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친구랑 새 다이어리로 바꾸면서 다음 해엔 어떤 문장에 기대어 살까 책 속에서 한 문장씩 찾아 적던 나의 20대가 있었다. 그 때 어떤 문장을 적었었는 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친구랑 도란거리던 느낌, 친구가 펜을 잡던 손동작이 나의 마음에 남아 은은히 내 몸에 고요한 에너지를 채워주는 듯하다. 전집말씀을 읽으면서 그랬다. 절마다 모신 문장이 있고, 그 문장따라 그도량이 살아왔다면 그곳을 지나간 사람들의 에너지, 그곳에 머무르는 사람들의 에너지로 그 도량이 채워져 있지 않을까? 그래서 지금 세상이 여전히 아름다운 것 아닐까? 세상이 어지러워도 세상이 여전히 아름다운 건 세상이 아름답고 평화롭기를 바라며 기도하는 존재들이 세상에 존재하기 때문일 테니까. 이제 절에 간다면 그 절이 품고 있는, 그 절을 품은 문장을 발견하려는 시선을 갖고 절을 방문해야지. 내 마음에 품은 문장 하나 그곳에 놓고 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