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해질 권리 - 나약한 삶에서 단단한 삶으로
김민후 지음 / 프롬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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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질권리 #김민후 #프롬북스 #책과콩나무 #정신과의사


힘든 상황을 안고 있는 환자들의 경험을 담은 에세이를 여러 권 읽었습니다. 우울증, 알 수 없는 통증, ADHD, 암 환우의 정신과 약 끊는 방법 등 환자들과 그들의 가족들이 겪는 고통을 어렴풋이 같이 느끼며 안타까워하고 그들을 응원했습니다. 그러다가 그들을 내담자로 맞는 상담자의 이야기가 궁금해졌습니다. 한쪽에 치우쳐서만 보고 싶지 않았어요. 의사들은 그들을 어떻게 대하고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지, 그들에게 어떤 희망과 용기를 주려고 책을 냈을지 찾아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러한 생각을 가졌을 때 만나게 된 책 <강해질 권리>입니다.



저자 #김민후








이 책의 부제는 <나약한 삶에서 단단한 삶으로> 입니다. 제목부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예측이 어려웠습니다.

<들어가며>에 나오는 말부터 심상치 않았어요. 5쪽에 “지금 이대로도 얼마든지 괜찮다고 위로하는 메시지를, 삶의 고통을 용기 있게 버텨낼 정신력을 상실한 사람들에게 그런 위로는 술이나 담배와 같다.”라거나 “못난 모습 그대로 괜찮다고 할 것이 아니라 고통스럽더라도 자신의 약점과 열등감을 인정하고 그 괴로움의 변화를 위한 에너지로 전환하라고 말해줘야 한다.” 는 말은 요새 듣는 말 같지 않아요. 병원을 찾은 아픈 이들에게 하는 말 치고는 좀 냉정하게 들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바로 이 말이 이 책의 핵심입니다. 이 책에서는 6쪽에 “삶은 나의 주체적 선택이기에 고통스럽더라도 선택의 결과를 내 책임으로 의연히 받아들일 때만 정신은 조금씩 성장하고 강해질 수 있다.”면서 이를 ‘강해질 권리’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 “정신의 힘을 단련하는 원칙에 대한 안내가 필요하다. 분발하여 꾸준히 실천한다면 누구나 조금씩 강해지고 성숙해질 수 있는 지침이 필요하다. 이 책은 그를 위한 것이다.” 라고 말합니다. 이는 목차의 5장에 해당되는 내용으로 이 책의 핵심입니다.

보통 저자들은 <들어가며>를 책의 원고를 다 끝낸 뒤에 작성한다고 합니다. 아마 저자 역시 이 책을 읽는 이들을 위해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여기에서 요약을 해주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 친절함은 이 책을 끝까지 읽기 전에는 이해가 되지 않아요. 7장까지 넘어가서 마지막 장을 덮은 뒤, 다시 <들어가기>로 돌아와야만 이 내용이 가슴에 와닿습니다.

어찌보면 이 책은 간단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뻔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꼰대의 이야기라며 비웃을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인식은 아프고 힘든 이들에게 ‘자존감 높이기’, ‘공감하기’,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기’와 같은 달콤한 말을 듣기 원했는데, 그렇지 못하자 나온 반박일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의 기본 전제는 <미성숙한 정신력을 지닌 사람>에게 필요한 이야기입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 찾아가는 사람들은 우선 열심히 살다가 잠깐 힘든 상태가 되어서 상담과 약물 치료로 치유받고 원래대로 되돌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정신적으로 미성숙하여 성인이 된 이후에도 주체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누군가에게 의존하면서 그 삶에 편하게 기생하는 이들도 찾아갑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이들에게 고통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하는 책입니다. 자신의 고통을 회피하지 말고, 도망치지 말고, 삶의 고통을 버텨내면서 의연해지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2,3,4장을 읽을 때는 저자의 생각에 100%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동안 가지고 있거나, 매체를 통해 접해왔던 생각들을 뒤집는 관점으로 말하기 때문입니다. <자존감이라는 신기루>, <공감이라는 덫>이라는 각 장의 제목만 봐도 충격으로 다가오지 않습니까? 왜 저자가 이렇게까지 강하게 말하는지 이해하려면 핵심장인 5장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5장은 저자가 말하려고 하는 바입니다. 주제에요. 각 꼭지 제목만 봐도 이렇게 하면 삶의 고통을 받아들이면서 내면이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인상깊은 예시를 들었는데, 소설 <백경>에서 주인공이 사투를 벌이며 잡은 커다란 고래가 있어요.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상어들이 덤벼서 뼈만 남게 됩니다. 평생의 소원인 고래를 잡았는데 결과물이 허무하게 사라졌어요. 그런데 주인공은 여기서 의연히 버팁니다. 저자는 말해요. 만약 소설 속 주인공이 울면서 “아이고 내 팔자야, 내 인생은 왜 이리 재수가 없을까?” 하고 한탄한다면 이 소설이 위대한 소설이 될 수 있었을까 하고 생각해 보라고 해요. 인간성의 승리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주인공이 자신의 슬픔을 울부짖으면서 나는 억울하다, 내 인생은 너무 비참하다고 외쳤다면 이 소설의 주제가 빛났을까요? 주인공이 위대해 보였을까요? 아니라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삶의 고통을 받아들이면서 내면으로 강해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6장에서는 중요한 말이 나와요. ‘근본적 치료라는 건 한계가 있다’고 합니다. 야구에서 투수가 다쳐서 치료받고 다시 강속구를 던지는 건 가능하지만, 평소에 공 한번 던져본 적 없는 사람이 어깨를 다치고 치료받은 뒤 강속구를 던지게 될 수는 없다고요. 똑같은 치료를 해도 낫는 것만 같지, 드라마틱하게 변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환자와 그 가족들은 큰 변화를 원하기 때문에 약물치료나 상담치료가 어렵다고 해요. 결국 환자 본인이 스스로 변화려고 노력해야 하는 게 중요한데, 그걸 하지 않고 병원에 기대기만 하면 실망하거나 원망하게 된다고 말이지요.

그리고 7장 마지막에 가면, 저자가 당부하는 말이 있습니다. 보통의 사람들이 당부하는 말이기도 해요. 열심히 살아라. 왜요? 그건 가능성 때문입니다. 우리가 가진 가능성이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사용할 수 있었던 잠재력이 꽃피우지 못하고 자살 등으로 사그라진다면 인생의 비극이 찾아오니까요. 그러니 자신이 쓸모없다고 여기지 말고, 인생을 쉽게 포기하지 말아요. 삶의 고통을 모두가 짊어지고 있습니다. 그 고통을 견뎌낼 수 있도록, 강해질 권리를 가져야 합니다. 그게 저자도, 어른들도, 열심히 사는 사람들도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위해 바라는 바입니다.



이 책은 책과콩나무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지만, 솔직한 저의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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