더라도 인식의 주체의 주관적인 생각은 다르기 때문이다. 기왕이면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맘껏 보고, 느끼고, 표출하면 좋지 않을까?

v 무엇이 아름다움을 결정할까?
아름다움에 대해 깨닫는 것을 '미적 체험'이라고 하는데, 선입견 없이 마음을 열고 다가설 때 더 풍부한 미적 체험을 할 수 있고, 다양한 시각과 관점에서 느끼고 생각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한다.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대상에게서 받는 느낌, 그림을 그리는 태도도 각기 다르기 때문에 아름다운 대상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방식은 화가마다 다를 수밖에 없고, 표현 과정에서 화가의 개성이 드러나기 때문에 미술 작품을 창작이라고 하는 것이 아닐까?

아름다움에는 이유가 있다

v 편견 없이 자연을 만나는 방법
피터르 몬드리안의 작품 [빨강, 파랑, 노랑의 구성]은 익숙한 그림이다. 수직, 수평의 단순한 면 분할과 원색을 사용하는 작품으로 유명하며, 차가운 추상의 선구자로 불리는 그는 처음에는 구체적인 형상을 그리며 비교적 사실적으로 그리던 그림을 조금씩 단순화하는 과정을 통해 결국은 기하학적 추상화를 창조하게 된다. 그는 구체적인 형상을 그리지 않을 때 순수한 조형적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다 생각했고, 이는 자연에 담긴 가장 기본적인 조형의 구조만을 남기는 것이 그의 추상화 과정이었다. 순수한 형과 색만으로도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다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 몬드리안을 이해한다면 그의 추상주의 작품을 통해서 자연의 깊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아름다움을 표현하다

마음을 담아 그린다면 알아줄까

v 재현에서 표현으로
고흐의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은 고갱과의 심리적 갈등에서 비롯되어 자신의 귀를 자른 모습을 그린 것으로 유명한 작품이다. 고흐는 대상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하는 것에 관심을 두었고, 작가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 즉 주관적이고 개성적인 것에 중점을 둔 '표현주의' 미술을 그린 화가이다. 대상으로부터 벗어나 작품에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담으려고 했다는 점에서 고흐를 현대 미술의 시작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긴 목과 얼굴 등 독특한 인체 비례로 인물을 묘사한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의 작품과, 눈물을 흘리며 일그러진 얼굴을 분해한 형태로 표현한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 또한 다양한 형태로 자신의 감정을 작품 속에 표현한 예로 설명한다. 작가의 예술세계를 바로 이해하기에는 시간이 여유 있게 필요한 작품들이었고, 그 외에도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미술관 밖에서 미술하기 

미술가 vs 시민 공공 미술을 둘러싼 갈등
주민들 모두가 참여해 만들어 가는 공공 미술은, 예술 작품은 오직 작가의 생각과 미적 감성만으로 탄생된다는 고정 관념을 바꾸어야 할지도 모른다. 작가의 독창적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시민들의 생각과 요구를 반영하는 과정은 끝없이 진행되어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공공 미술이 탄생하면서 예술 작업에 있어 시민들의 의견이 중요해졌고, 그 예로 서울역 앞의 산책로에 설치됐던 공공 미술 작품 [슈즈트리]와 서울의 한 벽화 마을의 벽화 작품을 소개한다. 시민들이 원하지 않는 공공 미술은 실현될 수 없기에 현대의 작가들에게 관객들과의 소통이 원활해야 모두에게 유익하고 함께 즐기는 미술이 가능해질 것이다.

아름다움을 생각하다

미술 작품에 비친 세상

v 사회적 문제를 담은 예술
조선 시대 서민들의 생활상을 해학적으로 그린 풍속화로 유명한 김홍도는 당시의 사회적 모습을 정말 다채롭고 재미있게 그린 화가이다. 일꾼들은 열심히 일하는 반면 마름은 술에 취해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주는 김홍도의 [벼타작]은 마름을 비판하는 그림이지만, 그림의 전체적인 느낌은 오히려 흥겹게 느껴진다. 이것을 '해학'이라고 하는데, 어떤 문제를 직접적으로 비판하기보다는 상징적이고 미적인 표현을 통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공감을 이끌어내는 방법이다. 그는 작품을 미학적으로 승화시키고 싶은 의도로 조선 시대의 사회적 분위기를 더욱 실감 나게 담아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신윤복의 [단우풍정]은 당시의 생활상을 진솔하고 해학적으로 표현하여 사회적 이념을 비판하고, 소외되었던 여성들을 작품에 부각시켜 사회적 문제를 작품에 담기도 했다. 이토록 미술작품은 우리 사회상을 대변하는 예술 분야이기도 하다.

생각을 바꾼 미술가들

v 뮤즈로 머무르지 않았던 여성들
남성 미술가의 뮤즈로 머무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한 여성 미술가들을 만나본다. 딸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여성 미술가, 프리다 칼로는 거의 평생 신체적 불편을 안고 살았고, 그녀의 작품은 그녀의 힘들었던 삶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두 명의 프리다]는 리베라와 이혼한 직후 사랑의 상실로 인한 고통을 표현한 작품으로 두 여인의 심장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남편 리베라가 사랑했던 자신의 모습과 이별의 고통을 감당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그린 고통과 강인함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그녀의 작품을 보면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느낄 수가 있는데, 몸과 마음의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킨 프리다 칼로는 20세기 멕시코 예술과 페미니즘 예술을 대표한 여성 예술가이다. 아픔과 슬픔을 자신을 통해 구체적으로 표현한 그녀의 작품들은 하나하나가 주옥같다.

제대로 미술을 읽는 법 

v 미술 작품을 읽는 법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는 제주도에서 유배 생활을 할 때 평소 그를 따르던 제자 이상적이 힘든 상황을 무릅쓰고 자신을 찾아온 것에 대해 고마운 마음과 학자로서의 올곧은 정신을 담아 그려 선물한 작품이다. 추운 겨울이 되어야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르름을 알게 된다는 뜻을 담고 있는 세한도는 일체의 장식적인 요소  없이 최소한의 먹만으로 황량하고 적막한 제주의 겨울을 표현했다. 예술적 평가와 조형적 가치 평가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않고, '훌륭한'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한 과정 또한 중요함을 저자는 말한다. 편견을 깨고 감상을 시작하고, 좋은 비평을 하고, 마음을 열고 다가서는 사람만이 미술로 안내하는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 말하며 보라와의 미술 수업은 끝을 맺는다.

아름다움을 경험하고, 표현하고, 생각하기 위해 김경서 작가님의 미술 수업을 통해 수많은 미술가들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본 소중한 시간이었다. 다양한 관점에서 마음이 가는 대로 느끼고, 생각하고, 표현하는 법을 배워나가며 아름다움에 대한 본질을 알기 위해 노력했고, 미술작품이 주는 메시지를 조금이나마 솔직하게 바라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청소년 문고인 만큼 우리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다양한 작품들의 설명과 분석을 통해 적절한 답변을 제시해주었고, 우리들의 예술적인 감각을 깨워주어 미술 작품과 작가를 대하는 마음가짐을 어떻게 가져야 하는지도 알려주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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