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를 찾아서 - 제6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 사계절 아동문고 98
이지은 외 지음, 유경화 그림 / 사계절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6회한낙원과학소설상작품집 #고조를찾아서




책의 제목에 있는 ‘고조’. 이는 고조 할아버지를 뜻하는 말입니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자신의 뿌리에 대해 생각할 때 흥미 유발에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해요.
표지 그림에 아이와 그의 고조 할아버지로 보여지는 사람이 함께 있어요. 뒷표지에는 <우리 고조 할아버지가 친일파였다고?>라는 강렬한 내용 소개 문구가 나옵니다.
누구나 자신의 조상에 대해 자부심을 갖습니다. 자신을 만들어준 분들이기 때문이지요. 조상님의 피가 현재 내 몸의 핏줄에도 흐르고 있습니다. 그러니 선대분들에 대해 궁금하고 그들을 알면서 뿌듯해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나라를 팔아먹은 친일파였다면 이 얼마나 충격적인 일이겠어요.
이러한 내용을 과학소설로 과연 어떻게 풀어나갈지 사뭇 궁금해집니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기 전에 <한낙원과학소설상>에 대해 소개합니다.

“한낙원 선생님(1924~2007)은 과학기술이 우리의 생각과 일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탐구하는 SF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선구자이셨습니다. 일찍이 1950년대부터 아동 청소년 독자들을 대상으로 과학소설을 발표해 오셨지요. 어린이들이 장차 더 나은 세상을 누릴 수 있도록 과학과 스토리텔링이 결합된 과학소설을 꾸준히 집필하여 새로운 세계에 대한 가능성을 일깨우셨습니다.

한낙원 선생님의 유지를 받들어 유족분들의 후원으로 시작한 한낙원과학소설상이 매년 자랑스러운 작가분들을 세상에 소개하며, 이제 그 여섯 번째 작품집을 내놓았습니다.” (기획의 말 2~3쪽)






이 작품집에는 총 5편의 작품이 실려 있습니다. 수상작인 이지은의 <고조를 찾아서>와 같은 작가의 우수 응모작 <아아마>, 이필원의 <구름 사이로 비치는>, 이지아의 <우주의 우편배달부 지모도>, 은정의 <시험은 어려워>, 마지막에는 강경연 아동청소년문학 평론가의 작품 해설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고조를 찾아서>, <아아마>, <시험은 어려워>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고조를 찾아서

고조할아버지가 친일파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윤서. 학교에서 떠나는 역사 시간 여행을 통해 고조할아버지를 만나 설득하기로 마음먹습니다.
하지만 시간은 함부로 건드리거나 왜곡해서는 안되는 법이지요.
과연 윤서는 일제 강점기 시절의 고조할아버지를 만나 친일파가 되지 말아 달라는 간곡한 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요?


주인공 윤서는 발표 시간에 친구의 고조할아버지가 독립운동가인 것이 친구들의 박수를 받자, 자신의 고조할아버지가 친일파였다는 사실이 더더욱 부끄러워집니다.
시간을 건드는 일은 위험하지만, 윤서는 간절한 마음을 드러내는데요. 이 작품에서는 그러한 간절함을 해결해주는 장치로 시간 통로를 설정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반전까지 나오며 흥미있게 결말까지 이어집니다.
윤서가 고민하는 친일파의 부끄러움은 개인의 역사이면서도 우리 모두의 역사입니다. 친일파 후손들이 재산을 돌려달라고 당당하게 소송을 걸고 승소하는 것, 소녀상을 훼손하거나 철거하는 것 등.
나의 조상들이 저지른 과오를 바로잡기 위해 우리는 계속 관심을 갖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걸 말한다고 보았습니다.

강경연 평론가는 “이 작품의 뜻밖의 반전은 미래는 과거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역사는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유쾌하게 전달한다.”고 작품해설 139쪽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아아마

기여린은 못생긴 외모로 친구들의 놀림을 받으며 학교 생활을 힘들어하는 아이입니다. 어느날 전자교과서에서 아름다운 아이돌 마스크(아아마)라는 광고를 보고, 비싸지만 그것을 구입하여 얼굴에 착용하고 학교에 갑니다.
자신의 외모를 비하하던 반 아이들은 유명한 아이돌 유나해의 얼굴로 하여 마스크를 하고 온 여린에게 이전과는 다른 태도를 보이는데요.
과연 마스크 대여 기간이 끝난 뒤 여린이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이 작품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줍니다.
우선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우려와 현실을 보여주고 있어요. 작품 속 어린 아이들은 외모를 따지며 주인공을 서슴없이 비하합니다. 상대방이 받는 상처는 보이지 않지요. 이러한 아이들은 여린이의 얼굴이 바뀌었을 때, 그 외모를 보며 대하는 태도가 달라져요.

그리고 숨어있는 거대한 프레임은 돈과 관련한 상업논리에요. 아이들의 전자교과서에조차 외모를 강조하고 나이에 맞지 않게 건전하지 못한 광고가 나온다는 것입니다. 결국 주인공은 부모님과 상의없이 엄마의 계좌로 몰래 결제를 해요.

반 아이들은 아름다운 외모로 바뀐 여린이의 행동에 칭찬도 해주고 도움을 요청하기도 해요. 여린이에게 호의적으로 대해주지요.


강경연 평론가는 해설 139~140쪽에서 “오히려 여린이가 평범한 외모였다면 외모가 모든 걸 대변하는 기현상을 더 부각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은 조금 달라요.
작품 속에서 못생긴 외모의 아이가 마스크를 사려는 결심을 하기까지 얼마나 절박함을 가질 수 밖에 없었는지 여실히 느껴져요. 만약 여린이의 부모가 더 애정어린 관심으로 자식의 고민을 함께 걱정해주고 위로해줬다면 여린이가 이렇게 자존감이 떨어져있지 않았을 거에요.
또 친구들 중에서도 외모와 상관없이 여린이 그 자체를 보고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있었더라면 여린이가 외모 콤플렉스로 상처를 덜 받았을 텐데, 이러한 씁쓸함을 잘 보여줍니다.


아름다움은 권력인데, 그 권력은 돈이 있어야 유지된다. 만약 돈이 없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140쪽) 강경연 평론가의 해설은 독자의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생각을 하게 만드는 질문입니다.




시험은 어려워

주노는 학원에 가기 전에 스마트폰을 하다가 버튼을 잘못 누르면서 이상한 사이트가 열립니다. 경고의 문구를 봤지만 무시하고 클릭을 하는데요. <너를 대신해서 죽을 영혼을 갖다 바쳐라. 그렇지 않으면 나는 시간의 미로에 갇혀 영원히 죽음의 고통을 반복할 것이다.> 라는 글을 보게 됩니다.
별 의미없이 생각하고 학원에 가는데요. 그 사이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과 맞이하는 사고에 의한 죽음, 그런데 알고보니 이상한 문구처럼 죽음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었지요.
이 죽음에서 벗어나기 위해 학원에서 항상 1등이었던 자신의 친구이자 라이벌 영찬을 부르게 됩니다. 
과연 주노는 영찬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자신이 갖힌 시간의 미로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요?



이 작품은 타임루프라는 소재로 이야기하고 있어요. 뒷부분의 반전에서는 또 하나의 과학 소재를 이용하고요. 내용의 핵심은 도덕성입니다. 자신의 죽음에서 벗어나기 위해 타인을 희생시켜야 하는가. 이러한 딜레마를 짧지만 인상깊게 잘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

과학소설, SF소설이라고 하면 로봇이나 외계인, 최첨단과학이 나오며 지구나 우주를 위기에서 지켜내는 것처럼 때론 가볍고 공상같은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그러나 이 작품집의 작품들은 들어본 과학 내용을 소재로 하여 현실의 문제를 함께 사유할 수 있도록 합니다. 과학소설이 결코 현실과 유리된 것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있어요.
이성적이지만 감상적이기도 한 이야기들을 통해 과학 속에 담겨진 철학을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게 이 작품들의 매력입니다.
아이들에게 과학소설의 흥미를 안겨주고, 부모님과 친구들과 함께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주고 싶다면 <고조를 찾아서>를 권하고 싶습니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고,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