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3번 시다 두바퀴 고학년 책읽기
원유순 지음, 홍선주 그림 / 파란자전거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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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출판사 파란자전거에서 출간한 <내 이름은 3번 시다>는 원유순 작가가 글을 쓰고, 홍선주 작가가 그림을 그렸다. 파란자전거의 고학년 창작동화로 평화, 인권, 교육, 환경 등 우리 사회가 품은 다양한 문제들을 더 깊고 더 넓게 보여주는 시리즈의 한 권으로 개인적으로는 <수리 가족 탄생기> 이후로 오랜만에 만나게 된 [두바퀴 고학년 책읽기] 시리즈의 한 권이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분명하고 특히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다루다 보니까 현실을 되돌아보고 미처 몰랐던 분야에 대해 심도 있게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본 도서는 1970년 청계천 봉제 공장에서 일하게 된 열세 살 소녀 이강순이 3번 시다로 일하게 되며 일어나는 일들을 3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다룬 이야기로 그 속에서 치열하게 빛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노동자 이강순을 진정 어린 마음으로 만나볼 수 있다.


시다, 미싱사..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단어이다.

어렴풋이 내가 어렸을 적 들었던 기억이 있어 나는 생소하지 않지만, 아이에게는 낯선 단어이다. 시다는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일본말로, 주인공 강순이는 '우정사'라는 한 의류 공장의 재봉 보조인 시다로 취직하게 된다. 서로 이름도 모른 채로 3번 시다로 불리며 하루에 열다섯 시간도 넘는 시간을 재봉 보조 일을 하게 된다. 지금이라면 생각도 못 할 일을 어린 소녀가 해야 하는 당시의 현실이 느껴져 마음이 애리기도 하다. 현실과 마주한 강순이에게는 그 순간순간들이 최선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부모로서의 마음은 안타까운 심정이다. 강순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1970년 대의 사건들을 담담하게 읽어 내려가며 노동자들의 삶을 곁에서 함께 들여다본 느낌이다.


강순이는 경산댁에서 더부살이를 하며 네 남매들과 좁은 집에서 지내게 된다. 국민학교 교사였던 돌아가신 아버지가 글을 모르는 동네 사람들을 위해 야학을 열었는데, 과부인 경산댁도 그중 한 사람으로 강순이까지 더부살이로 받아 준 고마운 사람이다. 과거 살림이 다 그랬겠지만, 그 시절의 어려운 상황들을 세심하게 표현해 주어 생동감 있게 그 감정들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특히 강순이는 늘 밝고 강단 있게 일을 해내고, 상황에 적응하며 어렵고 힘든 시간들을 견뎌낸다.

공장에서 일어나는 불이익한 사건들,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들은 어린 강순이가 받아들이기가 어렵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도 4번 시다인 미숙과 친구가 되며 힘들고 고됨도 나누며 즐거운 추억도 만든다. 아직 생리도 치르지 않은 어린 친구들의 모습, 가고 싶은 학교도 가지 못하고 공순이, 공돌이라 불리는 공장 사람들의 모습은 내심 마음을 무겁게 한다. 수십 년 전의 모습을 다룬 내용이지만 이런 시절이 있었기에 발전된 지금의 우리 모습이 있는 건 아닌지 뒤를 되돌아보게 된다.


낼모레면 꽃다운 열여섯이 되는 강순이는 우정사 미싱사가 되고, 노동교실에서 공부도 시작한다. 부당한 인권에 서서히 눈을 뜨며 성장하는 강순이는 이제 어느 것이 거짓인지 다 안다. 강순이의 삶을 잠시나마 들여다보며 힘든 상황 속에서 절망하거나 희망을 잃지 않는 노동자들에게 경의를 표하게 된다. 또한 그들의 삶 속에서 50년 전의 전태일을 떠오르게 하여 더 의미 있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이해하기에 낯선 부분도 있지만, 부모님과 함께 읽으며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겸손해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직도 주변에 또 다른 많은 강순이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서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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