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번째 여행을 마치고 고양이별로 돌아가는 고양이의 목소리가 내게는 어쩐지 떠나보내는 친구들의 노래로 들렸다.너는 어디에나 있어, 너는 여전히 우리와 함께야 - 라고. 존재의 빈자리는 늘 존재보다 크다. 이름 없이 피고 지는 들꽃 같은 고양이의 부재가수많은 고양이 친구들을 모두 끌어안을 만큼 크고 넓듯이.부재의 넓은 품안에서, 작고 작은 존재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애도하며 삶을 이어간다. 달의 뒷면을 품고 사는 일이 곧 보이지 않는 그와 함께 살아가는 일임을 믿기에우리는 계속해서 사랑하고 살아갈 용기를 낸다.
낯선 세계를 마주할 때면 습관처럼 잔뜩 움츠리곤 했다. 그럴수록 불안은 더 크게 몸을 부풀렸고 돌이킬 수 없이 나빠질 것 같은 예감에 꼼짝달싹할 수 없을 때도 있었다. 그래도 도망치지는 않았다.작고 보드라운 마음들에 기대어 일단 어떻게든 한 발을 내딛으면 그 힘으로 다시 두 발, 세 발 더 뻗어볼 수 있었다. 한 걸음씩 천천히 빛 있는 곳으로 나아가다 보면 어느 틈에 한 뼘쯤 자란 내가 빛 속에 있었다.지난 날을 떠올리며 그런 생각을 하던 중에 휘리 작가님의 <허락 없는 외출>을 다시 만났다. 이제 막 문 밖으로 나와 홀로 숲으로 들어서는 아이의 모습에서 '어린 마음으로' 낯선 세계를 마주하던 내 모습이 겹쳐 보였다. 비바람을 흠뻑 맞으면서도 계속 나아가는 아이를 응원하게 되는 것은 그래서일 것이다.아이는 무사히 모험을 마칠 수 있을까. 공룡 인형을 품에 꼭 안은 아이를 보고 있자니 어디선가 씩씩한 대답이 들려오는 듯하다.언젠가 저마다의 모험을 시작할 내 아이들에게도 '잘 살아갈 의지와 용기'를 심어줄 이 책을 공룡 인형 대신 안겨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