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즐거운 조울증
기타 모리오.사이토 유카 지음, 박소영 옮김 / 정은문고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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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아빠랑 아이가 함께 책같은 것을 보며 웃는 그림이 인상적이었어요. 제목에 나온 <즐거운> 느낌이 이 그림과 어울린다고 생각했지요.
지금은 많이 알려진 ‘조울증’은 기분과 감정이 심하게 고조되는 ‘조증’과 반대로 심하게 가라앉는 ‘울증’이 합쳐진 말입니다. 주기적으로 기분이 올라갔다가 내려가는데, 이게 반복되면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이에요.
무엇보다 일본 사회에서 작가이자 정신과 의사였던 이가 스스로 조울증이라는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음을 밝혔다는 게 참 놀라웠어요. 그래서 과연 이 책 속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지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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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내용

1. 딸과 아빠의 대화 : 추억 + 조울증 이야기

이 책은 딸이 아빠에게 인터뷰를 제안하고 그것을 정리한 글이에요. 딸도 수필가여서 그런지 소설가인 아버지와의 대화가 가볍게 잘 흘러갑니다. 대화의 흐름이 어색하지 않게 잘 넘어가요. 일본 사회에서 한 가족이 조울증과 관련하여 이런 책을 낼 수 있다는 발상이 참 파격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조울증에 대해서 전문적으로 다룬 게 아니라 한 개인이 그 병을 겪고, 그것을 가족이 바라보면서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나열하고 있는데, 그것이 지나고 보니 재밌는 추억이더라, 이런 가벼움이라서 의외이기도 했어요.
파격인데 의외일 수 있다는 건 아마도 가족인 아내와 딸이 조울증을 가진 남편과 아빠를 대하는 태도가 너그러워서 그런 건 아닐까 싶어요.

“내가 아버지의 조증을 숨기지 않고 누구에게나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어머니의 관대함 덕분이었다. 놀랍게도 어머니는 아버지의 조울증 때문에 한 번도 눈물을 흘리거나 울적해하지 않았다. 물론 조증이 오면 아버지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주식거래를 했기 때문에 어머니와 연례행사처럼 자주 다퉜지만, 가족 사이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218~219쪽)


2. 조울증을 (일본) 세상에 알린 공적

거창하게 들리겠지만, 책 속에서 나온 말이에요. 작가 기타 모리오는 1927년생입니다. 60~70년대부터 조울증이 발병했다고 해요. 그의 나이 40대 정도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시기에는 이런 병에 대해서는 인식이 거의 없었을 것 같아요. 일본이라고 다르지는 않았나 봅니다. 그런데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서도 조울증에 대해서 많이 언급했다고 나와 있어요. 작가도 일종의 명예직인데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걸 드러내는 게 쉽지 않은 선택이라고 봅니다. 개인의 병이지만, 어쩌면 독자들 중에는 작가와 작품을 동일시하여 그는 비난을 받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럼에도 드러낸 걸 보면 참 대단하긴 해요.

“아버지는 “나는 작가로서 대단한 업적은 없지만,조울증을 세상에 알린 공적은 있다”라고 종종 말한다. 보통은 자신의 병을 숨기는 것을 당연히 여기지만, 아버지는 오히려 병에 관한 이야기를 원고에 썼다. 모두가 앞만 보고 달려가던 고도 성장기 시절, ‘우울증’을 고백하는 건 문단에서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 아니었을까.” (210쪽)



책을 읽고 느낀 점

작가 기타 모리오는 3대째 내려오는 정신과 의사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본인도 명문 의과 대학을 나와서 가업을 이어 정신과 의사였고요. 게다가 글쓰는 재능도 있어서 일본에서 가장 큰 문학상도 받으며 작가의 길을 계속 걸었지요. 1927년생인데 한 개인의 배경을 보면서, 많은 괴리감을 느꼈습니다. 아주 지극히 개인적인 괴리감이에요. 우리나라도 항공 재벌 집안의 한 사모님이 정신적으로 많이 좋지 않아서 구설수에 올랐었지요. 갑질 폭행까지 했으니까요.

이 책의 매력은 우선, 이러한 배경적인 괴리감 속에서도 그 사람 역시 한 명의 평범한 인간이라 정신병에 걸리는 구나, 돈이 많든 적든 인생 별 것 아니구나였고요. 그리고 정신질환을 앓고 있으면서도 좌절하지 않았던 것, 게다가 가족들도 즐거울 수 있었던 것입니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가족들이 참 많이 지치는데요. 돈이 많아서 그렇지는 않았어요. 이 집안도 조증일 때 주식 투자하면서 완전 파산해서 본인의 육필 원고를 팔아서까지 다시 도박에 빠지기도 했거든요. 집안의 다른 가족들이 원조했다는 언급은 없었어요. 어찌되었든 아둥바둥 돈을 빌리고 괜찮을 땐 열심히 일하고 살면서 살아온 거에요.

그리고 마지막 장에 가면 두 사람이 사람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나옵니다. ‘조울증이 있으면 전문의에게 가라.’와 ‘인간은 살면서 80퍼센트에서 만족하느냐 마느냐에서 마음의 행복이 갈린다’ 는 말이에요. 누군가에게는 이 조언이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이 책은 책과콩나무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지만, 솔직한 저의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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