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잘못이 아니야, 나탈리! 책마중 문고
질 티보 지음, 이정주 옮김, 마리 클로드 파브로 그림 / 어린이작가정신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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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고 있어서 성교육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졌어요. 그와 더불어 아동 성폭력 관련하여서는 더 민감하고 예민하게 반응하게 됩니다. 미혼이었을 때도 아동 성폭력 관련 뉴스나 기사를 보면 화가 났지만,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당사자의 부모가 된 심정을 느낄 만큼 참담하고 분노하게 됩니다.


이 책의 작가 #질 티보는 두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합니다. 작가는 후기에서 "끔찍한 비밀을 멍에로 안고 살아가는 모든 어린이를 생각하며 제 온 마음을 담아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아동 성폭력에 대한 성교육 동화책은 나라마다 존재할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성폭력에 대처하는 성교육 동화책이 있어요. 그럼에도 이 동화책은 어떠한 내용을 담고 있길래 캐나다 아동문학상을 수상한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기존에 존재하는 내용과 얼마나 차별성이 있을지, 아니면 그저 문화적인 차이인지 호기심이 생겼어요. 좋은 동화책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차례




책의 줄거리


나탈리는 몇 살인지 나오지는 않았지만 학교에 다니는 어린 여자아이입니다. 가족들은 "귀여운 나탈리"라고 불러줘요. 친구들과 사이도 좋아서 서로 비밀을 털어놓기도 하지요. 하지만 언제부턴가 나탈리는 '끔찍한' 비밀을 안고 있어서 아무에게도 말할 수가 없어요. 이 비밀을 아는 아저씨는 이걸 엄마 아빠에게 말하면 더이상 사랑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어요.


너무 무서운 나탈리는 점점 침묵하고 웃지 않게 됩니다. 엄마도 아빠도 담임 선생님도 예전과 다른 나탈리를 보며 괜찮은지 물어봐요. 그러나 "네"라는 대답과 끄덕임에 그저 넘어가 버립니다. 나탈리는 가슴에 비밀이 가득차서 구역질이 나고 밤마다 악몽을 꿉니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때로는 집밖으로 뛰어내리고 싶어져요.


몇 주하고 며칠이 지났어요.여전히 부모님과 선생님은 나탈리를 걱정하지만, 나탈리는 사랑받지 못할까봐 이 끔찍한 비밀을 가슴에 안은 채로 대충 대답해요. 오늘은 아파서, 오늘은 기분이 안좋아서, 오늘은 집중이 안되서라는 말을 갖다 붙여요. 나탈리는 비밀을 잊고 싶어서 매일 뛰어다니고 몇 시간씩 목욕을 하며 자신의 몸을 씻어내지만 예전처럼 돌아가기 어렵습니다.


미술시간에 예쁜 그림을 그리려던 나탈리는 어떤 큰 아저씨로부터 도망치는 여자 아이를 그리고 말았어요. 그리고 아저씨가 그 여자아이를 붙잡지 못하도록 종이를 찢어버리고 발로 짓밟았어요. 다시 예쁜 그림을 그려보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여자아이 혼자 입을 크게 벌리고 소리치는 그림을 그렸어요. 하지만 이건 그림이라 아이의 외침을 아무도 듣지 못합니다. 미술 교사인 코테 선생님은 나탈리의 행동을 가만히 보다가 다가와 물어봐요. 그러다가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리고 맙니다.


쉬는 시간에 혼자 운동장 한쪽에 서 있는 나탈리에게 코테 선생님이 다가와요. 그리고 오늘 그렸던 그림에 대해 다시 물어봅니다. 나탈리가 쉽지 대답하지 않아도 차분히 기다려줘요. 한참 뒤 나탈리는 땅바닥에 그림을 그립니다. 그림에 대해 떨면서 설명을 하고 또 그림을 그리고 설명을 해요. 선생님은 나탈리의 말을 경청하며 나탈리의 마음 속 말을 이끌어내려고 신중하게 질문합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마치고 울고 있는 나탈리를 안아주며 같이 눈물을 흘려요. 나탈리는 품에 안겨 있다가 발로 그림을 지우고는 달려가버립니다. 그리고 큰 소리로 울다가 정신을 잃고 맙니다.


양호실에서 깨어난 나탈리. 코테 선생님과 나탈리는 다시 이야기를 해요. 어떤 이야기를 할까요? 우리가 다 알만한 이야기를 합니다. 코테 선생님은 누구보다 나탈리의 아픈 마음을 잘 이해해주고 있으니까요. 코테 선생님의 조언과 행동, 나탈리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면 책을 통해 확인해 주세요.




이 책과 기존의 성교육 동화와의 차별점


1. 주인공(피해자)의 심리가 섬세하게 드러남


캐나다 아동문학상 수상작인만큼 주인공의 심리가 섬세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나탈리는 초등학생 정도 됩니다. 아는 아저씨에 의해 지속적으로 성폭력을 당합니다. '몇 주 하고 며칠이 지났어요.'라는 책 속 문장이나 코테 선생님과의 대화 속에서 유추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탈리는 괴롭습니다. 몸을 씻으면서도 몇시간씩 걸리고, 마음까지 깨끗하게 씻어낼 수 있는 비누가 발명되길 바랄 정도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친구들에게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웃지 않고 침묵하지요. 미술 시간에 그림을 그리면서도 아저씨에게 벗어나길 바라며 그림을 찢고 짓밟아버립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성폭력은 아이에게 끔찍한 고통입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싶지만 사랑받지 못할 것이라는 거짓 협박에 흔들릴만큼 여리고 이성적인 판단이 힘들어요. 이러한 고통에서 쉽사리 말을 할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 주변 어른들의 세심한 관찰과 관심이 필요합니다.



2. 어른들을 위한 조언


주인공 나탈리가 힘들어할 때 엄마와 아빠, 담임 선생님은 아이가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챕니다. 그리고 물어봐요. "괜찮니? 요새 왜 그러니?" 하지만 나탈리의 말만 듣고 아이가 보내는 행동 신호를 놓쳐버립니다. 이는 안타까운 무관심이에요. 아이를 살펴보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입니다. 우리도 아동 학대를 당한 아이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신고해주거나 구해주는 의로운 어른에 대한 기사를 가끔 접합니다.


작가인 질 티보 역시 대수롭지 않아하거나 아이의 마음 요청 신호를 알아차리지 않고 흘려버리는 어른들에게 간절히 말합니다. 바로 코테 선생님을 통해서 말이지요. 아이가 보이는 행동에 관심을 갖고, 아이와 대화를 시도합니다. 쉽사리 입을 열지 않는 아이를 기다려주며 아이의 말을 경청해요. 아이가 겪은 일에 대해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합니다. 아이가 마음을 열고 솔직하게 말해줄 때까지 인내합니다. 질문을 유도하지만 아이를 두렵게 만드는 질문 공세를 퍼붓지 않아요. 어른들에게 필요한 건 이러한 것들입니다. 부디 아이의 신호를 외면하지 말아주세요.



3. '피해자 중심 교육 -> 가해자 예방 교육' 성교육 관점의 변화


아이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성교육을 하려고 우리나라도 애쓰고 있어요. 현재 온라인을 통한 성교육 강사들의 강의나 그분들의 출간 저서를 살펴보면서 느낀 바가 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성교육 동화책이나 기존의 성교육 방법에 이런 게 있어요. 아이가 낯선 어른에게 무서운 일을 당할 것 같으면 "안돼요! 싫어요!" 크게 외치라고요. 남여를 불문하고 가르치는 내용입니다. 요즈음 성교육 강사들은 이 방법의 문제점을 지적합니다. 이렇게 하면 안된다고요.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요?


나탈리 역시 코테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이런 말을 합니다. "그 아저씨가 내 침대 옆에 누우면 나는 눈을 감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랄 뿐이에요." 기존의 성교육 방법으로 보면 나탈리는 이 일을 겪을 때마다 반항을 하지 못해요. 안된다고, 싫다고 큰소리 치지 못했습니다.


그럼, 주인공 나탈리는 배운대로 하지 않았으니, 일이 이렇게 되기까지 나탈리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는 걸까요? 이걸 바로 피해자 중심 교육이라고 부릅니다. 아이들이든 학생들이든 심지어 성인이라도 무섭고 두려운 상황 앞에서 소리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아요. 몸이 움츠러들거나 경직됩니다. 게다가 아동 성폭력은 대부분 아는 어른에게 당하지요. 아는 어른이 무서운 협박까지 한다면 더 거부하기 힘들어집니다. 나탈리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어요. 피해자에게 '네가 제대로 반항했어야지'라는 굴레를 덧씌우면 안됩니다. 죄책감만 안겨주는 것이지요.


그래서 성교육 강사들은 말합니다. 기존의 '피해자 중심 교육' 관점에서 벗어나서 '가해자 예방 교육' 관점으로 나아가야 한다고요. 가해자 예방 교육은 처음부터 남자든 여자든간에 다른 사람의 몸에 함부로 손대지 않고, 다가가지 않도록 교육하는 것이에요. 상대방의 동의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도록 교육하는 것입니다. 내 아이가 여자아이든 남자아이든간에 가해자가 될 수 있으니 그것을 애초부터 예방하는 교육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이 책은 위에서 언급한 대로 피해자의 심리 상태를 예리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변 어른들에게 아이가 보내는 신호를 놓치지 않도록 관심을 갖고 살펴보길 바라고 있어요. 아동 성폭력이라는 끔찍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교육도 필요하고요. 이 책을 통해 많은 분노와 슬픔을 느낄 테지만, 나와 내 아이가 겪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누구든 피해자가 될 수 있어요. 그러니 감당하기 버겁더라도 이러한 일에 대해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폭력에 대한 것은 무거운 주제이지만 이에 대한 성교육 예방 교육은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부모 역시 그 내용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하고요. 피할 수 없다면, 적극적으로 배워야 합니다. 우리 다음 세대인 아이들이 현재의 성교육 방법이나 성폭력에 대해 바라보는 시선보다는 더 나은 의식 수준을 가질 수 있길 바랍니다. <네 잘못이 아니야, 나탈리!> 부모님과 선생님들께 적극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 책은 책과콩나무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지만, 솔직한 저의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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