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시에 이관수 작가가 그림을 그리고, 봄이아트북스 출판사에서 낸 시를 담은 그림책 <이웃집>입니다.책의 뒤표지에 <이웃집> 시의 전문이 실려 있어요. 앞표지에는 시의 소재인 감나무가 있는 집의 풍경이 나와 있습니다.시의 내용은 이렇습니다.이웃집에 있는 감나무의 가지가 울타리를 넘어서 우리집으로 넘어왔습니다. 가지에 달린 홍시로 인해 우리집 식구들의 의견도 분분해집니다. 그런데 담 너머로 보이는 이웃집 감나무 주인의 눈초리가 매섭습니다. 아내는 그 때문에 홍시를 더 신경쓰게 되었습니다. 행여 손대지도 않은 홍시가 저절로 떨어져서 오해를 살까 말이지요. 시를 읽고 나면 화자의 질문처럼 이 세태가 씁쓸해집니다. 옛날에는 이웃집으로 감나무 가지가 뻗어오면 정답게 나눠 먹기도 한 것 같은데, 요새는 그러한 정이 사라진 삭막한 분위기를 안타깝게 여긴 게 아닌가 싶어요. 이미 도시든 시골이든 아파트에 익숙한 우리 세대와 아이들은 이 감나무 가지에 달린 홍시를 두고 벌이는 신경전이 생경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감나무 홍시가 아니라 우리에게 익숙한 물건이나 공간으로 대치한다면 좀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거예요.아파트 복도 공용 공간을 얼마나 차지해서 쓰느냐에 따라 길이 걸리적거리네, 내 물건을 얼마 두지 못하네로 옥신각신 할 수 있지요.이 시에서는 사람을 인정으로 대하지 않고 경계하거나 나와 남으로 분명히 선 그으며 모른 척하고 지내는 현실에 대한 씁쓸함이 묻어나옵니다. 이웃이 더이상 친절하지 않고 친절을 베푸는 것도 원하지 않게 되는 사회가 삭막하고 안타까워지는 거죠.표지만 봤을 때는 순박한 시골의 정경과 관련된 시가 나올 줄 알았는데, 현실을 제대로 짚어내는 안도현 작가의 시가 머리를 울리게 합니다. 작가가 독자에게 하고픈 말을 들으며 고운 그림으로나마 마음을 달래봅니다.이 책은 책자람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협찬받고 저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