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사람과 뻔뻔하게 대화하는 법 - 설득할 필요도 없고 설득할 수도 없다
진 마티넷 지음, 김은영 옮김 / 필름(Feelm)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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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 트롤에게 먹잇감을 주지 마시오!> 라는 글귀가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꼭 불편한 사람과 대화를 해야 할까요? 누군가는 제목을 보며 의문을 가질 수도 있어요. 하지만 세상 혼자 살 게 아니라면 피할 수 없는 일이란 게 있지요. 직장에서도 취미생활 모임에서도 하다 못해 집에서 손님을 맞이할 때도 불편한 사람은 예고없이 등장할 수 있으니까요.

지은이 #진 마티넷은 미국에서만 15만 부 이상 판매된 대화 가이드북의 작가입니다. 자신의 커뮤니케이션의 노하우를 각종 매체를 통해 공유해 왔어요. 이 책 역시 상대방을 쉽게 믿기 어려워진 요즈음의 시대에 맞는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예전보다 지금이 훨씬 자기주장이 강한 시대입니다. 우리나라도 어른에게 순종하라, 직장 상사에게는 토달지 말고 묵묵히 일해야 하는 예스맨들이 많았어요. 지금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다간 일명 호구되기 쉬운 세상입니다. '호의를 베푸니 호구인 줄 알더라'라는 씁쓸한 말이 나돌 정도니까요. 자신의 의견을 내세울 수 있는 세상에서 오히려 대화가 더 쉬워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진 마티넷은 말합니다. 이런 세상이야말로 오히려 상대방을 경계하고 자신과 생각이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은 불신하면서 마음을 열지 못한다고요. 그러니 대화 상황은 긴장되고 상대방과는 말을 더 하기 싫어집니다. 서로 자기 할 말만 하면서 의견만 내세우다가 싸움난다는 말이에요. 그러니 사람들은 점점 모임이 싫어지고 불편하고 사람 상대하기가 가장 어렵다고 하소연한다는 말입니다.

저자는 총 10장의 목차를 통해 어떻게 대화를 풀어나가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상황들이 있다니, 대화 상황이 꼭 맹수들이 숨어있는 정글과 같이 느껴져요.




미국인인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모임들이 없을 것 같은데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코로나 바이러스로 얼마나 모인다고 이 책이 과연 코시국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싶었습니다. 그건 기우였어요. 생각해보면 불편한 사람을 만나는 상황은 너무나도 쉽게 찾아듭니다.

언젠가 급한 일이 있어서 택시를 타고 간 적이 있어요. 택시 기사님이 승객과 이야기 나누는 걸 좋아한다는 걸 느꼈어요. 끊임없이 말을 걸었거든요. 그 상황은 점점 불편해졌습니다. 목적지는 아직도 한참 남았는데 같은 공간 속에서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지 않게 만들려면 불편한 사람과 어쩔 수 없이 대화를 해야만 했어요. 그런데 어느덧 주제는 특정 종교로까지 빠졌습니다. 이런.. 종교 이야기야말로 논쟁거리로 다루기 딱 좋은 주제이지요. 숨막힐 듯한 시간 속에서 식은땀을 흘렸던 기억이 납니다. 만약 그 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좀더 수월하게 대처했을 텐데요. 이렇듯 불편한 사람은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나타납니다.

저자는 태극권의 원리를 예로 들면서 상대방에게 논쟁에서 굴복하는 게 아니라 힘을 역이용하는 것이라 조언합니다. (102쪽) 




상황이 적절하다면 침묵은 책임회피가 아니라고도 말하지요. (115쪽)



우리나라도 명절에는 가족간의 모임을 당연시합니다. 미국의 추수감사절이 어떤 미국인들에게는 스트레스를 안기는 것처럼 우리의 명절날에도 불편한 친척들이 집을 방문하기 마련입니다. '공부는 잘 하냐, 그 성적으로 좋은 대학 가겠냐, 언제까지 취업공부만 할 거냐, 직장 다니면서 돈은 언제 모을래, 빨리 결혼해야지, 결혼했으니 이제 얼른 애 낳아야지, 애 하나 낳으면 외롭다 둘째, 셋째 낳아야지...' 인생사에서 불편한 사람의 무례한 질문은 끊이지 않습니다. 자주 뵙지도 않는 어른이라 말대꾸도 어렵지요. 오죽하면 이런 상황을 빗댄 뼈있는 말 받아치기 유머글이 인기글로 올라올까요. 뻔뻔하게 대화해야 할 필요성은 한국에서도 있었습니다. 불편한 사람은 인종과 나라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도 증명되었네요.

저자는 알코올 소비를 억제하라는 현명한 조언을 해줍니다. (202쪽) 다른 조언은 책을 통해 확인해 주세요.




앞표지에 나온 '트롤', 이는 우리에게는 '관종'으로 더 익숙합니다. 인터넷 세상에서 얼굴 없이 익명으로 댓글을 달면서 댓글을 읽는 이에게 화와 분노를 일으키며 분란을 조장하는 관심종자입니다. 인터넷 세상이야말로 불편한 사람들 천지예요. 미국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모니터 뒤로 숨어서, 핸드폰으로 얼굴을 가리고 온갖 것들을 쏟아냅니다. 트롤에게 먹잇감을 주지 말라는 것은 우리말로 하면 관종에게 관심 갖지 말라는 뜻입니다. 반박 댓글을 달면서 싸울 필요가 없다는 뜻이에요. "옛다, 관심." 사람들은 관종의 글이 올라오면 이거나 먹고 떨어져라, 하는 무반응을 보여달라고 합니다. 바바리맨 앞에서 반응을 보이면 더 흥분하는 것과 같은 이치에요. 트롤, 관종, 바바리맨, 모두 무관심이 최고입니다.

저자 역시 무시하는 게 상책이라고 합니다. (191쪽)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앞으로도 불편한 사람들은 나타날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논쟁을 피하고 싶어서 침묵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란 걸 깨달았어요. 상대방은 나의 침묵을 긍정으로 받아들이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까요. 다양한 상황 속에서 여러 방법으로 대화를 이끌어 나가거나 받아쳐야 합니다. 어떤 때에는 침묵이 필요하지만 어떤 때에는 나의 의견을 피력하면서도 부드럽게 타협안을 제시하는 것도 필요해요. 이 책은 그러한 대화법을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책을 읽어나가며 이 책이야말로 책장에 꽂아두고 필요할 때 꺼내읽어야 할 책이란 걸 알았습니다. 하루를 마감하고 집에 돌아와 이불을 발로 차며 이불킥하지 않으려면, 며칠 전의 대화를 곱씹으며 내가 왜 그렇게밖에 말하지 못했을까 후회하지 않으려면, 이 책을 읽어보세요.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책은 필름출판사로부터 협찬받았지만 솔직한 저의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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