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아이 (무선) 철학하는 아이 19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지음, 최혜진 옮김 / 이마주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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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아트리체 알레마냐 작가님의 신작입니다. 전작인 <사라지는 것들>에서도 투명종이를 이용하여 그림 표현을 했는데, 이번 작품 <유리 아이>에서도 같은 기법을 활용합니다. 주인공 아이가 유리처럼 투명하게 태어난 설정이니 효과 만점이었어요.

옮긴이이자 해설을 단 최혜진 작가님은 최근에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라는 책을 냈습니다. 그림책 작가님들과 함께 한 인터뷰를 읽으며 이 책을 옮긴 최 작가님에 대한 신뢰도 상승했어요. 이른바 믿고 보게 되었다는 말이지요.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작가는 우리나라에서는 2004년에 번역된 <유리 소녀>를 출간했었고요. 20대 시절에 썼다가 현재는 아이를 낳고 난 뒤 생각이 달라지며 <유리 아이>로 개정하여 출간했다고 하였습니다.

<유리 소녀>와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궁금하여 결말을 찾아봤어요. 저 역시 아이 엄마라 그런지 궁금해지더라구요. 소녀와 아이.. 나에 대한 생각과 내 아이에 대한 생각은 달라질 수 밖에 없지요.

<유리 아이>는 정체성, 자기다움에 대한 작품입니다. 유리처럼 투명한 아이는 처음에는 사람들이 신기해하지만, 나중에는 그들에게 배척받아요. 주변인들은 유리 아이의 머릿속에서 드러나는 생각들을 비난합니다. “그 부정적인 생각들을 숨길 수는 없니?”

오래 전 개봉했던 일본 드라마/영화인 <사토라레>, 여러 나라에서 리메이크된 영화 <완벽한 타인>이 떠올랐어요 <사토라레>의 주인공은 유리 아이와 비슷합니다. 머릿속 생각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다 들려요. ‘식당 밥이 맛없다.’는 생각은 코믹하지만, 짝사랑하는 여자를 바라보며 갖는 생각은 상대방을 곤혹스럽게 만듭니다. 게다가 주인공은 의사여서 환자를 대할 때에도, 동료 의사들과도 나중에는 마찰을 빚게 되어요.

<완벽한 타인>에서는 오래된 친구 부부들이 모인 자리에서 각자 숨겨둔 비밀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데요. 영화 말미에는 모든 게 솔직하게 드러나는 게 좋은 것인지, 아니면 어떠한 것은 숨겨진 게 더 나을 수도 있는 것인지 관객들에게 물어보게 합니다.

<유리 아이>는 그 작품들과 결이 또 달라요. 왜냐하면 주인공은 아이거든요. 성인이라면 이미 자신의 정체성이 세워져 있고요. 혼란을 느껴도 주변인들의 도움을 받아 이성 판단을 좀더 빨리 내릴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아이는 판단하는 것부터 힘들어요. 주변인들이 그저 생각만 하는 자신을 보며 가시를 세워 배척할 때, 그걸 어떻게 이성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이해의 범위를 넘어서는 부분입니다.

사람들에겐 양면성이 있어요. 부모는 아이에게 좋은 면만 가르쳐줄 수는 없지요. 아이는 자라면서 자신을 둘러싼 환경 속에서 보고 듣고 느끼면서 자기 자신을 정립해 갑니다. 사춘기라는 게 결국 자기다움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봐요. 주변에 휘둘리기도 하고, 내가 옳은 결정을 하는지 기준점도 확실하지 않은 나이의 아이들. 주변의 어른들이 모두 바른 길을 걷고 있지도 않아요.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누군가는 나쁜 행동을 합니다. 이러한 것들을 보면서,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나 자신이 바로 설 수 있습니다. 양심이라는 것과 자아정체성으로요.

나약하고 울며 지쳐 쓰러질 수도 있어요. 힘들어서 쉽게 포기하고 싶어지기도 하고요. 그러한 다양한 경험과 감정들을 통해 온전히 나 자신으로 서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게 일종의 통과 의례겠지요.

<유리 아이> 속 주인공은 정처없이 많은 도시를 떠돌아 다녀요. 다들 그를 모른 척 합니다. 어느 한 곳에도 정착하기 힘들어요. 하지만 어느 날 주인공은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합니다.

이 결심을 하기까지 그는 어떤 마음으로 도시를 떠돌아 다녔을까요? 그리고 이후에 유리 아이는 어떠한 생각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갈까요? 그 무엇이라도 응원해주는 마음으로 결말을 보기 바랍니다. 유리 아이는 여전히 성장중이니까요.


이 책은 우아페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지만, 솔직한 저의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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