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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special 홀트부부 ㅣ who? special
스토리박스 지음, 팀키즈 그림, 홀트아동복지회 감수 / 다산어린이 / 2020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동안 who? 시리즈를 통해 30여 명에 가까운 인물들을 만나봤지만, 이번에 만나게 된 <홀트 부부> 편은 유독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그들이 우리나라와 아이들에게 베푼 사랑과 헌신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하다. 홀트아동복지회는 내가 20대 초 근무했던 시립병원에서 입양을 준비하던 아이들이 입원해 있던 소아과 병동에서 접하게 된 곳이다. 호흡기 계통이 좋지 많았던 어린 친구들을 간호하며 함께 돌봄 케어로 헌신했던 양부모님들도 기억에 남는다. 외국 입양을 기다리는 친구들이었기에 건강이 잘 회복되면 좋으련만 공항에서 건강이 나빠져 출국하지 못하고 재입원했던 아이도 떠오른다. 그때 알게 된 홀트아동복지회를 설립한 홀트 부부의 삶을 <who? special>을 통해 만나게 되어 정말 기쁘다.
1950년대 한국전쟁으로 부모를 잃고, 가난으로 힘든 전쟁고아들이 눈에 밟혀 여덟 명의 입양을 결정한 홀트 부부는 긴급 구호보다는 새로운 가정을 찾아 주는 것이 아이들을 지속해서 도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했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홀트아동복지회'를 설립했다고 한다. 가정이라는 따뜻한 울타리를 경험하게 해주기 위해 설립된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아이들은 따뜻한 가정으로 입양될 수 있었고, 부모님의 사랑을 받고 자랄 수 있었듯이 부부가 실천해 온 헌신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홀트 부부의 삶을 들여다보며 그들이 전하는 감동을 만나본다.
끈기와 열정이 있었던 농부 해리 홀트와, 아픈 동물을 정성스레 돌봤던 간호사 버다 홀트는 결혼을 해서 6명의 아이들을 낳아 행복한 가정을 꾸렸고, 제재업에 뛰어들어 큰 성공을 하며 백만장자의 엄청난 부자가 된다. 해리 홀트는 6개월 동안 삶과 죽음을 오가는 투병 생활을 하며 새 생명을 얻게 되고, 다른 사람을 돕는 삶에 관심을 갖게 된다. 6.25 전쟁을 겪은 후였던 우리나라 고아들의 어려움을 알고 이해하려 했던 홀트 부부는 총 12명의 아이들을 가정으로 입양하게 되는데, 온 가족이 아이들에게 쏟은 애정과 사랑은 뭉클한 감동을 준다. 홀트 가족은 아이들의 마음을 열게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한 가지, 그들을 더욱 사랑하는 일임을 알고 실천하면서 아이들에게 진정한 가족의 사랑을 전한다. 홀트 가족을 응원하는 많은 편지를 읽으며 힘을 얻는 홀트 부부는 진정한 행복을 느끼며, 한국의 혼혈 고아들을 미국 가정으로 입양시키는 일에 최선의 노력을 하기도 한다. 아무도 행하지 않았던 어려운 입양의 선로에 그들이 앞장섰고, 자신의 건강 또한 지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늘 선행을 우선으로 했던 해리 홀트에게 경의를 표하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
오늘날 '홀트아동복지회'인 '홀트씨해외양자회'를 세우고 아이들에게 가정을 찾아 주는 일에 전념하며 솔선수범해서 아이들을 챙기고, 100명이 넘는 입양아들을 위해 농장을 팔아 전세기까지 마련했다고 하니, 아이들을 사랑하는 그 마음이 얼마나 깊고 넓었는지 짐작이 간다. 우리나라에서 국내외 입양사업을 가장 먼저 시작한 홀트아동복지회는 입양뿐만 아니라 미혼 한부모, 장애인, 다문화 가정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입양 가족 소풍은 1957년부터 매년 계속되었는데, 새로운 가정에서 입양아들이 행복하게 사는지를 확인하는 입양 후 지원 프로그램으로 발전해 갔다고 하니, 입양 후 지원에 대한 개념조차 없던 시기에 항상 아이들을 위해 먼저 고민한 홀트아동복지회는 홀트의 마음이 녹여있는 듯하다.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맡아 돌보던 홀트 부부는 대부분의 자산을 팔아 50만 달러를 홀트양자회에 투자하며, 장애 아동을 위한 홀트복지타운을 짓게 되고 지금은 홀트일산원이라는 이름으로 입양이 어려운 중증 장애 아동의 종합적인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해리 홀트는 자신의 건강 또한 돌봐야 하는 상황 속에서도 입양뿐만 아니라 장애 아동을 위한 일에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 특히 해리가 떠난 후에도 버다와 부부의 딸인 말리 덕분에 홀트씨해외양자회는 중단되지 않고 계속되었고, 가정 위탁 보호 제도를 시행함으로써 아이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해 주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나 또한 병원에서 입양을 준비하던 아이들이 위탁가정에서 돌보고 있던 것을 알고 있었기에 아이들에게 가정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기도 했다.
독실한 신앙심으로 사랑과 나눔의 삶을 실천한 홀트 부부와 그들의 딸 말리 홀트까지, 그들이 보여준 대를 이은 봉사와 희생정신이 있었기에 우리나라의 수많은 입양아들과 양부모가 새로운 가족을 만나는 행복을 이룰 수 있었고, 그들의 정신은 홀트아동복지회, 홀트복지타운, 홀트학교를 통해 아직도 이어지고 있으니 그들이 남긴 이 모든 것들에 감사한 마음이다.
너무나 많은 것을 이루어내고 행한 홀트 부부는 전쟁고아들에게 가정을 선물했고, 아이들의 상처를 진심으로 보듬어주며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몸소 실천한 장본인들이다. 한국에 입양이라는 씨앗을 퍼트려 따뜻한 열매를 맺은 홀트 부부의 삶을 심도 있게 다룬 who? 스페셜 편은 몇 번을 반복해서 봐도 진한 감동을 전해주는 책이다. 그만큼 감동과 사랑을 전하는 내용으로 우리를 겸손하게 하는 것 같다.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홀트 부부의 삶을 들려줄 수 있다는 건 크나큰 선물인 듯하다. 홀트 부부의 아름다운 삶 속으로 초대받아 행복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