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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 경성 모던라이프 - 경성 사계절의 일상
오숙진 지음 / 이야기나무 / 2021년 9월
평점 :

1930년대 경성의 일상을 글과 그림으로 보여주는 책입니다. 그 당시의 잡지들을 참고하여 경성의 모습을 사계절로 나누어 일상을 표현하였습니다. 이제는 사라져버린 시대상이 담긴 건물들이나 1930년대의 모던보이, 모던걸의 모습도 볼 수 있어서 신선했습니다.
#오숙진 글, 그림

이 책에서는 '금파리'라고 하는 화자를 내세웁니다. 방정환 선생의 작품에서 착안하여 만들어 낸 화자의 이름입니다. 잡지의 논조를 가지고 왔기에 일제의 검열을 피해서 발행되는 잡지여서 그런지 날카로운 비판은 나와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안타까운 현실에 대한 연민도 보입니다.
목차

목차를 보면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누어 1930년대 경성의 건물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각 계절로 들어가면 처음에는 시간대별로 목차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해두었습니다. 그리고 다음장부터는 각 건물들과 그에 따른 사연들을 말하고 있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갈만한 곳이 참 많아요. 각 계절별로 이렇게 다양한 곳들을 둘러볼 수 있다면 이 책을 지도로 들고 시간여행이라도 해서 과거의 경성으로 가보고 싶어져요.
하지만 이 시기는 일제 강점기입니다. 모던보이와 모던 걸, 웨이트리스, 백화점 등 멋져 보이고 새롭고 낯선 문물과 문화가 들어와서 활개하는 듯하여도, 다른 한쪽에서는 룸펜처럼 돈을 벌지 못해 굶는 실업자들도 상당했습니다. 돈이 있는 이는 백화점을 구경하고 낮부터 당구를 치며 유유자적하지만, 하루종일 노동을 하며 입에 풀칠만 하는 이들도 존재했어요. 그 시절에도 빈민촌은 있었고요.
과거의 잘 모르는 문화와 신문물을 이렇게 책으로 구경하게 되고 알게 되는 즐거움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넘겼습니다. 하지만 당시를 살아가는 이들의 고통과 절망도 동시에 느낄 수 있습니다. 아편굴, 마작 구락부처럼 마약과 도박이 존재하는 곳도 경성이었습니다. 금파리와 인터뷰를 하는 인물들은 그 시절을 반영해주는데, 조선 여배우들의 처우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화려함 속에 가려진 슬픈 뒷모습이 있는 게 안타까웠어요. 예나 지금이나 연예계는 쉬운 곳이 아니에요. 전당포 주인처럼 벼룩의 간을 빼먹는 이들도 존재했고요. 나름의 고충이 있다고 토로하지만, 전당포에 물건을 맡기고 푼돈에 이자까지 얹어가는 사람들의 심정은 더욱 타들어가겠지요.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만 볼 수 있었던 일제 강점기의 경성을 이렇게 책으로 보게 되니 신기합니다. 독립운동을 하는 인물들의 배경으로만 존재하였는데, 당시에도 사람들은 하루를 살아가고 있었어요. 누군가는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은 또 어떻게든 살아지냈지 했겠지요. 신문물의 겉모습에만 속으면 안되는 것이었어요. 모던보이와 모던걸과 굶주림과 돈에 대한 절박함이 혼재하던 1930년대의 경성, 그 속의 삶을 살펴볼 수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은 책과콩나무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지만, 솔직한 저의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