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소년 김영탁 즐거운 동화 여행 140
고정욱 지음, 공공이 그림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탁구소년김영탁 #고정욱 글 #공공이 그림 #가문비어린이 출판사 #책세상맘수다카페 #책세상 #맘수다 #서평이벤트 #장애인인권 #동화책 추천

표지에서 탁구채를 타고 신나는 표정을 짓는 아이. 탁구 소년 영탁이입니다. 뒤에 휠체어를 탄 남자는 영탁이의 아빠이고요. 영탁이처럼 즐거운 표정을 짓는 할아버지도 보이네요. 이 분과 영탁이는 어떤 관계일까요? 책 속에서 중요한 탁구 시합을 하는 라이벌 선수입니다.

가죽 공예일로 입에 풀칠하며 사는 영탁이의 아빠는 장애인이라 탁구를 하며 운동을 시작했어요. 아빠 때문에 동네 탁구장에서 같이 탁구를 시작한 영탁이는 탁구를 하기 싫어해요. 어느날 할아버지 한 분이 이 탁구장을 다니기 시작하고, 영탁이에게 제안을 합니다. 자신과 탁구 시합을 해서 이기면 소원을 하나 들어준다고요.

영탁이는 수동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아빠가 안쓰러워요. 5백만원짜리 수전동 휠체어의 존재를 알게된 후 돈을 모아서 그걸 사드리고 싶습니다. 이 탁구 시합에서 어떻게서든 이겨서 잘 사는 할아버지에게 조금이라도 돈을 보태달라고 하고 싶어요. 자신의 용돈과 모아서 아빠에게 선물하려고요.

이 탁구 시합의 승자는 누가 될까요? 영탁이는 소원대로 수전동 휠체어를 살 수 있는 돈을 마려하게 될까요?

동화책 소개를 보면서 아빠를 생각하는 효심 깊은 영탁이를 떠올릴 부모님도 계실 겁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착한 마음씨를 알려주고 싶어서 권해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제 다른 관점에서 이 동화를 접근해 볼까요?


<탁구 소년 김영탁>은 고정욱 작가가 지은 동화책입니다. 고정욱 작가는 중증 지체장애인이기도 해요. 장애에 관한 많은 그림책과 동화책을 쓰셨어요. 아무래도 영탁이가 아닌 영탁이 아빠의 말에 작가의 의도가 담겨있겠지요.


장애인의 인권 문제 : 인식의 개선

이 상황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나요?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혐오가 있어요. 요새는 드러내놓고 혐오를 말하진 않습니다. 다만 은연중에 거부감을 느끼게 하지요. 시장 사람들은 왜 휠체어를 밀고 가는 아주머니를 쳐다봤을까요? 그들의 이동수단은 단지 두 발에서 휠체어 하나가 덧보태진 것인데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어떤 관계인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는 타인의 시선에 악의가 없다고 해서 그저 넘겨야 할까요? 장애를 가져서 안타까움과 동정을 드러내는 시선 속에는 호의만 담겨 있을까요?

우리는 타인의 겉모습만 보고 함부로 판단하지 말라고 배우지만, 여전히 장애인은 그 예외가 됩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구분하기 전에는 일반인, 정상인과 그 반대편 개념에 장애인을 두었습니다.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것이 기준으로 그것보다 뛰어난가, 아니면 부족한가로 비정상을 썼지요.
이러한 의식을 타파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 장애/비장애로 바꿔 말하자고 나왔습니다.

두번째 동정의 시선이 있어요. 선한 마음은 비장애인들의 기준에서는 문제될 게 없습니다. 하지만 간과하는 게 있어요. 과연 장애인들이 그걸 원하는지 말이지요.

비장애인인 우리는 어쩌면 보이지 않는 선을 긋고 그 너머에 있는 장애인들에게 혜택을 베풀어준다며 우월감을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저 역시 이런 부분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괴롭습니다. 나의 호의가 정말 선의인지, 그들을 위한 행동인지, 그저 나만을 위한 만족감에서 비롯한 행동인지 구분하기 어렵더라구요.

동화 속 상황처럼 그들에게 필요한 건 말없이 다가와 도움을 주는 게 아닙니다. 그들에게 다가가 도움이 필요한지 물어보는 것입니다. 거절하면 지나가고, 도움을 받아들이면 그 때 도와줘야 해요. 모든 장애인들이 다들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그들에게 자립심이란 걸 기대하지 않을 때 동정이 생깁니다.



영탁이와 할아버지의 탁구 시합은 비장애인 입장에서 예상 가능한 결말로 몇 가지 나올 수 있어요.
첫째, 영탁이가 시합에서 이기고, 할아버지는 아빠를 위한 효심이 기특하다면서 휠체어 살 돈을 주거나 휠체어를 선물한다.
둘째, 영탁이는 열심히 했지만 시합에서 지고, 이 역시 효심 덕분에 소원을 이룰 수 있게 된다.
셋째, 영탁이는 이 시합에서는 졌지만 할아버지의 후원으로 성인이 되어 멋진 탁구 선수가 되고 자신의 소원을 스스로 이룰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보면 효심 갸륵하고, 영탁이의 소원 이루기에 응원을 마구 해주고 싶어요. 돈도 보태주고 싶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장애인의 눈으로 바라본다면 영탁이 아빠는 이 탁구 시합의 결과에서 어떤 결말이 나오길 바랄까요? 예상할 수 있나요? 거의 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우리는 장애인의 입장에서 서 본 적이 드무니까요. 영탁이 아빠가 결말에서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책을 읽기 전까지는 짐작할 수도 없었어요.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어린 아이들을 키우면서 그림책과 동화책을 꾸준히 보고 있지만, 장애인 인권 문제를 다룬 책은 많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책이 중요하기도 해요. 장애인 인권 문제를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쉽게 동화로 들려준 책입니다. 딱딱하고 설명적으로 이렇게 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인권 문제를 다룰 수 있어요. 앞으로도 꾸준히 약자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나아가 그들과 함께 하며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다룬 책들이 나오길 바랍니다. <탁구 소년 김영탁>이었습니다.



이 책은 책세상맘수다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지만, 솔직한 저의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