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4월 그믐날 밤 ㅣ 작품 해설과 함께 읽는 작가앨범
방정환 지음, 허구 그림, 장정희 해설 / 길벗어린이 / 2022년 5월
평점 :
<4월 그믐날 밤>은 어린이를 위해 애쓰고, 조선의 어린이들을 그 존재로 오롯하게 사랑해 준 방정환 선생의 동화입니다. 길벗어린이 출판사에서 허구 그림 작가님의 멋진 일러스트와 함께 방정환 선생의 동화를 다시 선보였습니다.
어린이날과 관련하여 비밀이 숨겨 있는 걸 아시나요? 우리가 알고 있는 5월 5일이 처음부터 어린이날로 제정된 게 아니었습니다. 동화의 제목 <4월 그믐날 밤>과도 관련이 있는데요.
방정환 선생은 100여년 전에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정했습니다. 어린이들이 진정으로 어린이로서 대우받고 사랑받으며 이전과 달리 새롭게 맞이하는 달로 5월의 첫날을 고른 거죠. 그러다가 1928년부터 5월 첫째 일요일로 어린이날을 바꾸자고 했는데, 마침 그날짜가 5일이라 5월 5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방정환 선생의 창작 동화 <4월 그믐날 밤>은 진정으로 새로운 날을 맞이하려는 이들의 열망이 담겨 있습니다.
책 속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한 소녀가 4월 그믐날 밤 자정에 잠이 오지 않아서 밖에 나와 있습니다. 주위는 아주 고요해요. 그런데 담 밑 풀밭에서 작은 속삭임들이 들려옵니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풀밭에 핀 예쁜 꽃들의 혼이 서로를 향해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자세히 들어보니 내일 아침에 열릴 잔치 준비에 대한 것이었는데요. 소녀는 조용히 그들의 대화를 지켜봅니다.
꽃들의 대화 도중에 참새가 인력거를 타고 나타나서는 꾀꼬리가 목이 아파서 내일 독창을 못할 것 같다는 비보를 전해줍니다. 꽃의 혼들은 맛있는 꿀을 선물해주며 약꿀이라고 전해달라고 해요.
또다시 분주한 꽃의 혼들의 대화가 이어지다가 점점 날이 밝아옵니다. 그리고 새들이 나타나서 악기를 연주하고, 꾀꼬리까지 나타나서 멋진 소리로 노래를 합니다.
드디어 새로운 날의 아침이 시작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풀밭에 활짝 핀 꽃들을 보며 날이 좋다고 웃음소리가 가득합니다.
<4월 그믐날 밤> 창작 동화는 어려운 내용 없이 새 날을 꿈꾸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꽃들의 영혼이 이야기를 나누고 새들도 말을 하면서 잔치 준비를 하지요.
이 작품의 특징은 우선 등장인물들이 단순히 꽃, 새로 표현된 게 아니라 각각의 명칭을 가진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식물로는 진달래꽃, 개나리꽃 할미꽃 등 최소 9명의 혼들이 등장하고요. 동물로는 참새, 꾀꼬리 등 7마리가 소식을 전해주고 노래를 부르는 등 각자의 역할을 맡아서 합니다.
이 등장인물들 중에는 악한 역할이 없는데요. 그것은 아마도 방정환 선생이 새 날을 꿈꾸며 밝고 긍정적인 모습을 그렸던 게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또 하나 특징은 이 동화 속 허구 그림 작가의 그림입니다. 방정환 선생의 동화를 잘 살려낸 그림들이 장면 가득 담겨 있습니다.
담 밑 풀밭의 여러 꽃들의 혼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은 일러스트 엽서 굿즈가 나왔으면 싶을 정도예요. 그림만 그린 게 아니라 꽃들은 압화 작업을 한 것도 있어요. 고운 색감의 그림과 실제의 꽃들이 한데 어우려지니 눈이 즐겁습니다.
장면마다 아름다운 그림들이 나와서 한 장면도 놓칠 수가 없어요. 길벗어린이 출판사에서 그림작가 섭외도 신경을 많이 썼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책 표지에는 ‘작품 해설과 함께 읽는 작가 앨범’이라는 문구가 나와 있습니다. 동화가 끝나면 장정희 사답법인 방정환연구소 소장의 작품 해설이 몇쪽에 걸쳐서 나와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조금은 낯선 동화로 다가오더라도 부모님과 함께 작품 해설까지 읽는다면 어린이날 100주년 기념으로 출간된 <4월 그믐날 밤>의 동화가 가지는 의미를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은 컬처블룸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협찬받았지만, 솔직한 저의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